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노위 '조정중지' 결정..노조, 18일 1차 경고 파업 예정
노조 "관리자 눈밖나면 한달 수입 포기…최악 노예조항"
우정사업본부 "파업 중 불법행위 법에 따라 엄정 조치"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 광장에서 열린 전국택배노조 우체국 본부 전국 간부결의대회에서 참석자들이 '노예계약 저지' 등을 주장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 광장에서 열린 전국택배노조 우체국 본부 전국 간부결의대회에서 참석자들이 '노예계약 저지' 등을 주장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포쓰저널=서영길 기자] 우정사업본부(우본) 노사 분쟁에 대해 중앙노동위원회가 ‘조정중지’ 결정을 내리면서 우체국택배 파업이 가시화됐다.

화물연대 총파업으로 산업계가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는 가운데 우체국택배까지 총파업에 돌입하면 물류 대란이 국민 일상생활에까지 확산될 수 밖에 없을 전망이다.

14일 노동계에 따르면 전국택배노동조합 우체국본부 노조는 중노위 조정 결렬에 따라 쟁의권을 확보하며 우본을 상대로 18일 1차 경고 파업에 나선다.

노조는 이날 오전 서울 서대문구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총파업 일정 등을 밝힐 예정이다.

노조는 우본이 다음달 1일부터 적용하는 위탁배달원 계약서가 '쉬운 해고' 등 노예계약성 독소조항을 포함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본은 노조에 제시한 계약서 내용들은 합리적이라며 “파업 중 불법행위가 발생하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조치하겠다”는 입장이다.

우체국택배 노사는 택배 박스당 차감액 범위와 택배물량, 임금인상률 등에서 이견을 보이며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다.

노사 양측은 2월부터 수차례의 임금교섭을 통해 4월 말 △개인구분율에 따른 차감액 89원 조정 △올해 7월 3%, 내년 1월 3% 수수료 인상 △2022년 7~12월 임금삭감 분에 대한 ‘중재’ 신청 공동 진행 등을 잠정 합의했다.

하지만 우본이 지난달 13일 새로운 계약서를 노조 측에 전달하며 교섭이 결렬됐다는 게 노조 측 설명이다.

노조는 우본이 택배물량을 축소해 실질적으로 임금을 깍으려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단체협약에 따라 기존 계약서에는 일 평균 190개, 주 평균 950개를 기준 물량으로 정했지만 우본이 제시한 계약서에는 일 기준, 주 평균 기준이 사라지고 ‘연 배달물량’ 기준으로 바뀌었다.

노조 관계자는 “이는 지역별, 각 총괄국 집배 정원, 위탁정원 등을 고려한 총 연간 물량으로 기존 물량을 기준으로 하면 8% 가량 삭감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수료 인상율과 관련해서도 합의된 내용은 7월부터 3% 인상이었지만 우본이 제시한 단가표에 따르면 인상율이 2.4%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사측이 ‘계약정지’ 등의 쉬운 해고와 관련된 내용도 새 계약서에 끼워넣었다고 했다.

계약정지 조항에는 (노조 관련) 현수막 부착, 배송의무 없는 규격 외 물품 미배송, 서비스 개선 등 관리팀장 요구 거부 등에 대해 △1차 서면경고 △2차 10일 계약정지 △3차 30일 계약정지 △4차 계약해지 등 쉬운 해고를 명문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노조 관계자는 “노조 활동으로 현수막을 붙이거나, 고객이 민원을 넣거나, 관리자의 눈 밖에 나면 (계약정지로 인해) 월 수입의 3분의 1에서 한달 수입을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며 “그 어느 계약서에서도 본 적이 없는 우체국 택배노동자들을 노예로 만드는 최악의 조항”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과로사방지 사회적합의 이후 우본은 기존 급여에 분류작업 비용이 포함돼 있다는 이유로 요금은 요금대로 올리고 수수료는 수수료대로 삭감하려는 이중적 행태를 보여왔다"며 "임금교섭을 진행하기로 합의했지만 임금교섭 막바지에 우본은 이 모든 것을 뒤엎는 노예계약서를 들이밀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우본은 보도자료를 내어 "19회 협의를 거쳐 수수료 인상율을 정하고 예산 확보에 노력하기로 4월 29일 노사 간 잠정합의했다“면서 ”하지만 노조가 잠정합의를 철회하고 중노위에 조정 신청 후 최초 요구 인상안(약 10%)을 다시 제시하고 경고 파업 결정을 내렸다"고 반박했다.

우본은 또 “위탁배달원의 소득 감소를 고려해 종전 2년에 한 차례 인상했던 수수료를 이번에는 두 차례 인상키로 했지만 노조가 받아들이지 않았다”고도 했다.

우본은 노조가 계약서 개정안에 대해 쉬운 해고와 노예 계약이라고 주장하는 데 대해서도 반박했다.

우본은 “현 계약서에는 ‘고객 정보 유출, 정당한 사유 없는 배달 거부, 중대 민원의 반복적 유발’에 대해 즉시 계약을 해지하거나 정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하지만 개정안은 발생 횟수에 따라 단계적인 조치를 규정해 오히려 위탁배달원에게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이어 "지금까지 택배노조와 협의해 왔던 것처럼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해결점을 모색해 나가겠다"면서도 "파업 중 불법행위 발생 시에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파업으로 인해 우체국택배를 사용하는 일반 이용자와 화주들이 불편을 겪을 전망이다.

우체국택배는 시장점유율 10%의 업계 4위 사업자다. 3800여 명의 소포 위탁배달원 중 2500여 명의 조합원이 파업에 참여하면 하루 멈추는 택배 물동량은 47만5000여개(1인당 하루 배송 물량 190개 기준)로 업계에서는 추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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