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는 끊이지 않는 비리로 인해 안팎에서 강도 높은 반부패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지난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금지법) 입법 과정에서 변호사는 법 적용 대상에서 빠졌다.

입법 과정에 개입된 이들은 법조계의 부패에 대해 무지했을까. 아니다. 김영란법 원안을 만든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은 판사 출신의 변호사 자격 소지자다. 대법관을 지낸 뒤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지만 가능성은 열려 있다. 남편은 검사 출신으로 대중에게 잘 알려진 강지원 변호사다. 전관예우를 비롯한 각종 법조계 비리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사람들이다.

법안을 심사하고 통과시킨 국회의원들 역시 법조계 출신이 많다. 핵심적 역할을 맡은 법제사법위원회에는 변호사 출신의 위원장은 물론이고 검사, 판사 출신의 위원들이 포진하고 있다.

그럼에도 최종 결과는 변호사 대신 언론과 사립학교 교원들이 김영란법 적용의 대상이 됐다. 이 결과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기자들과 사립학교 교사들, 그리고 언론사와 사립학교 직원들의 부패 문제가 변호사나 법조 브로커들의 부패 문제보다 심각하다는 의미일까.

2012년 12월 판사 출신으로 법사위 소속인 서기호 정의당 의원은 이른바 '브로커검사법'이라는 변호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직 검사 등이 변호사로 개업한 가족이나 지인에게 사건을 알선해 주는 비리를 뿌리 뽑자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 개정안은 발의된 지 2년 넘게 법사위 심사에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서 의원은 11일 메트로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개정안과 관련해) 이해관계가 걸린 사람이 많다"며 "우선 여야의 합의가 필요하고, 검찰청을 비롯한 법무부와 대법원이 적극적으로 나와야 하고, 국민적 (지지) 여론이 광범위하게 형성되는 등 3박자가 맞아야 법안 통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 의원은 법안을 발의한 주인공이면서도 법안 통과 가능성을 낮게 봤다.

국회는 그 동안 여론이 들끓을 때는 개혁안을 논의하는 모습을 보이다가도 상황이 지나가면 법안을 내팽개치는 행태를 반복해 왔다. 서 의원은 변호사법 개정안이 19대국회 임기만료와 함께 폐기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개정안과 밀접한 이해관계에 있는 변호사들도 달가워하지 않는 분위기다. 서울 서초동 법원가의 한 법무법인 변호사는 "대외적으로는 듣기 좋은 명분을 대겠지만 자신들의 밥줄을 건드리는 법안에 반대하는 거야 당연한 일 아니냐"고 말했다. 검찰청의 검사나 법원의 판사 역시 공직을 떠나면 변호사로 일하게 된다. 서 의원은 "(개정안에 대해) 법무부와 대법원이 소극적"이라고 했다.

브로커검사법보다 넉 달 앞서 원안이 만들어진 김영란법은 당초 국회통과 가능성이 낮게 점쳐졌다. 브로커검사법과 마찬가지 이유였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로 인한 여론의 압박이 없었다면 묻혀 사라질 가능성이 높았다.

김 전 위원장은 전날 서강대 기자회견에서 "김영란법이 이 자리(국회 통과)까지 온 건 기적같은 일"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저는 지금도 공직사회의 반부패문제를 새롭게 개혁하고 차츰 2차적으로 기업, 금융, 언론, 사회단체 등을 포함하는 모든 민간분야로 확대하는 것이 효율적이고, 그 범위와 속도, 방법의 문제는 따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해 한계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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