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자료사진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자료사진

[포쓰저널=김성현 기자] 김명수 대법원장을 포함한 대법관들이 지난 19~20일 LG그룹 소유 곤지암리조트 및 화담숲 일대에서 비공개로 진행한 워그숍 관련 비용 1천여만원을 열흘이 되도록 지불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LG측은 29일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를 문제삼을 태세를 보이자 그 때서야 법원행정처에 관련 비용을 청구했다.

채이배 의원실과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29일 오전 채 의원이 "LG가 대법관 워크숍 관련 비용 1066만원을 아직 청구하지 않았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한 뒤 LG 측이 법원행정처에 관련 비용을 달라는 청구서를 발송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지난 20일 포쓰저널 취재당시에는 관련 비용 전액을 자신들이 현장에서 지불했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행사 당일은 물론 열흘쯤 경과한 시점까지 대법원은 관련 비용을 LG에 전혀 지불하지 않고 있었던 셈이다.

화담숲의 경우 입장료가 1만원인데 사전에 표를 끊지 않으면 출입을 할 수 없다. 곤지암리조트도 전 객실이 LG 서브원 소유여서 일반인들의 경우 사전 예약과 비용지급 절차를 거치지 않으면 객실 대여가 불가능하다. 

더구나 LG그룹은 현재 구씨 오너 일가 14명이 탈세 혐의로 무더기로 기소되어 있어 법원의 눈치를 살필 수 밖에 없는 처지다.

대법관들의 행태가 법적으로도 문제될 소지가 다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은 법관 등 공무원은 직무와 관련해 대가성 여부를 불문하고 금품 등을 받거나 요구 또는 약속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관 워크숍은 대법원 스스로 주장하듯이 공무수행 일정 중 하나인데, 대법원은 관련비용을 열흘 가량 합리적 이유없이 지불하지 않고 있었다. 공무 관련 비용 지급을 이처럼 지체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애초부터 LG측이 관련 비용을 대기로 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는 이유다.

?20일 오전 경기도 곤지암 화담숲에서 김명수 대법원장(앞줄 왼쪽)과 김선수·민유숙·박상옥 등 대법관 일행이 LG측이 배치한 화담숲 전문 해설가의 설명을 들으며 단풍놀이를 즐기고 있다. /사진=염지은 기자
?20일 오전 경기도 곤지암 화담숲에서 김명수 대법원장(앞줄 왼쪽)과 김선수·민유숙·박상옥 등 대법관 일행이 LG측이 배치한 화담숲 전문 해설가의 설명을 들으며 단풍놀이를 즐기고 있다. /사진=염지은 기자

법적인 문제를 떠나 양승태 대법원 시절 '사법농단' 수사로 법원 전체가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인 상황에서 대법관들이 워크숍을 핑계로 사실상 단풍놀이를 하고 왔다는 것에 대한 비판도 드세다.

채이배 의원은 이날 국감에서 “대법관 다해서 13명이다. 1박2일 워크숍을 가는데 1000만원이나 들어가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일각에서는 (대법관들이) LG그룹의 접대를 받은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채 의원이 대법원에서 받은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대법원장과 대법관이 참여한 워크숍은 2013년부터 이달까지 6년간 7차례 열렸다.

매번 800만원에서 1500만원에 이르는 예산이 쓰였다. 워크숍 일정은 유명 휴양지 리조트에서 2시간 정도의 세미나 외에는 주로 관광으로 채워졌다.

지난 19~20일 워크숍에선 LG그룹 소유의 곤지암리조트를 숙소로 정하고 세미나 역시 리조트 내 LG회의실을 이용했다.

둘째 날에는 LG그룹 계열사인 상록재단과 서브원이 관리하는 화담숲에서 단풍놀이를 하는 일정을 보냈다.

대법관들이 1박 2일 동안 머문 객실료는 593만원이었다. 워크숍 인원은 법원직원을 포함해 18명이었는데, 그렇게 쳐도 상당히 비싼 숙박비다.

식사와 다과비용에도 369만원이 들어갔다. 화담숲 입장료, 기타 비용을 합쳐 총 1066만8200원이 1박2일 워크숍 경비로 책정됐다.

대법원이 대법관 13명과 관계자 5명의 1박 2일 워크숍 일정에 사용할 비용을 책정한 금액. LG그룹은 해당 비용을 아직 법원행정처에 청구하지 않은 상태다. /단위=원, 표=채이배 의원실
대법원이 대법관 13명과 관계자 5명의 1박 2일 워크숍 일정에 사용할 비용을 책정한 금액. LG측은 해당 비용을 열흘 동안 받지 않고 있다가 채이배 의원이 29일 문제를 제기하자 서둘러 청구서를 보냈다. /단위=원, 표=채이배 의원실

지난달 28일 서울중앙지검 조세범죄수사부(부장검사 최호영)는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친부인 구본능 희성그룹회장과 고모인 구미정씨 등 14명의 LG그룹 총수일가와 전·현직 LG그룹 재무관리팀장 2명을 탈세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은 LG 총수일가가 2007년부터 지주회사 ㈜LG와 LG상사 주식 수천억원을 100여차례 걸쳐 장내 거래하면서 세금 할증 등을 피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은 이날 국정감사에서 LG그룹 총수일가의 기소 사실에 대해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대법관들의 LG 휴양지 워크숍에 대해 특별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채이배 의원은 “검찰로부터 기소되어 있는 기업이 운영하는 곳에 대법관들이 방문하여 단풍놀이를 즐기는 것이 과연 적절한지 의문”이라며 “특히 사법농단 사건으로 삼권분립이 훼손되고, 사법부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마당에 자성의 자리가 아니라, 그야말로 먹자판, 놀자판 이었다는 것은 조직 기강의 해이를 넘어 법원이 사태의 심각성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LG그룹 관계자는 "법원에 청구 내용 등을 정확히 확인해 봐야할 사항"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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