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넥슨, 메이플스토리·버블파이터 확률형 아이템 관련 소비자기망 행위"
넥슨 "2010~2016년 당시 확률 관련 법 없었다..조사 범위 지나치게 넓어" 항변
넥슨 큐브 환불 민사소송 대법원 계류중...2심 이용자 일부 승소

제주 제주시 넥슨컴퓨터박물관 외벽에 메이플스토리 20주년을 기념한 아트워크가 그려져있다./사진=넥슨
제주 제주시 넥슨컴퓨터박물관 외벽에 메이플스토리 20주년을 기념한 아트워크가 그려져있다./사진=넥슨

[포쓰저널=문기수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넥슨의 메이플스토리 확률조작 사건에 대해 3년간 조사 끝에 116억원의 과징금 처분을 내렸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넥슨코리아가 온라인 PC게임인 메이플스토리 및 버블파이터 내에서 판매하는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을 소비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고도 이를 누락해 알리지 않거나, 거짓으로 알린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116억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3일 밝혔다.

넥슨은 2108년 온라인 게임 서든어택에서 판매하던 확률형 아이템 관련 거짓, 기만행위에 대해서 공정위의 제재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메이플스토리 및 버블파이터 게임 운영과정에서 소비자 기만 행위가 확인됐다.

공정위는 넥슨은 2010년 5월 메이플스토리에서 게임 내 캐릭터의 능력치를 높일수 있는 확률형 아이템 큐브를 도입, 반복구매를 유도하는 등의 방법으로 매출을 높이고자 했다.

큐브는 메이플 스토리 전체 매출액의 약 30%를 차지하며 수익을 견인하고 있다.

넥슨은 큐브 판매과정에서 이용자들이 원하는 잠재옵션이 적게나오거나 나오지 않도록 큐브의 확률구조를 이용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고도 이용자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

넥슨은 확률구조에 대해 ▲‘이용자들이 모험을 하며 알아갈 수 있는 내용’이라고 답변하거나 ▲이용자의 확률 관련 문의에 대해서도 ‘빠른 답변 진행은 고객의 재문의 접수 시점만 당기므로 적절한 시점까지 답변 진행을 홀드’하라고 내부적으로 지시하는 등의 방법을 사용해 이용자에게 확률 관련 정보를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

넥슨은 2010년 5월 큐브를 도입할 당시에는 모든 옵션의 확률을 균등하게 설정했지만, 4개월 뒤인 같은해 9월 유저들이 선호하는 옵션이 덜 나오도록 인기옵션에 가중치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확률구조를 변경하고도, 이를 이용자들에게 알리지 않았다.

대표적으로 넥슨은 2011년 8월4일부터 2021년 3월4일까지 약 10년간 큐브를 사용해 나오는 옵션 중 이용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중복옵션인 ‘보보보’, ‘드드드’, ‘방방방’ 등이 아예 출현하지 않도록 확률구조를 변경하고도 이용자에게 그 사실을 공지하지 않았다.

또한, 2011년 8월4일 공지를 통해 ‘큐브의 확률 구조 변경 사항이 없고, 기존과 동일하다’는 내용으로 거짓 공지하기도 했다.

메이플스토리 외에도 넥슨의 버블파이터와 관련한 거짓, 기만행위도 적발됐다.

넥슨은 자신이 서비스하는 버블파이터 게임 내 이벤트인 ‘올빙고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애초에는 매직바늘을 사용하면 언제나 골든 숫자카드가 나올 수 있도록 확률을 부여했다.

하지만, 10차 이벤트부터 29차 이벤트까지는 매직바늘을 5개 사용할 때까지는 골든 숫자카드 출현 확률을 0%로 설정, 6개 이상 매직바늘을 사용하는 경우에만 일정확률로 골든 숫자카드 획득이 가능하도록 확률을 설정했다.

이같이 골든숫자카드 획득 확률을 변경하고도 이벤트 공지를 통해 ‘매직바늘 사용시 골든 숫자가 획득된다’고 거짓으로 공지했다.

공정위는 확률형 아이템에서 가장 중요한 상품 정보는 확률인데, 무형의 디지털 재화 특성상 판매자가 관련정보를 공지하거나 거짓으로 알린다면, 소비자가 이를 알수 없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넥슨의 행위는 소비자 선택결정에 중요한 사항을 누락해 알리거나, 거짓으로 알리는 것으로 소비자 유인의 가능성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넥슨은 법위반 기간인 2010년 9월15일부터 2021년3월4일까지 약관에 따라 449회에 걸쳐 게임내 변경사항을 공지하면서도 소비자에게 불리한 확률 변경내용만은 알리지 않았다.

또한, 수많은 이용자들의 확률 의심 문의와 확률 정보 공개 이후 환불 요청 등 수많은 민원이 있었다는 점을 통해 소비자 유인 가능성이 확인된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공정위는 넥슨의 행위가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법률(전자상거래법)’의 거짓된 사실을 알리거나 기만적 방법을 사용해 소비자를 유인하거나 소비자와 거래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2021년 넥슨의 ‘환생의 불꽃’ 사태로 촉발된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넥슨 이용자들의 확률공개 요구는 제도적인 변화를 이끌어냈다.

게임이용자들의 확률형 게임 확률공개 요구는 지난해 3월 게임사 등에 대해 확률형 아이템 종류 및 종류별 공급 확률정보 등을 표시하도록 한 ‘게임산업진흥에 관한법률’로 이어졌다. 해당 법은 2024년3월22일부터 시행된다.

법개정과 별개로 공정위는 넥슨에 대한 직권조사를 진행한 끝에 과징금 및 시정조치 처분을 내리게 됐다.

공정위는 올해3월 게임산업법 개정안 시행 이후 게임사가 공개한 확률형 아이템 정보가 거짓으로 의심되 문화체육관광부가 추가 검증 등 조사를 의뢰할 경우 협업을 계속해 나갈 계획이다.

넥슨은 ”공정위의 조사가 시작되기 이전인 2021년 3월 확률정보를 공개해 자발적으로 재발장지를 위한 개선을 완료했다“며 ”공정위 심사 과정에서 저희의 소명이 충분히 받아들여지지 않은점이 있어, 의결서를 전달 받은 후 면밀하게 살펴보고 이의신청이나 사범부의 판단을 받는 방안 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넥슨은 공정위의 결정을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면서도, 공정위의 조사범위가 지나치게 넓었다고 토로했다.

”2021년 메이플스토리에 관한 확률 문제가 제기됐고, 공정위가 3년간 조사 끝에 결과를 발표하게 됐다“며 ”이번 사안은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에 대한 고지 의무가 없었던 2016년 이전의 일로 현재의 서비스와는 무관한 사안“이라고 항변했다.

이어 ”공정위에서 문제로 지적한 2010~2016년은 전 세계적으로 게임 확률을 공개하지 않던 시기“라며 ”공정위는 전 세계 어디에서도 법적 의무, 사례가 없었던 시기의 사안에 대해 위반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넥슨은 또 "당시 이용자들과의 신뢰회복을 위해 2021년 12월 전세계 최초로 게임 내 각종 확률형 콘텐츠의 실제 적용결과를 쉽게 조회할 수 있는 모니터링 시스템 ‘넥슨 나우’를 도입하는 등 많은 노력을 해왔다"고 했다.

"이번 공정위 결정에 참고인으로 참여한 한양대 법학전문대 황성기 교수의 발언도 참고해달라"고도 했다.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황성기 교수는 “법적으로나 자율규제 상으로 확률 공개 의무가 없던 시기에 소비자의 알권리 보장 차원에서 기업이 확률을 공개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이전의 과거 확률을 공개하지 않았다고 위법행위로 처분을 내린 것은 행정적 제재를 위해 준수해야 하는 ‘과잉금지원칙 내지 비례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이번 처분은 확률공개 의무가 없던 시점에 공개되지 않은 모든 확률 변경 행위에 대해 처벌될 수 있음을 방증하는 결정으로 국내 게임산업 시장의 법적 안정성을 저해할 것으로 우려 된다“고 밝혔다.

이번 처분과 관련해 공정위에 넥슨을 직접 신고한 당사자인 게임이용자 김준성씨는 ”과징금 액수가 전자상거래법 위반 사안으로 역대 최대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이번 사안의 심각성과 중대성이 공식적으로 받아들여 진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이번 공정위 결정이 이용자들의 피해를 보상하는 내용은 아니기 때문에, 이용자들에 대한 배상 또는 환불이 다루어지고 있는 민사소송 대법원 판결도 좋은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준성씨는 공정위 신고 이후 법원에 ”넥슨의 큐브 확률조작 때문에 입은 피해(큐브 구매 금액)를 보상해달라“라며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민사소송 1심은 원고 패소로 끝났지만, 2심에서 원고 일부승소로 결과가 뒤집혔고, 현재 소송은 대법원으로 넘어가 상고심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소송 대리인인 이철우 변호사는 ”이번 공정위 처분은 확률형 아이템을 게임 관련법이 아닌 전자상거래법상 전자상품의 일부로 보고, 판매자인 게임사가 소비자에게 기망행위를 저질렀다고 판단한 것에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정위 판단은 대법원 판결에도 영향을 끼칠것으로 보고 있다“며 ”나아가 다른 게임 내 확률형 아이템 관련 분쟁에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보여진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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