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KDI 노동시장 세미나'
서영경 금통위원 '노동시장 구조 변화의 거시경제적 영향' 발제

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통합별관에서 열린 '한국은행-KDI 노동시장 세미나'에서 서영경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박소연 기자
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통합별관에서 열린 '한국은행-KDI 노동시장 세미나'에서 서영경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박소연 기자

[포쓰저널=박소연 기자] 올해부터 2차 베이비무버 세대(1964~1974년생)의 은퇴가 본격화되면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대폭 잠식되는 만큼 노동시장에서 고령인구 활용도를 높히는 것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고령인구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선 외국 사례를 참조해 정년 연장, 부분고용 유지 등을 적극 추진할  필요성이 있다는 제언도 나왔다. 

5일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KDI) 주최로 서울 중구 한국은행 통합별관에서 열린 '한국은행-KDI 노동시장 세미나'에서 서영경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은 모두발언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서 위원은 '노동시장 구조 변화의 거시경제적 영향'을 주제로 노동시장의 구조 변화와 이에 따른 거시경제적 영향, 대응을 위한 향후 과제를 제시했다.

서 위원은 "고령인구의 활용도 제고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서 위원은 "1차 베이비부머의 은퇴가 벌써 이뤄져서 950만명이 있다"며 "올해부터 은퇴가 시작되는 2차 베이비부머, 1964년부터 1974년생 인구가 1차 베이비부머인 950만명보다는 좀 적지만 거의 700만명을 넘기 때문에 이러한 고령인구를 어떻게 활용하는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했다. 

또 "저출산 해결도 중요하지만 출산율이 반등하더라도 청·장년층의 고용 조달로 이어지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당장 고령인구의 생산성을 제고하는 것이 급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서 위원은 정년 연장과 부분고용 유지 등을 통해 노동 공급 감소 완화시 경제성장률 제고 효과가 있다는 점을 제시했다. 

서 위원은 "다른 나라의 사례를 보면 정년 연장이라든가  부분고용을 통한 보다 신축적인 제도, 임금 체계 또는 노인 벤처의 지원 등을 통해서 보다 생산성 있는 일자리 기회를 제공하는 등 다양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고용률을 2023년 수준에서 유지하면 2차 베이비부머의 은퇴로 인해 잠재성장률이 0.38% 잠식될 것으로 예측됐다.

반면에 고용률이 과거 추세와 같은 수준이거나, 과거 추세보다 빠르게 상승하면 잠재성장률 잠식 정도는 각각 0.24%, 0.16%로 줄일 수 있다. 

2차 베이비부머의 은퇴가 잠재성장률에 미칠 영향./ 자료='한국은행-KDI 노동시장 세미나' 
2차 베이비부머의 은퇴가 잠재성장률에 미칠 영향./ 자료='한국은행-KDI 노동시장 세미나' 

 

서 위원은 노동시장 구조 변화로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노동공급 둔화 △노동시간 감소 △고용의 미스매치를 꼽았다. 

노동공급 둔화와 관련해 취업자수 증가 폭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서 위원은 취업자수 증가와 관련해 "팬데믹 이전에 연평균 34만명, 팬데믹 이후에 50만명 등 인구 증가세를 상회하는 높은 증가세를 보여왔다"며 "2022년 82만명을 정점으로 작년에 33만명, 올해 23만명, 내년에는 10만명대 후반 그리고 그 이후에는 10만명대 초반으로 노동 공급이 점차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노동공급의 감소는 생산가능인구를 15세 이상 64세 이하 기준으로 봤을 때 그 인구 자체가 절대적으로 감소하는 것으로 돌아서는 데다 한국의 인구 구성이 1차와 2차 베이비부머의 은퇴로 고령화 비중이 높아지면서 평균 경제활동참가율이 낮아지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노동시간 감소와 관련해서는 "실업률은 꾸준히 하락해서 작년 4분기 2.6%로 사상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며 "여성과 고령층을 중심으로 노동 공급이 증가하는 이유도 있겠지만 1인당 근로시간이 빠르게 감소하는 것도 하나의 배경"이라고 했다.

과거 2교대로 하루에 2명이 필요한 업무가 3교대로 3명이 필요하게 되고, 기업은 해고를 줄인다거나 퇴사를 줄이고 신규 채용을 늘리는 방식으로 대응해 노동 수요가 늘어나는 경우를 예로 들었다. 

고용의 미스매치와 관련해서는 노동시장의 수급 미스매치가 팬데믹 이후 전체적으로 완화된 것으로 봤다. 

다만 미스매치가 개선된 건 노동공급이 확대된 대면서비스 업종에 국한됐다고 그는 지적했다. 

기술수준별로 보면 저기술 서비스업에서는 수급의 미스매치가 개선됐으나, 고기술 서비스업에서는 높은 경색(tightness)이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종별로는 최근 돌봄서비스, 농림어업, 제조관련직, 청소·기타 개인, 음식서비스 등의 저기술 직종과 화학·환경, 정보통신, 전기·전자 등 고기술 직종에서 인력난이 동시에 증대된 것으로 파악됐다. 

노동시장 구조 변화의 거시경제적 영향과 관련해서는 성장과 물가 측면으로 나눠 설명했다. 

성장 측면에서 노동공급 감소, 노동시간 축소, 미스매치 심화는 모두 성장률 하락 요인으로 지목됐다. 

서 위원은 "생산가능 인구의 둔화와 1인당 근로시간 감소는 이미 성장의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고용률은 그동안 상승하면서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을 했지만 앞으로는 고령인구가 늘어나 평균 고용률이 하락하면서 성장 기여도가 축소될 전망"이라며 "가장 큰 문제는 노동생산성이 빠르게 둔화되고 있다는 점"이라고 짚었다. 

물가 측면에서 노동공급 감소의 경우 임금협상력 증가로 이어져서 물가의 상승 압력으로 작용한다는 견해와 고령화가 수요 감소를 통해서 물가의 하방 압력으로 작용한다는 상반된 견해가 공존하고 있다. 

여성고용의 생산성 제고도 강조했다. 

한국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연령별 여성 고용률/사진=한국은행-KDI 노동시장 세미나 모두연설 '노동시장 구조 변화가 거시경제에 미치는 영향' 자료
한국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연령별 여성 고용률/사진=한국은행-KDI 노동시장 세미나 모두연설 '노동시장 구조 변화가 거시경제에 미치는 영향' 자료

 

한국의 연령별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을 보면 20대 후반의 경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높았다.  

서 위원은 "30대에 떨어졌다가 40대에 다시 올라가는데 문제는 남성과 여성 간 성별 임금 격차가 40대 이후에 본격적으로 확대된다는 것"이라며 "짐작하다시피 경력 단절이 발생했다가 다시 재취업을 하지만 그 이전 임금 수준의 고용으로는 돌아가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또 "경력 단절이 발생하지 않고 초기의 여성의 생산성이 유지될 수 있도록 직장 문화라든가 일·가정 양립 문화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여성 청년층 고용증가가 비혼·만혼·저출산으로 이어지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서 위원은 최근 출산율 급락과 관련해 주거비 증가가 영향으로 작용했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그는 "이 여성고용 통계를 보다가 좀 특이하게 본 것은 한국의 합계 출산율이 2015년까지는 1.4명, 1.2명에서 횡보를 하다가 갑자기 2016년 이후에 떨어지기 시작을 해서 최근에 0.6대로 거의 절반으로 갑자기 수직적으로 떨어졌다"고 했다. 

서 위원은 "2016년도에 무슨 일이 있었나 생각을 해보니 그때 전세대출에 대한 공공기관의 보증이 늘어나면서 전세대출이 많이 늘어났다"며 "이런 주거비 증가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생각이 되고 또 이외에도 다른 요인이 있을 것 같아서 왜 이렇게 2010년대 중반에 갑자기 저런 구조적 변화가 발생했는지 그것도 추가적으로 살펴봐야 될 이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고용의 양극화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서 위원은 "경제가 발전할수록 중숙련, 반복 노동자의 비중이 줄어들고 고숙련, 저숙련 비중이 늘어나는 이러한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는데 한국과 미국을 비교해 보면 한국은 저숙련 비중이 보다 늘어났다"고 진단했다. 

또 "이런 양극단에서 수급의 미스매치가 심하기 때문에 이 미스매치에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고 이 부분에 대해 외국인 고용자 도입을 허용해서 대응하는 것도 하나의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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