노조, 산은 본점 앞에서 항의 집회
"산은이 경영진에 임금인상률 제한 압박"

민주노총 공공운수노동조합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노조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앞에서 1차 투쟁집회 및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사진=서영길 기자
민주노총 공공운수노동조합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노조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앞에서 1차 투쟁집회 및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사진=서영길 기자

 

[포쓰저널=서영길 기자] 아시아나항공이 조종사 임금 인상을 싸고 내홍을 겪고 있는 가운데 주 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이 임금협상에 불법적으로 개입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동조합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노조는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앞에서 산업은행 규탄 및 임금 인상을 촉구하는 1차 투쟁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회사의 자생을 위해 노력하는 임직원들의 희생을 묵살하고 슬롯 반납과 항공주권을 포기하면서 자금 회수에 혈안이 돼 매각을 밀어붙이는 산업은행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노사 간 임금 협상에 개입하거나 압력 행사를 즉시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조는 사측과의 임금협상 결렬이 사실상 산업은행의 지나친 개입 탓이라고 주장한다.

노조 관계자는 “회사가 현재 산업은행 채권단 하에 있다보니 경영진들이 산업은행 측에 (임금 인상안과 관련해) 허가를 받고 와야하는 상황”이라며 “산업은행은 임금 협상에 관여했다는 근거를 남기지 않기 위해 문서가 아닌 구두로만 사측에 지시를 하고 있다"고 했다.

노조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경영진은 최초 7% 임금 인상안을 산업은행에 제시했지만 산은은 임의로 정한 2.5%로 선을 그었다. 

사측은 이후 5%, 4% 등으로 인상률을 낮춰 제시했지만 산업은행은 모두 거절했다고 한다.

노조는 정성권 대표이사가 사임한 것도 임금 인상률을 둘러싸고 산업은행 측과 빚어진 마찰이 직접적인 원인이었다고 주장했다.

정 대표의 사임 이유가 표면적으로는 건강상 이유지만  산은의 불법적 개입으로 더 이상 정상적인 노사협상이 불가능해져 자리에서 물러났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지난해 12월 28일 전격 사임했다. 후임에는 원유석 화물본부장(전무)이 선임됐다.

노조 관계자는 “새 경영진은 자기 안위를 걱정해 산업은행에 임금 협상안을 들고 가지도 못하는 상황”이라며 “2.5% 이상은 안된다 해볼테면 해봐라는 식”이라고 했다.

노조는 이날 집회에서 경영진이 코로나19 기간 노사 상생을 위해 무급휴직, 임금삭감 등을 견뎌온 직원들의 희생과 헌신을 외면한다고 각을 세웠다.

노조는 “회사가 어려울 때 임금 동결에 응했고 이제 영업이익이 났으니 물가 상승률만큼 만이라도 월급을 올려달라고 하는 건데 이게 그렇게 무리한 요구인가”라며 “사측은 2.5%라는 초라한 임금 인상안을 내밀며 채권단을 핑계로 뒤로 숨지 말고 조정 기간 성실한 자세로 임금 협상에 임하라”고 촉구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코로나19 여파로 재작년까지 적자를 내다 지난해에는 순이익 265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노조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조정을 시작으로 투쟁에 임하며 가능한 모든 수단을 사용해 사측의 불성실한 교섭 태도를 응징할 것”이라고 했다.

아시아나항공과 조종사노조는 지난해 10월부터 임금협상을 벌여왔다.

이 회사 조종사 임금협상은 2019년 이후 중단된 상태였지만 노조는 2019~2021년 분은 동결을 감수하기로 하고 2022년 분만 12.5%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노사는 지난 6개월여간 14차례 실무교섭과 5차례 대표교섭을 벌여왔지만 입장 차를 극복하지 못하고 이달 10일 최종 결렬됐다.

노조는 10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을 신청했다.

서울지노위는 18일과 24일 두 차례에 걸쳐 조정을 진행한다.

여기서도 노사 간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아 ‘조정중지’가 결정되면 노조가 조합원 투표를 거쳐 합법적으로 파업을 할 수 있는 쟁의권을 확보하게 된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성실히 교섭 노력을 계속하겠다"며 노조의 반발에 대해선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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