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고금리 고통 커...상생금융 혜택 배려해야"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은행 고금리로 인해 국민들 고통이 크다"며 금융위원회에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연합

[포쓰저널] 윤석열 대통령은 13일 주요 은행들이 고금리 특수로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거둔 것과 관련, "고금리로 인해 국민들 고통이 크다"며 금융위원회에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은행은 공공재적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에 수익을 어려운 국민과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에게 상생 금융의 혜택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배려하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윤 대통령은 "향후 금융시장 불안정성에 대비해서 충당금을 튼튼하게 쌓는 데 쓰는 것이 적합하다"고도 했다.

시중은행 등 금융사들이 고금리 덕분에 성과급과 특별퇴직금 등으로 '돈잔치'를 벌이는 데 대한 사회적 비판을 반영한 발언인데 향후 금융당국의 조처가 주목된다.

주요 금융지주사 회사 선임 과정에 금융당국의 '입김' 논란이 잇따른 데 이어 대통령까지 나서면서 사기업인 은행들의 '경영 자유'에 정부가 지나치게 간섭하게 되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된다.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은 '상생금융'이라는 용어에 대해 "어려운 국민과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이 금융 분야에서 숨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 수 있도록 배려하자는 취지"라고 전했다.

최근 고금리로 서민과 자영업자들이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은행들은 역대 최대 실적을 올리며 '돈 잔치'를 벌이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른 데 대한 조치로 풀이된다.  

4대 금융지주 당기순이익 현황. /연합
4대 금융지주 당기순이익 현황. /연합

KB금융·신한금융·하나금융·우리금융 등 4대 금융지주는 지난해 이자수익 증가에 힘입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4대 지주가 지난해 거둬들인 순이자이익은 39조6735억원에 달한다. 

KB금융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지배기업소유주지분순이익 기준)은 4조4133억원으로 전년대비 0.1% 증가했다. 기존 역대 최대였던 2021년(4조495억원)보다 3638억원 많은 수치다. 

이 기간 KB금융의 순이자이익은 11조3814억원으로 18.9% 증가했다. 주요 계열사인 KB국민은행의 연결재무제표 기준 당기순이익 2조7283억원으로 7.50% 늘었다. 영업이익은 3조8350억원으로 9.13% 증가했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4조6423억원의 순이익을 올리며 ‘리딩 뱅크(1등 금융)’를 3년 만에 탈환했다. 기존 역대 최대였던 2021년(4조193억원)보다 15.5% 늘었다.

신한금융의 순이자이익은 10조6757억원으로 17.9% 늘었다. 같은 기간 신한은행의 당기순이익은 3조457억원으로 22.08%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4조1628억원으로 16.06% 늘었다. 

하나금융도 이자 관련 수익 증가에 힘입어 지난해 역대 최대 이익을 거뒀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3조6257억원으로, 기존 역대 최대 실적이었던 2021년(3조5261억원)보다 996억원(2.82%) 늘었다. 

이자 이익은 8조9198억원으로 전년(7조4372억원)보다 20% 늘었다. 하나은행의 당기순이익은 3조1850억원으로 23.65%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4조1677억원으로 21.92% 늘었다. 

우리금융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3조1693억원으로 전년 대비 22.5% 증가했다. 이자이익은 8조6966억원으로 전년(6조9857억원) 대비 24.5% 급증했다. 

우리은행의 당기순이익은 2조9310억원으로 전년 대비 22.89% 증가했다. 연간 영업이익은 3조8152억원으로 24.16% 늘었다. 

각 은행들은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바탕으로 직원들에게 기본급 300∼400%에 달하는 성과급을 지급하기로 했다.

희망퇴직 신청자들에게도 수억원대 특별 퇴직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지난해 말 이후 각 은행이 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결과 4대 시중은행에서 총 1729명이 희망퇴직에 응했다. 

KB국민은행이 713명으로 가장 많았고 △신한은행(388명) △우리은행(349명) △하나은행 (279명) 등의 순이다.

은행별로 차이는 있지만 희망퇴직자에게는 연차에 따라 월평균 임금 최대 36개월치와 수천만원의 학자금 및 재취업 지원금, 건강검진 비용 등이 지원된다. 

1인당 적게는 3억4000만원에서 많게는 4억4000만원 가량이 지급된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4분기 희망퇴직 비용으로 2725억원을 반영했다. 지난달 퇴직 확정인원이 713명인 것을 감안하면 1인당 3억8200만원을 특별퇴직금으로 지급한 셈이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4분기 실적에 희망퇴직 비용 1336억원을 반영했다. 희망퇴직 인원 388명으로 나누면 1인당 평균 3억4400만원 수준이다.

올해초 349명이 희망퇴직으로 회사를 떠난 우리은행은 지난해 4분기에 1547억원의 희망퇴직 비용을 책정했다. 1인당 평균 금액은 4억4300만원으로, 현재까지 실적이 발표된 주요 시중은행 중 가장 많다. 

하나은행은 1분기 실적에 희망퇴직 비용을 반영할 예정이다. 지난해 1분기의 경우, 하나은행은 희망퇴직자 478명에게 1637억원을 지급, 1인당 평균은 3억4200만원이었다.

벌어들인 수익을 직원들과 나누는 것은 당연하지만 금리 상승기 국민들의 빚 부담이 커진 가운데 억대 성과급, 특별 퇴직금을 지급하는 데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

윤 대통령의 이날 발언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되며 금융당국도 이미 같은 문제를 지적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6일 금감원 업무계획 설명 간담회에서 "은행이 영리 추구 기업으로서의 기본적인 특성을 가지는 데는 이견이 없다"면서도 "다만 과점 형태로 영업이익이 발생하는 특권적 지위가 부여되는 측면이 있는 데다 지금 어려움을 겪는 실물경제에 자금지원 기능을 해야 하는 근본적인 역할이 있는 점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렇게 어려운 시기에 일부 고위 임원 성과급이 최소 수억 원 이상 된다는 것은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 어려울 것"이라며 "지난해 유동성 악화 시기에 당국과 타 금융권이 도와준 측면이 있는데 이를 오롯이 해당 회사와 임원의 공로로만 돌리기에 앞서 그런 구조적인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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