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개 주 법무장관, 현대차·기아에 공식 서한

미국에서 현대차와 기아 차량만 집중적으로 훔치는 '기아 보이즈'를 시현하는 유튜브 영상.
미국에서 현대차와 기아 차량만 집중적으로 훔치는 '기아 보이즈'를 시현하는 유튜브 영상.

 

[포쓰저널=서영길 기자] 미국 23개 주(州) 정부 법무장관들이 현대차와 기아에 더 적극적인 차량 도난 방지 조치를 촉구하고 나섰다.

21일 USA투데이 등에 따르면 위스콘신주와 일리노이주를 비롯한 22개주 와 워싱턴DC 등 23개 지역 법무장관은 20일(현지시간) 현대차와 기아 미국 법인에 공식 서한을 보내 미국 내 차량 도난 사건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이 중 상당 수가 현대차와 기아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그동안 두 회사가 차량 도난 증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절한 조처를 하는 데 실패했다고 지적하며 관련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실행에 속도를 내라고 요구했다.

미국은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을 겸하고 있어 현대차그룹의 대응이 미흡할 경우 수사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들은 "다른 모든 자동차 제조사들이 표준 장비로 장착하는 엔진 이모빌라이저를 현대차와 기아는 장착하지 않고 있다"며 "캐나다와 유럽에 판매하는 차량에는 이모빌라이저가 장착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소프트웨어 지원이 불가능한 차량 소유자들에게는 이를 대체할 보호 수단을 제공하라”고 권고했다.

엔진 이모빌라이저는 자동차 키 손잡이 등에 특수암호가 내장된 칩을 넣은 것으로, 암호와 동일한 코드를 가진 신호가 잡히지 않으면 시동이 걸리지 않도록 하는 장치다.

앞서 미국에서는 지난해 8월부터 틱톡 등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승용차를 훔치는 범죄 놀이가 유행하며 현대차와 기아 차량 중 엔진 이모빌라이저가 장착되지 않은 차들이 절도의 주요 타깃이 됐다.

절도범들은 이 기능이 없는 2021년 11월 이전 현대차·기아 차종을 골라 훔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에서는 현대차 기아 차 절도에 몰두하는 청소년들을 지칭하는 '기아 보이즈(kia boys-thefts)'라는 유행어가 생길 정도다.

이에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달 14일 절도 피해 가능성이 있는 미국 내 차량 830만대에 대해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한다고 밝혔다.

지원 대상인 모델은 2017∼2020년 미국 엘란트라와 2015∼2019년 소나타, 2020∼2021년 베뉴 등이다.

현대차와 기아의 미국법인은 현재까지 총 210만대 가량의 차주 등을 대상으로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안내를 마쳤다.

현대차 관계자는 "주 정부 법무장관 서한과 관련해 내용을 파악 중에 있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전국 곳곳에서 차량 절도 범죄가 기승을 부리며 지난해 차량 도난 건수가 100만 건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 사기·차량 절도 범죄 대응을 전문으로 하는 비영리조직 ‘NICB'(National Insurance Crime Bureau)가 9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미 전역에서 발생한 차량 절도 사건은 전년대비 7% 증가하며 2008년 이후 처음으로 100만 건을 넘었다.

시카고의 경우 해당 범죄가 전년대비 55% 폭증하며 전미 최고치를 기록했다. 

현대·기아차는 2021년 시카고에서 도난당한 차량의 약 8%를 차지했으나 지난해에는 29%로 늘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포쓰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