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기, 성폭행 집유 기간 중 계열사 취업
DB하이텍서는 석달간 7억 급여까지 챙겨
성폭력처벌법은 취업금지 등 규제 '구멍'
경제개혁연대 "부도덕한 일...총수 특혜"

가사도우미를 성폭행하고 비서를 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김준기 전 DB그룹(옛 동부그룹) 회장이 2월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가사도우미를 성폭행하고 비서를 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김준기 전 DB그룹(옛 동부그룹) 회장이 2월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포쓰저널=오슬기 기자] 성폭행과 강제추행 등 혐의로 회장직에서 물러난 김준기 DB그룹 전 회장이 집행유예 기간 동안 DB그룹사 두 곳에 미등기 임원으로 취업해 상반기 동안 7억원 상당의 급여를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횡령'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가석방 이후에도 취업제한 논란에 휩싸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성 범죄자도 일정기간 상장회사 등 사회적 영향력이 큰 회사에는 취업을 금지하는 방향으로 관련 법령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DB그룹 각 계열사의 분기·반기보고서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DB하이텍에 4월1일 미등기 비상근 경영자문으로 취업했고 이후 6월까지 총 6억9500만원의 급여를 받았다. 평균 월급이 2억3천만원인 셈이다.

그는 DB그룹 지주사 (주)DB에도 3월1일 미등기 임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DB에서 김 전 회장이 받은 보수는 5억원을 넘지 않아 공시 되지 않았다.

김 전 회장은 2016년 2월부터 2017년 1월까지 자신의 별장에서 일한 가사도우미를 성폭행·성추행하고 2017년 2월부터 5개월간 비서를 성추행한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았다.

항소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대법원에 상고했다가 5월 4일 취하하면서 형이 확정돼 집유 상태에 있다. 

성 범죄로 유죄 확정판결을 받고 집행유예 기간 동안 자신이 오너십을 가진 회사에 재취업해 급여까지 받은 사례는 김 전 회장이 거의 유일하다. 

'국정농단' 사건으로 횡령 유죄판결을 받은 이재용 부회장의 경우 취업제한 규제에 묶여 있고 급여는 이미 재판 이전 시점 부터 받지 않고 있다.

성 범죄가 횡령 등 재산범죄에 비해 사회적 비난 정도가 덜하지 않다는 점에서 취업제한 법령을 성범죄자에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취업제한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특경법)상 5억원이상 횡령, 배임, 사기, 공갈의 경우에만 적용된다.

이 부회장 외에 금호석유화학 박찬구 회장, 삼양식품 김정수 총괄사장 등도 이 규정을 적용받았다.  다만 김 총괄사장은 법무부로부터 취업 승인을 통해 경영에 복귀한 상태다. 

김준기 전 회장에 적용된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성폭력처벌법)에는 성범죄 유죄 확정범에 대한 취업제한 규정이 없다.

강정민 경제개혁연대 팀장은 "(김준기 전 회장이) 급여를 받았다는 것은 성범죄 유죄판결을 받고서도 취업을 한 것이라고 볼 수 있는 부도덕한 일"이라며 "김 전 회장이 명확하게 어떤 역할을 하는 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라  '총수 특혜'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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