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도시 중 6번째 현대차·기아 상대 소송…징벌적 손해배상 요구

미국에서 현대차와 기아 차량만 집중적으로 훔치는 '기아 보이즈'를 시현하는 유튜브 영상.
미국에서 현대차와 기아 차량만 집중적으로 훔치는 '기아 보이즈'를 시현하는 유튜브 영상.

[포쓰저널=서영길 기자] 현대차·기아가 미국에서의 잇단 차량 도난 사건과 관련해 도난 방지 장치를 설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시로부터 고소를 당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세인트루이스시는 27일(현지시간) 현대차·기아가 업계 표준인 차량 도난 방지장치를 설치하지 않는 바람에 수천건에 달하는 차량 절도가 발생했다며 이에 대해 책임을 묻는 소송을 제기했다.

세인트루이스시는 현대차·기아에 7만5000달러 이상의 손해배상과 징벌적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세인트루이스시는 현대차와 기아의 차량 수백만 대에 도난 방지 장치인 '엔진 이모빌라이저'가 장착되지 않아 공공 안전에 위협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티샤우라 존스 세인트루이스 시장은 "현대차·기아 같은 대기업이 우리 시민들을 위험에 빠뜨리고 사람보다 이익을 우선시 한 것에 대해 책임을 져야한다"고 했다.

세인트루이스시는 미국에서 현대차·기아를 상대로 비슷한 내용의 연방 소송을 제기한 6번째 도시다.

앞서 클리블랜드, 밀워키, 샌디에이고, 콜럼버스, 시애틀이 두 회사의 차량 도난 문제와 관련해 소송을 냈다.

세인트루이스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5월 이후 현대차와 기아 차량이 도난당했다는 신고는 총 4500여건 접수됐다.

이 기간에 현대차·기아의 차량이 시내 전체 도난 차량의 61%를 차지했다.

미국에서는 지난해 8월부터 틱톡 등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승용차를 훔치는 범죄 놀이가 성행해 사회적 골칫고리로 부상했다.

현대차와 기아 차량 중 엔진 이모빌라이저가 장착되지 않은 차들이 절도의 주요 타깃이 됐다.

엔진 이모빌라이저는 자동차 키 손잡이 등에 특수암호가 내장된 칩을 넣은 것으로, 암호와 동일한 코드를 가진 신호가 잡히지 않으면 시동이 걸리지 않도록 하는 장치다.

절도범들은 이 기능이 없는 2021년 11월 이전 현대차·기아 차종을 골라 훔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에서는 현대차 기아 차 절도에 몰두하는 청소년들을 지칭하는 '기아 보이즈(kia boys-thefts)'라는 유행어가 생길 정도다.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달 14일 절도 피해 가능성이 있는 미국 내 차량 830만대에 대해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실신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으며 20일 위스콘신주, 워싱턴DC 등 23개 주 법무장관이 현대차와 기아에 차량 도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더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라고 촉구하는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이들은 그동안 두 회사가 차량 도난 증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절한 조처를 하는 데 실패했다고 지적하며 관련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실행에 속도를 내라고 요구했다.

미국은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을 겸하고 있어 현대차그룹의 대응이 미흡할 경우 수사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아 현지법인은 이날 성명을 통해 "지방자치단체들의 소송은 실익이 없다"며 "기아는 시의 법 집행기관과 협력해 차량 절도와 이를 장려하는 소셜미디어를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차 현지법인은 "미국 내에서 푸시 버튼 점화 장치가 없고 도난 방지 장치가 설치되지 않은 차량을 노리는 절도가 증가하고 지속적으로 발생함에 따라 여러 가지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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