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화 카이스트(KAIST) 교수

▲ 이민화 KAIST 교수

정부가 4차 산업혁명의 대표적 산업인 스마트시티와 자율주행차, 드론 산업을 육성을 위해 일정 기간 규제를 면제 또는 유예시켜 주는 ‘규제 샌드박스’를 도입하기로 했다. 4차 산업혁명은 미래 사회 문제를 기술과 기술, 산업과 산업의 융합을 통한 해결로 구현된다.

그런데 현실과 가상이 초융합하는 4차 산업혁명에서는 개별 기술보다 융합 규제가 더 결정적 역할을 한다. 질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융합혁신을 위한 규제 개혁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4차 산업혁명은 ‘인간을 위한 현실과 가상의 융합’이라고 필자는 정의한다. 인간의 욕망을 현실과 가상을 융합하는 디지털 트랜스폼과 아날로그 트랜스폼 기술들로서 충족하고자 하는 혁명이라는 의미다. 이러한 관점에서 스마트 시티, 자율주행차와 드론의 규제 개혁을 살펴보기로 하자.

스마트 시티는 사물인터넷, 빅 데이터, 클라우드와 인공지능 등의 기술로 인간의 삶을 최적화하는 미래도시다. 국토교통부는 새롭게 조성하는 ‘국가 시범도시’를 자율주행차와 드론 등 미래신산업의 자유공간화할 수 있도록 규제 샌드박스와 각종 특례를 도입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기존 도시의 스마트 공간활용을 위한 ‘혁신성장 진흥구역’과 지자체의 스마트시티 서비스를 뒷받침하는 자가망 연계 분야와 민간 서비스 활용 등의 제도개선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스마트시티 등에 모든 규제가 면제되는 자율주행 규제 샌드박스를 도입해 무인 자율주행 택시 등 혁신적인 미래 서비스를 시범 운영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그동안 임시운행허가를 신청할 때마다 안전성을 검증해야 했던 자율주행차의 시험운행 요건은 앞으로 동일한 차량에 한해 서류 확인만으로도 가능하다. 하차 시 시동을 끄도록 하는 운전자 의무규정과 제작·성능기준인 안전기준도 마련된다. 2020년 자율주행차가 시중에서 판매될 수 있도록 하는 준비작업이다. 자율주행을 지원하는 스마트도로와 정밀도로지도 등 인프라에 표준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국토부는 규제 샌드박스와 더불어 민간에서 직접 상용화 테스트하기 어려운 드론 분야를 선정해 ‘규제 완화+재정 지원’을 통해 조기 상용화 계획을 발표했다. 샌드박스 구역 내에서 각종 규제나 인·허가를 일괄의제하는 등 자유로운 시험환경을 조성할 계획이다.

한편, 드론 분류기준도 재정비해 기존 무게·용도 중심 드론 분류체계를 위험도·성능 기반으로 고도화하고 규제가 차등 적용될 예정이다. 완구류급 드론은 고도제한이나 제한구역 비행금지 등 필수사항 외 규제를 풀고, 고성능 드론은 안전성 인증, 조종자격 및 보험 등 안전관리를 강화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계획이 아니라 성과다. 국토부의 계획이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예상되는 걸림돌을 제거해야 한다. 이러한 걸림돌 중 굵직한 3가지를 살펴보자. 첫 번째 걸림돌은 클라우드 규제다. 스마트 시티, 자율주행차와 드론에 공통 필수 요소는 현실과 가상을 연결하는 클라우드다. 지금의 혁신도시에 이전한 공공기관들은 불행히도 클라우드 서비스에서 차단돼 있다. 결국 클라우드 고속도로가 없는 스마트시티는 사상누각이 될 것이다.

두 번째는 빅 데이터의 부족이다. 4차 산업혁명은 데이터 혁명인데 빅 데이터를 구성하는 비식별화 데이터의 사용은 엄격히 제한돼 있다. 결국 자율주행차와 드론의 핵심인 인공지능의 식량인 빅 데이터의 부족 사태가 당연히 예상된다. 비식별 데이터는 활용하되, 재식별화를 엄격히 규제하는 전향적인 규제 개혁이 4차 산업혁명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세 번째는 정책 당국자의 기술이해 부족이다. 4차 산업혁명으로 가는 길은 미지와 혼돈의 영역이다. 신산업 정책은 안개 속 운전과 같이 섬세해야 한다. 기술에 대한 통찰력이 부족한 정책들이 한국의 신산업 추락의 원인이라는 것이 불편한 진실이다. 내공있는 정책 책임자의 육성을 촉구하는 이유다.

3대 신 산업 육성을 위한 정부의 규제 개혁 의지는 적극 환영한다. 그러나 구호를 넘어 성과를 내기 위한 3대 쓴 소리도 환영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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