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금강산관광지구를 시찰했다고 23일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 캡처/뉴시스

[포쓰저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북협력의 상징인 금강산 내 남측 시설 철거를 지시, 독자 개발의지를 밝혔다. 정부와 현대그룹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금강산관광 주 사업자인 현대아산 측은 22일 입장문을 내고 "관광재개를 준비하고 있는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보도에 당혹스럽지만, 차분히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의 의중이 금강산관광 사업에서 남측의 간섭을 받지 않겠다는 의도로 해석되는 만큼 관련 사업의 직접 당사자인 현대그룹에는 충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금강산관광지구에는 해금강호텔, 온정각, 옥류관, 온천빌리지, 구룡마을, 금강빌리지 등 현대아산의 재산을 비롯해 정부 소유의 건물과 공공기관, 이산가족면회소 등의 건물이 있다.

현대그룹은 지난해 4월 판문점 선언 이후 남북 교류 기대감이 커지면서 현정은 회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남북경협 태스크포스팀(TFT)'을 구성하는 등 전사적으로 준비해 왔다.

지난해 9월 ‘평양 공동선언 합의서'에도 환경이 조성되는 대로 금강산 관광사업의 정상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언급됨에 따라 기대감이 컸다.

지난해 11월에는 금강산 현지에서 관광 20주년을 기념하는 남북공동행사를 열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하노이 담판’이 결렬되며 북측은 금강산에서 개최가 추진되던 고(故) 정몽헌 전 회장의 16주기(8월4일) 추모 행사가 무산되는 등 상황이 나빠졌다.

금강산관광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집권 시절 현대그룹과 함께 추진한 대표적인 남북 경협사업이다.

현대그룹은 금강산 관련 해금강-원산지역 관광지구 토지이용에 대한 50년 사업권을 보유한 상태다.

개성공단 입주기업들로 구성된 개성공단기업협회도 김정은 위원장의 금강산 관광지 내 남측 시설물 철거 지시를 내린 것과 관련해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협회 관계자는 "(상황이)굉장히 안좋다고 본다"며 “정부가 눈치만 볼 것이 아니라 보다 적극적으로 문제해결에 임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개성공단기업협회는 앞서 공단 시설점검을 위한 방북 신청을 9차례 진행, 지난 5월 통일부로부터 방북 승인을 받았지만 5개월째 방북을 하지 못하고 있다.

재계도 향후 남북 관계가 개선돼도 국내 기업이 선뜻 남북 경협에 나서지 못 할 것이란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북측과 언제든지 협의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상민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관련 사항에 대해 북측이 요청할 경우 우리 국민의 재산권 보호, 남북 합의의 정신, 금강산관광 재개와 활성화 차원에서 언제든지 협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이재정 대변인도 이날 현안 브리핑을 통해 "국제사회의 대북재제와 북미대화의 난항이라는 어려움 앞에서 남북교류가 일정부분 답보상태에 놓일 수밖에 없던 상황적 한계도 없지 않았다"며 "지금이라도 남과 북은 차분한 진단과 점검을 통해 남북 상호간 교류와 협력을 진척시키기 위한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고 밝혔다.

북한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에 따르면 김정은 위원장은 금강산관광지구를 시찰하며 남측과 함께 진행했던 금강산 관광사업을 맹비난하면서 남측 시설물의 철거를 지시했다.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이 "손쉽게 관광지나 내어주고 앉아서 득을 보려고 했던 선임자들의 잘못된 정책으로 금강산이 10여 년간 방치됐다"며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남측시설들을 남측의 관계 부문과 합의해 철거하고 금강산의 자연경관에 어울리는 현대적인 봉사시설들을 우리 식으로 새로 건설하라"고 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세계적인 관광지로 훌륭히 꾸려진 금강산에 남측 동포들이 오겠다면 언제든지 환영하겠지만, 관광 사업을 남측을 내세워 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데 대해 공통된 인식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총 개발계획을 새로 수립하고 고성, 비로봉 해금강 등 관광지구를 3∼4단계 별로 건설하라”며 금강산 건설을 구체적으로 지시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의 금강산관광지구 시찰에는 리성추 여사, 장금철 통일전선부장, 김여정 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 마원춘 국무위원회 설계국장 등이 동행했다.

김 위원장은 고성항, 해금강호텔, 금강산호텔, 금강산옥류관, 금강펜션타운, 구룡마을, 온천빌리지, 가족호텔, 제2온정각, 고성항횟집, 고성항골프장, 고성항출입사무소 등 남조선 측에서 건설한 대상과 삼일포와 해금강, 구룡연 일대를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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