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에즈운하 막혀 항로 희망봉 우회
벌크선 피랍도..중동 근해 긴장감 고조

/HMM
/HMM

[포쓰저널=서영길 기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무장정파 하마스의 전쟁 여파가 HMM에도 불똥이 튀었지만 운임 상승 기대감으로 주가는 급등했다.

이란을 뒷배로 둔 예멘 후티 반군이 수에즈 운하를 지나는 선박에 잇달아 공격을 가하면서 HMM은 수에즈 운하 대신 희망봉으로 항로를 변경했다.

한국 기업의 물품을 실은 불가리아 국적 벌크선도 예멘 근해에서 납치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중동 지역 해상 교통 긴장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HMM은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 전장 대비 14.12% 상승한 1만7450원에 장을 마감했다.

HMM 주가가 1만7천원대를 찍은 건 8월 이후 근 4개월만에 처음이다.

HMM은 그동안 KDB산업은행·한국해양진흥공사의 영구채 주식전환과 매각 이슈에다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 하락 등으로 인해 지지부진하다 이날 근래 보기 드문 급등세를 보였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HMM은 15일 홍해를 지나던 2만4000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대분)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HMM 더블린호'에게 이집트 수에즈 운하가 아닌 남아프리카공화국 희망봉 노선으로 우회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HMM 더블린호는 지난달 27일 부산에서 출발해 아시아를 지나 홍해와 지중해를 잇는 이집트 수에즈 운하를 거쳐 유럽으로 향할 예정이었다.

HMM은 국내에서 유럽 정기 노선을 운영하는 유일한 선사다.

하지만 하마스에 대한 지지를 선언한 바 있는 후티 반군이 최근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에 대응한다는 명목으로 수에즈 운하를 드나드는 선박 중 이스라엘과 관련이 있는 선박들을 향해 무차별 공격을 가하며 HMM은 우회 결정을 내렸다.

수에즈 운하가 아닌 아프리카 최남단 희망봉을 돌게 되면 6500㎞를 더 항해해야 해 소요 기간이 7∼8일 더 걸린다.

후티가 통제를 선언한 홍해 입구 바브엘만데브 해협은 수에즈 운하와 이어진 세계 물류의 동맥이다. 전 세계 해상 컨테이너 물동량의 30% 정도, 상품 무역량의 12%가량이 이 수송로를 이용한다.

후티의 위협 때문에 수에즈 운하 대신 아프리카 남단 희망봉을 돌아 유럽과 아시아를 오가는 선박들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유럽으로 부정기 노선을 운영하는 국내 벌크선사 팬오션의 경우 홍해 운항 시 우회를 포함해 선원과 화물의 안전 확보를 위한 방안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세계 최대 컨테이너 선사인 스위스 MSC를 비롯해 글로벌 해운사들도 수에즈 운하를 피해 희망봉으로 우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세계 2위 해운사인 덴마크 머스크 역시 수에즈 운하를 지나 예멘 앞바다를 통과할 예정이던 모든 선박에 운항을 일시 중단하라는 지침을 내리고 희망봉 앞을 통과하는 우회로를 이용하라고 지시했다.

HMM과 같은 해운동맹에 속한 독일 최대 컨테이너 해운사 하파그로이드도 최소 18일 동안 홍해 통과를 중단하기로 했다.

아울러 최근 예멘 근해에선 한국 기업의 물품을 실은 벌크선이 납치되는 일도 벌어졌다.

18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몰타 선적 불가리아 벌크선 MV루엔은 14일 예멘과 소말리아 근처 아라비아해에서 구조신호를 보냈다.

4만톤(t)급 벌크선인 MV루엔은 불가리아 국적인 선주가 개인적으로 운용하는 선박으로, HMM의 의뢰로 동유럽으로 향하는 국내 철강업체의 철광석 등이 실려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불가리아 매체들은 MV루엔에 타고 있는 선원들의 국적이 불가리아, 미얀마라고 전했다. 한국 국적의 선원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AP통신은 MV루엔에 대한 공격을 자처한 세력이 없지만 소말리아 해적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소말리아 해적의 활동은 최근 뜸하다가 자국과 중동의 정세불안이 심화하자 다시 기승을 부릴 우려를 사고 있다.

저작권자 © 포쓰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