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미국법상 비공개 대상도 공개여부 판단해야"
경실련 "국내 이용자 권리보장 실질적 변화 기대"

구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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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쓰저널] 국내 구글 서비스 이용자들이 구글 본사와 구글코리아를 상대로 ‘미국 정보기관 등에 제공한 개인정보 제3자 제공 내역’을 공개하라며 낸 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

소송이 제기된지 9년 만의 판결이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13일 오모 씨 등 4명이 구글과 구글코리아를 상대로 "이용자 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한 내역을 공개하라"며 낸 소송의 2심 판결 가운데 원고 일부 패소 부분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1, 2심에서 ‘미국 법령에서 비공개의무가 있는 것으로 규정한 사항에 대해서는 공개할 의무가 없다’고 한 것을 뒤집어, 외국 법령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공개 해야 할 정당한 사유가 없거나 비공개 사유가 종료되었을 경우에는 해당 정보를 열람, 제공해야 한다고 보았다.

2심 판결 가운데 구글이 이용자 정보 제공 내역을 공개하라는 부분은 유지하면서 비공개가 정당하다고 판단한 부분은 다시 판단하라는 취지다.

구글은 대법원 판결에 따라 한국 인권활동가들의 이메일 등 개인정보를 미국의 정보수사기관에 제공한 바가 있는지 여부 및 그 내역을 제공해야 한다.

대법원은 "대한민국 법령 외에 외국 법령도 준수해야 하는 정보통신 서비스 제공자가 그 외국 법령에서 정보 공개를 제한하고 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공개를 거부할)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볼 수는 없지만, 외국 법령의 내용도 고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외국 법령에 따른 비공개 의무가 대한민국 헌법, 법률 내용과 취지에 부합하는지, 개인정보를 보호할 필요성에 비해 외국 법령을 존중할 필요성이 현저히 우월한지, 외국 법령이 요구하는 비공개 요건을 충족하는 정보인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또 "정당한 사유가 있더라도 정보통신 서비스 제공자들은 항목을 구체적으로 특정해 제한·거절 사유를 통지해야 하고, 국가안보·범죄수사 등 사유로 외국 수사기관에 정보를 제공했더라도 그 사유가 종료되면 정보 제공 사실을 이용자에게 공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구글 측은 "본사의 모든 소송은 미국 현지 법원이 전속 관할권을 가진다는 국제 합의가 존재한다"며 한국 법원에 낸 소송에 효력이 없다고 주장해왔으나 인정되지 않았다.

대법원은 "국제사법에 따른 소비자계약에는 전속적 재판관할 합의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는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앞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진보네트워크센터, 함께하는시민행동 소속 인권활동가 6명은 구글에 자신들의 개인정보를 NSA 등 제3자에게 제공한 내역을 열람, 제공할 것을 요구했으나, 구글이 구체적인 답변을 제공하지 않자 소송을 제기했다.

구글은 “오직 법률에 따라 이용자 정보를 정부기관에 제공하고 있고, 특정 이용자가 정보제공 요청 대상이 됐는지 여부는 언급하지 않는다”며 이들의 요구를 거부했다.

인권활동가 6명은 구글이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프리즘(PRISM) 프로그램에 사용자 정보를 제공해 자신들의 개인정보가 넘어갔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프리즘은 미국을 지나는 광섬유 케이블에서 이메일 등 인터넷 정보를 수집하는 NSA의 감시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의 존재는 미국 중앙정보국(CIA) 용역업체 직원이었던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로 전 세계에 알려졌다.

2심은 구글과 구글코리아가 정보통신 서비스 제공자로서 비공개 사항을 제외한 개인정보 제공 현황을 공개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미국 법령이 비공개 의무를 부여한 사항에 대해선 구글이 열람과 제공을 거부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에 따라, 향후 국내 이용자의 권리행사에 대해 해외 사업자가 외국 법령을 근거로 불응하는 경우 해당 외국 법령의 위헌, 위법, 적정성 여부, 국내 이용자 권리 보호와 균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법원의 권리구제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경실련은 이날 “다국적 기업에 대한 정보열람권을 인정한 대법원의 판결을 환영한다”는 논평을 내고 “해외사업자의 국내 이용자들에 대한 서비스 제공 및 국내 이용자들에 대한 권리보장에 실질적인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경실련은 “이번 판결의 가장 큰 의의는 구글과 같은 다국적 기업으로 하여금 이용자/소비자의 권리를 보장하도록 한 점”이라며 “전 세계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터넷 기업이 약관에서 본사 소재지(외국)로 전속적 재판관할 합의를 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런 경우에도 국내에 있는 이용자가, 소비자로서 권리침해가 문제될 경우, 국내 법원에 해당 해외사업자를 상대로 소 제기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라고 했다.

경실련은 “외국 법령에 따른 비공개 의무가 인정된다고 해도, 국내 이용자의 개인정보 제공 내역 공개요청에 대해 그 항목으로 구체적으로 특정하여 제한 혹은 거절 사유를 통지해야 하고, 비공개 사유가 종료된 경우에는 국내 이용자의 개인정보 제공 내역 공개요청에 응해야 한다는 점까지 분명히 밝힌 것은 큰 의미가 있다”며 “해외사업자가 외국 법령의 존재를 이유로 포괄적으로 국내 이용자의 개인정보 관련 열람, 제공 요청을 거절했던 것이 허용될 수 없고, 한국 법원이 이를 구체적으로 심리해 이용자의 권리가 실현될 수 있는 여지를 열어준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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