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영연구원 'CES2024 나타난 혁신테마' 보고서
"온디바이스 생성형 AI·SDV 화두, 다수 기업 협력 필요"

/메르세데스 벤츠
/메르세데스 벤츠

 

[포쓰저널=문기수 기자] 기업들이 소프트웨어·부품에만 국한되지 않는 풀 스펙트럼 관점에서 전자·가전은 물론 자동차·에너지 기업까지 연결하는 포괄적 협력을 고민해야 할 것으로 분석됐다.

18일 LG경영연구원에 따르면 배은준·오기연 연구원은 최근 펴낸 'CES 2024에서 나타난 혁신 테마' 보고서에서 올해 CES 2024에서 나타난 혁신 테마로 '온 디바이스 생성형 인공지능(On-device Generative AI)'와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Software Defined Vehicle)'를 꼽고 이같이 제안했다.

보고서는 CES에서 보여진 기업들의 움직임을 통해 생성형 AI가 클라우드에서 사용자의 디바이스로 들어오고, 자동차가 스마트폰과 같은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바뀌면서 가져올 혁신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올해 CES의 두 가지 테마가 갖는 공통점은 쉽지 않은 기술 혁신을 요구하고, 특정 기업 혼자서 할 수 있는 혁신이 아니라 다수 기업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점이라고 분석했다.

전자 기업과 자동차 기업이 협력해야 할 이유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며 자동차 부품 사업에서 새로운 성장 기회를 찾으려는 전자 기업들은 이미 자동차 기업들과 긴밀한 협력을 이어오고 있다고 했다.

여기에 더해 에너지 관점에서 전기차와 가전을 연결하는 협력이 시작되고 있고, SDV 개발을 위해 전자 기업이 보유한 소프트웨어 역량도 중요 한 협력 기회가 되고 있다고 했다.

보고서는 생성형 AI도 두 진영의 협력 테마에 추가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했다.

이런 시각에서 최근 국내외 기업들의 소프트웨어·부품, 가전·전기차 관련 움직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 온디바이스 GenAI, 자동차가 앞서간다

보고서에 따르면 자동차 기업들은 CES에서 전자 기업 못지 않은 주인공으로 자리매김하면서 두 진영은 더욱 빠르게 서로를 닮아가는 추세다.

자동차 기업들은 SDV 트렌드를 계기로 전자 기업의 영역이라고 생각되던 소프트웨어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고, 전자 기업들은 새로운 성장 기회를 찾아 자동차 산업에 속속 진입하고 있다.

이처럼 닮아가는 두 진영이 올해 CES에서는 생성형 AI에 대해서도 공통의 관심을 보여 줬다.

오히려 자동차 기업들이 전자 기업들보다 생성형 AI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운전으로 인해 사용자 행동 제약이 큰 자동차 환경에서 음성에 대한 고객 니즈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구글과 협력해 2025년부터 음성 비서(Voice Assistant)를 탑재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BMW는 아마존, 폭스 바겐은 오픈(Open) AI와 협력하는 방식으로 생성형 기반 Voice Assistant를 탑재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현대차는 2022년 인수한 포티투닷(42dot) 을 통해 13억 개 파라미터를 가진 언어 모델을 자체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전자 기업들도 AI를 강조했지만, 자동차 기업과 같은 협력 계획을 발표하거나, 메르세데스벤츠와 같은 구체적인 기능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 전체 자동차 산업의 화두 'SDV'

이번 CES에서는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주도 테마였던 SDV가 자동차 부품 기업, 반도체 기업, 빅테크 기업 등 전체 자동차 산업을 대표하는 트렌드로 자리매김했다.

OEM은 물론, 자동차 부품 업체들까지 SDV 개념을 도입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도체 및 빅테크 기업들은 SDV에 특화된 솔루션을 공개하면서 자동차 산업에서 입지를 넓혀가고 있었다.

CES에서 SDV 화두를 먼저 꺼낸 것은 반도체 기업 인텔의 CEO인 팻 갤싱어다. 그는 ES 키노트에서 자체 설계한 SDV 전용 SoC(System on Chip)를 공개했다.

인텔의 SDV용 SoC는 SDV 차량의 ‘두뇌’로, 복잡한 소프트웨어를 통합적으로 제어·관리할 수 있고, 대용량의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고성능 컴퓨팅을 구현했다.

기존 자동차가 수십 개의 차량용 반도체로 구성된 PC 수준이었다면, 인텔의 SDV용 SoC를 탑재한 자동차는 고성능 컴퓨팅 서버를 가지게 된다.

인텔의 또 하나의 흥미로운 시도는 자동차용 ‘개방형 칩렛(Chiplet) 플랫폼’이다. OEM들이 SoC 구성 요소를 직접 선택하는 방식으로 각 차량에 최적화된 반도체를 구성할 수 있게 해주는 개념이다.

UCLe3라는 개방형 표준을 활용해 서로 다른 Chip을 연결해 SoC를 구성하는 방식으로 인텔은 이를 ‘Mix and Match’ 방식이라고 부른다. OEM 입장에서는 보 다 낮은 비용으로 맞춤화된 고성능 SoC 를 확보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SDV 벽에 부딪힌 OEM들은 빅테크 기업과 더욱 긴밀하게 협력한다.

이번 전시장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OEM은 메르세데스벤츠와 현대차다. 메르세데스벤츠는 2020년 발표했던 ‘MB.OS’ 운영체제에 생성형AI 를 더한 ‘MB.OS1’을 공개했다. GenAI 기반 ‘음성 비서’를 도입해 운전자와 보다 자연스럽게 대화할 수 있게 된 것은 물론이고, 운전자.의 감정까지 인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현대차는 키노트를 통해 자동차를 ‘끊임없이 학습하고 개선되는 AI 머신’으로 정의했다. 또 자체 대규모 언어 모델(Large Language Model, LLM)을 개발해 자율주행, AI 어시스턴 트를 구현해 나간다는 목표를 밝혔다.

하드웨어 중심에서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개발 방식을 전환하는 SDV에 그치지 않고, 소프트웨어에 AI까지 접목시키는 ‘AI Defined Vehicle’ 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 자동차 부품 업체들의 초점도 소프트웨어

보고서는 자동차 부품 기업들도 SDV 전환에 맞춰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기능을 추가하는 데 부심하고 있다고 했다.

마그나는 이번 CES에서 ‘4세대 구동모터’를 공개했는데 핵심 기술인 냉각 성능 유지 ‘Active Fluid Control’ 기능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간다는 계획을 밝혔다.

디스플레이 기업들도 SDV를 화두로 자동차에 더 크고, 더 많은 디스플레이를 탑재해야 하는 이유를 SDV에서 찾고 있다.

당초 자동차 OEM들은 운전에 집중해야 하는 환경 특성 상 물리적인 버튼 이 바람직한 자동차 UI라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계기판과 조수석까지 디스플레이로 뒤덮는 ‘Pillar-to-Pillar’ 디스플레이가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차량 내 디스플레이 확대는 자동차가 하드웨어 중심에서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얼마나 바뀌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가늠자 역할을 한다.

소프트웨어는 하드웨어를 보조하는 수단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동차 성능을 지속적으로 개선, 차량 생명 주기를 연장시키는 핵심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SDV가 구현되면 사용자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마치 스마트폰과 같이 새로운 기능을 사용할 수 있게 되고 차량의 보안, 안전성도 향상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각종 차량 기능도 보다 손쉽게 개인화·맞춤화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차량 사용 가능 기간이 늘어나고, 중고 차량 가격 하락도 최소화할 수 있다.

OEM도 차량 개발기간이 단축되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재사용 등을 통해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된다. 소프트웨어 구독과 같은 새로운 방식으로 새로운 매출을 창출할 수 도 있다.

보고서는 SDV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자동차를 구성하는 각 모듈별로 통합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분리하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구조를 재정의해야 할 뿐 아니라 자동차 개발방식까지도 재구성해야 한다고 했다.

또 SDV가 사용자와 OEM에게 매력적인 개념이지만, 실제 구현에는 많은 시간과 자본이 소요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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