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서비스 외국인력 도입의 쟁점과 과제' 국회 토론회
남우근 '돌봄서비스업 외국 인력 도입 논의에 대한 비판적 검토' 주제 발표
"요양보호사 자격증 소지자 250만명..4분의 1만 일해"

2024년 3월 28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돌봄서비스 외국인력 도입의 쟁점과 과제' 토론회에서 남우근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이 발표하고 있다. /사진=박소연 기자
2024년 3월 28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돌봄서비스 외국인력 도입의 쟁점과 과제' 토론회에서 남우근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이 발표하고 있다. /사진=박소연 기자

[포쓰저널=박소연 기자] 한국은행이 돌봄 인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선 외국인 노동자 도입과 최저임금 적용 완화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한 것에 대해 "제도적 맥락을 무시한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돌봄인력난는 국내 인력 자체의 부족 때문이 아니라 열악한 처우 탓인 만큼 돌봄 서비스의 공공성을 감안해  보수 인상, 근무환경 및 인식 개선 등을 위한 정책 대안이 우선이라는 지적이다.

29일 학계에 따르면 전날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돌봄서비스 외국인력 도입의 쟁점과 과제' 토론회에서 남우근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돌봄서비스업 외국 인력 도입 논의에 대한 비판적 검토' 주제 발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토론회에서는 최근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 차등 적용 내용을 담은 한국은행 보고서와 관련해 전문가들의 논의가 진행됐다.

한국은행은 5일 '돌봄서비스 인력난 및 비용 부담 완화' 보고서에서 돌봄서비스 부문의 인력난을 완화하기 위해 외국인에 대한 고용허가제 대상 업종에 돌봄서비스업을 포함하고 돌봄서비스 업종의 최저임금을 상대적으로 낮게 설정하는 방안 등을 제시한 바 있다.

남 소장은 이에 대해 "제도적 맥락을 고려치 않은 막무가내 제안"이라고 지적했다.

최저임금제도가 없는 싱가포르, 국제노동기구(ILO) 제111조 차별금지협약을 비준하지 않은 홍콩, ILO 비회원국인 대만 등은 한국과 제도적 여건에서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남 소장은 "최저임금이 상당수 노동자들의 실질적 최고임금으로 작동하고 있는 한국의 경우 최저임금 차등적용은 해당 직종에게는 사활을 건 문제가 될 수 밖에 없다"며 "임금차별 문제도 인권 및 국제법적 문제를 야기할 뿐만 아니라 돌봄서비스 노동시장의 불안정성을 촉발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한국은 싱가포르, 홍콩 등과는 전혀 다른 사회적, 제도적 맥락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돌봄 인력수급 문제에 대해 부족이 아닌 불균형의 문제를 먼저 살펴야 한다는 주장이다. 

남 소장은 "돌봄노동자의 돌봄서비스 노동시장 진입 동기, 이탈 이유, 신규 진입 장벽 등을 파악해 수급 불균형의 특성을 분석하고 이에 걸맞는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요양보호사 자격증 소지자가 250만명이지만 실제로는 60만명 정도만 일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남 소장은 "자격증 소지자의 4분의 1 정도만 일을 하고 있다. 그리고 계속 노동 시장에서 자의반 타의반으로 이탈을 하고 있다"며 "신규 진입도 잘 안 되고 자격증 유휴자가 또 재진입을 하기가 좀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이런 문제가 좀 더 살펴져야 된다. 절대적 부족의 문제인지, 수급의 불균형의 문제인지"라며 두 가지가 완전히 다른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은행은 절대적 부족의 문제로 접근을 하고 있는데 사실은 거기에 대해서 충분한 검토가 되지 않았다"고 했다. 

돌봄인력 부족의 원인은 일자리의 열악함에서 비롯된다고 강조했다. 

남 소장은 "최저임금에 맞춰진 저임금 일자리, 호출형노동에 따른 상시적 고용불안, 비인격 대우, 성희롱 등 사회적 저평가, 근골격계질환 등 육체적 부하, 과도한 감정노동을 수반하는 노동 특성, 경력이 제대로 인정되지 않는 시간제 임금, 경력개발을 할 수 없는 인력관리 체계 등 여러 실태조사를 통해 이미 충분히 밝혀진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또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일자리 역할을 하지 못하는 현재의 고용환경이 노동시장 이탈 요인이며, 자격증을 취득하고도 신규진입을 꺼리게 만든다"고 했다. 

남 소장은 "열악한 일자리 질과 인력수급의 난맥상은 단지 재정투입을 늘리거나 제도를 부분적으로 변경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고 밝혔다. 

그는 "근시안적이고 도구주의적 관점에서 문제에 접근하는 행정당국이 1차적인 문제의 소재지이지만 사회구성원 그 누구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암묵적 카르텔 구조 속에서 돌봄을 둘러싼 문제가 확대재생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돌봄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남 소장은 "돌봄의 공공성에 대해, 돌봄노동의 가치에 대해, 사회적 돌봄의 국가책임에 대해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고 했다. 

어떤 돌봄을 만들 것인지는 고용개선을 통한 서비스 질 향상으로 돌봄의 필요를 충족하고 이것이 돌봄 재원 확충으로 이어지는 고진로(High Road) 전략과 열악한 돌봄 일자리와 질 낮은 서비스, 그 결과인 돌봄재정 취약의 악순환이 이어지는 저진로(Low Road) 전략을 선택할 것인지의 문제임을 지적했다.  

남 소장은 "이는 사회구성원의 공감대를 어떤 방향으로 형성해 갈 것인가의 문제"라며 "공감대 형성의 일차적인 책임을 부담하고 있는 정부의 돌봄 철학의 문제이고 또한 정부를 추동하고 견인해야 할 시민사회의 몫"이라고 밝혔다. 

이번 토론회는 한국노동조합총연맹·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참여연대 공동주관, 이자스민 녹색정의당 의원·더불어민주당 노동존중실천단·돌봄공공성회복와 돌봄권 실현을 위한 시민연대·전국요양보호사협회·한국가사노동자협회의 공동주최로 열렸다. 

최혜자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장을 좌장으로 남 소장과 조혁진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이 발제를 진행했다. 

양난주 대구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최영미 한국노총 전국연대노조 가사·돌봄지부장, 박지아 민주노총 법률원 변호사, 정영섭 이주노동자평등연대 활동가, 김이오 한국여성민우회 성평등복지팀 활동가, 이재인 고용노동부 외국인력담당관실 서기관, 전인수 보건복지부 사회서비스일자리과 행정사무관이 토론 패널로 참석했다.

2024년 3월 28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돌봄서비스 외국인력 도입의 쟁점과 과제'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박소연 기자
2024년 3월 28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돌봄서비스 외국인력 도입의 쟁점과 과제'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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