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피스, 독일 연방도로교통청 등 검사결과 입수해 공개
"10개 모델 실제 운행서 질소산화물 배출량 기준치 초과"

쏘렌토/사진=기아
쏘렌토/사진=기아

 

[포쓰저널=박소연 기자]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최근 독일 검찰에 의해 압수수색 등 수사를 받게 된 것이 현지에서 판매된 싼타페·쏘렌토 등 10개 디젤 엔진 차량에서 실제 운행 중 배출되는 질소산화물이 기준치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검찰은 현대차·기아가 배기가스 조작 장치를 의도적으로 부착했는 지 여부를 집중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제환경단체인 그린피스는 4일 "독일 연방도로교통청(KBA)이 현대차·기아 10개 모델을 대상으로 실제 운행 중 배기가스 배출량 검사를 실시한 결과 10개 모델 모두에서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기준치를 초과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전했다.

그린피스는 10개 모델 중 현대차·기아의 유럽시장 주력 모델인 i20·ix30·싼타페·투싼·쏘렌토의 질소산화물 배출량 검사 결과를 입수해 분석했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이 검사에서 현대차 i20은 903.09㎎을 배출해 유로6의 기준인 ㎞당 허용치 80㎎보다 최대 11.2 배나 많이 배출했다. 

현대차 ix35는 1118.28㎎을 배출해 유로5 기준 ㎞당 180㎎보다 최대 6.2배 많은 질소산화물이 검출됐다. 

독일 환경단체 DUH가 유로6 기준으로 실시한 검사에서도 현대차 i20은 질소산화물을 기준치보다 10.8배 많은 ㎞당 861㎎ 배출했다. 

기아 쏘렌토는 490㎎ 기준치의 6.1배, 현대차 싼타페는 421㎎로 5.3배의 질소산화물을 배출했다.

i30은 331㎎, 투싼은 329㎎를 배출해 질소산화물 배출이 기준치보다 4.1배 많았다. 

독일 정부는 2015년 폭스바겐의 배기가스 저감장치 조작 사건인 ‘디젤게이트’를 계기로 실제 운행 환경에서 진행하는 배기가스 검사를  화석연료 차량 전반으로 확대했다. 

KBA와 DUH 두 곳이 2015년부터 2018년까지 검사 업무를 수행했다.

이 기간에 검사를 받은 현대차·기아 10개 모델은 모두 실제 도로 운행 중 배기가스 검사에서 실험실 인증검사 때와 비교해 훨씬 많은 유해 배기가스를 배출했다는 것이다.

그린피스는 "현대·기아차가 배기가스 조작 장치를 의도적으로 부착했는 지를 조사하기 위해 독일 검찰이 현대·기아차의 현지 사무소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전했다. 

독일 환경청 교통국장 출신으로 DUH에서 배기가스 검사 업무를 맡고 있는 악셀 프레데릭 박사는 "우리가 실제 도로에서 주행 측정을 한 모든 현대차·기아 모델에서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기준치를 초과했고 10.8배 초과한 사례도 있었다"며 "이는 현대·기아차가 다양한 조작 장치를 사용하고 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이어 "이 가운데는 실험실 인증 검사 환경을 탐지할 경우 배출가스 정화 성능을 높이는 장치와 미리 설정된 온도 범위에서만 배출가스 정화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고 그 외 온도에서는 정화 작용을 멈추거나 작동 수위를 낮추는 장치도 있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은서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현대차·기아는 친환경 전기차 전환을 선도하는 것처럼 홍보만 할 게 아니라 2030년 이전 전 세계 시장에서 내연기관차 판매를 중단하는 것과 같은 실질적이고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달라"고 촉구했다. .

벤자민 스테판 그린피스 자동차 캠페이너는 "2015년 디젤게이트 이후 폭스바겐과 메르세데스의 배기가스 조작 차량 수백만 대가 리콜됐고 이들 자동차 업체들을 상대로 경유차 등 화석연료 차량 판매 중단을 요구하는 그린피스 캠페인도 본격화했다"며 "현대차·기아는 폭스바겐, 메르세데스와 같이 배기가스 검사를 통과하기 위해 불법 조작 장치를 단 제조업체 목록에 합류했다"고 말했다.

앞서 그린피스는 현대차 측에 이번 검사 결과의 확인을 요청했다. 

또한 현대차·기아에 ▲독일 당국으로부터 받은 검사 및 조사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할 것 ▲독일 이외 한국 등 전 세계 다른 시장에서 불법 배기가스 장치를 사용한 사례가 있는지 즉각 밝힐 것 ▲내연기관차 판매에 주력하면서 친환경 기업인 양 홍보하는 그린워싱을 멈추고 2030년 글로벌 시장에서 내연기관차 판매를 멈출 것 등 세 가지 사항을 요구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독일 당국의 조사와 관련해 당사 입장을 성실히 소명할 예정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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