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9월 7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국제해양방위산업전 MADEX2023'에서  최초 공개된 HD현대중공업이 차세대 한국형 구축함 KDDX 모형. /HD현대중공업
2023년 9월 7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국제해양방위산업전 MADEX2023'에서  최초 공개된 HD현대중공업이 차세대 한국형 구축함 KDDX 모형. /HD현대중공업

[포쓰저널] 경찰이 문재인 정부 당시 7조원대 '한국형 차기 이지스 구축함'(KDDX) 사업의 입찰비리 의혹과 관련, 왕정홍(66) 전 방위사업청장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섰다.

3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중대범죄수사과는 왕 전 청장을 직권남용 등 혐의를 받는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하고 지난달 초 그의 자택과 휴대전화를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지난해 8월에도 같은 의혹으로 방사청을 압수수색한 바 있다.

KDDX 사업은 6천t급 미니 이지스함 6척을 2030년까지 배치하는 사업이다. 

2020년 방사청이 주관한 기본사업설계 사업자 입찰에서 HD현대중공업이 0.056점 차이로 경쟁업체인 한화오션(당시 대우조선해양)을 제치고 선정됐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방사청이 현대중공업 측에 유리하도록 입찰 규정을 바꾼 정황을 포착해 방사청 고위 관계자를 입건하고 방사청을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해왔다.

방사청이 KDDX 기본설계 입찰 공고를 내기 8개월 전인 2019년 9월에 보안 사고를 낸 업체는 감점을 주도록 한 '제안서 평가 업무 지침' 규정을 삭제됐는데, 이 과정을 왕 전 청장 등이 주도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해당 규정은 방위산업기술 유출과 관련해 형사처벌 시 받는 감점이 당초 3점에서 1.5점으로 줄었고 감점적용 기간도 2년에서 1년으로 단축됐다. 방첩사령부(당시 안보지원사령부)의 처분 통보를 받으면 0.5~1.5점을 깎도록 돼 있었던 규정은 삭제됐다.

당시 현대중공업은 KDDX 개념설계도를 빼돌려 보관해온 혐의로 방첩사령부의 불시 보안감사에 걸려 직원 10여명이 수사를 받던 상황이었고 실제 이 가운데 8명은 작년 4월 유죄가 확정됐다.

현대중공업은 이 KDDX 기밀 자료 유출 사건으로 해당 규정이 변경되지 않았으면 감점을 받아 경쟁사에 뒤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경찰은 압수품 분석과 관련자 조사를 마치는 대로 왕 전 청장을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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