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2월 1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제15대 은행연합회장 취임식에서 조용병 은행연합회장이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은행연합회
2023년 12월 1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제15대 은행연합회장 취임식에서 조용병 은행연합회장이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은행연합회

[포쓰저널=박소연 기자] 조용병(66) 신임 은행연합회장이 1일 취임사에서 "은행 입장이 아니라 국민 입장에서 공감할 수 있는 상생 방안을 마련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발 '상생금융'이 화두인 가운데 은행업계 얼굴 격인 조 회장이 이를 재차 강조하면서 향후 은행권의 관련 논의가 주목된다.

조 회장은 이날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에서 취임식을 갖고 15대 은행연합회장에 올랐다. 조 회장의 임기는 이날부터 3년이다. 

신한금융지주 회장을 지낸 조 회장은 신한금융 출신이 은행연합회장에 취임한 첫 사례다. 

조 회장은 취임사에서 은행산업이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 ‘기본’, ‘변화’, ‘상생’을 언급했다. 

조 회장은 "기본을 튼튼히 하자"며 "고객을 항상 중심에 두고 고객 니즈에 부합하는 고객맞춤형 상품을 제공하고 금융소비자보호에 더욱 힘써야 하겠다"고 했다. 

또 "더욱 높아진 국민의 기대치에 부합하는 고도화된 내부통제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 회장은 "은행의 변화를 추구하자"며 "은행은 앞으로 금융-비금융을 아우르는 플랫폼 혁신을 통해 테크 기업들과 경쟁·협력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인공지능(AI)의 양면성을 심도 있게 고려해 AI 활용을 통해 은행경영의 혁신을 이뤄내는 동시에, 윤리적 문제나 금융안정성에 미치는 영향은 최소화해 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조 회장은 "국민 눈높이에 맞는 상생을 실천하자"며 "경제생태계가 활력을 되찾을 수 있도록 은행이 많은 노력을 했음에도 국민의 신뢰를 되찾기 어려웠던 이유를 고민해 보고, 은행 입장이 아니라 국민 입장에서 공감할 수 있는 상생 방안을 마련해야만 한다"고 했다. 

조 회장은 1957년생으로 1984년 신한은행에 입행해 글로벌사업그룹 전무, 경영지원그룹 전무, 리테일부문장 겸 영업추진그룹 부행장,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대표이사 사장, 신한은행장 등을 지냈다. 2017년 신한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에 올라 2연임했다.

◆ 조용병 은행연합회장 취임사 전문. 

은행연합회 가족 여러분! 반갑습니다.

40년 가까이 금융계에 몸담으면서 은행연합회와는 많은 인연을 이어 왔는데, 연합회의 가족으로서 함께하게 되어 매우 기쁜 마음입니다.

사원은행 대표 여러분!

어려운 국민경제 상황으로 은행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해진 시기에 저를 믿고 중책을 맡겨 주신 점 깊이 감사드립니다.

국민경제의 회복과 은행산업의 발전을 위해 맡은 바 소임을 다하고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지난 3년간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디지털 혁신과 금융-비금융 융합, 소비자보호 강화와 지배구조 개선, 글로벌 경쟁력 제고 등을 통해 은행산업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신 김광수 회장님께도 깊은 존경과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김광수 회장님과 함께 은행산업 발전을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헌신해 오신 은행연합회 임직원 여러분께도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사원은행 가족 여러분!

저는 제15대 은행연합회장으로서 첫 발을 내딛는 오늘,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이 자리에 섰습니다.

우리 경제는 글로벌 공급망 경색과 중국의 경기침체 우려, 가계부채 문제 등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코로나19의 상흔이 채 아물기도 전에 高금리·高물가·高환율로 대변되는 ‘3高’ 현상이 발생하여 국민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실물경제의 기초체력도 약화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국가경제가 어려움에 처해 있는 시기에 은행은 국민의 냉엄한 평가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그간 우리 은행권은 혁신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과제뿐만 아니라, 은행의 공공성과 사회적 책임 이행 또한 마찬가지로 중요한 과제로 강조해 왔지만, 오늘날의 어려운 경제 상황과 외부의 평가에 비추어 볼 때, 국민의 기대에 부응할 만큼의 노력을 하였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은행이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서라도 사회에 비추어지는 우리의 모습을 직시하고, 은행이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비판적으로 성찰해 보고자 합니다.

첫째, 은행이 기본을 지켰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국민의 신뢰 없이는 은행은 존재할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최근에는 부실한 내부통제로 인한 금융사고가 잇달아 발생하여 국민께 큰 실망을 안겨주었습니다.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에서도 내부통제 강화를 위한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안이 마련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또한, 은행이 고객중심경영을 늘 외쳐 왔지만, 고객 니즈에 맞는 금융서비스 제공과 금융소비자보호에 부족한 점은 없었는지 살펴봐야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비록 지금까지 은행이 양호한 건전성과 풍부한 유동성을 유지하고 있지만, 변화하는 디지털 환경에서도 충분한 대응력을 유지하는 수준인지도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둘째, 혁신을 위한 노력이 충분했는지 점검해야 합니다. 

오랜 노력에도 은행은 여전히 전통적인 사업구조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은행의 플랫폼 경쟁력 또한 경쟁 테크 기업에 비해 여전히 아쉬운 수준입니다.

현재의 편중된 수익구조와 불충분한 디지털 경쟁력은 은행이 혁신을 회피하고 쉬운 영업에 치중한다는 인상을 주어 은행의 수익창출 노력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초래한 것이 사실입니다.

은행이 더욱 가치를 제고하고 이를 통해 사회에 더 큰 기여를 하기 위해서는 은행이 먼저 과감한 혁신가의 모습으로 변화해야만 하겠습니다.

셋째, 은행의 고통분담 노력에 대해 성찰해야 합니다.

우리 사회에서 은행의 역할은 가계·기업과 함께 경제생태계를 구성하고 경제의 선순환에 기여하는 것입니다. 경제생태계가 파괴되면 그 속의 은행도 존속할 수 없음은 자명한 사실이므로, 경제생태계의 지탱과 발전을 위해 국민과 상생하는 것 또한 은행의 책무라 하겠습니다.

은행은 그간 가계와 기업을 위해 의지가 되는 버팀목이자 재기를 위한 디딤돌이 되고자 노력해 왔지만, 국민 눈높이에는 미치지 못한 것이 현실입니다.

생태계 전체를 거시적으로 바라보기보다는 미시적인 방안을 고민해온 것이 그 원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은행은 국민 눈높이에 맞춘 진정성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합니다. 저는 지금까지의 성찰을 토대로 은행산업이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 ‘기본’, ‘변화’ ‘상생’의 순서로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첫째, ‘기본’을 튼튼히 합시다!

은행은 경제의 혈맥으로서 실물경제의 성장을 돕고 자산형성의 기회를 제공해온 한편, 위기 시에는 경제의 방파제로서 충격을 흡수하고 어려움에 처한 가계와 기업을 지원해 왔습니다.

앞으로도 은행이 본연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기본에 다시금 충실해야 합니다.

우선, 고객을 항상 중심에 두고 고객 니즈에 부합하는 고객맞춤형 상품을 제공하고 금융소비자보호에 더욱 힘써야 하겠습니다.

또한, 더욱 높아진 국민의 기대치에 부합하는 고도화된 내부통제 체계를 구축하여야 합니다.

앞으로 임원의 책임이 강화되고 책무구조도가 도입되는 등 다양한 제도 변화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은행은 이러한 제도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내부통제체계를 강화하여 국민 신뢰를 회복해야만 합니다.

마지막으로, 새로워진 디지털환경을 반영하여 더욱 견고한 안전판을 마련해야 합니다.

오늘날의 플랫폼 금융에서는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정보유통과 자금이동의 속도가 빨라졌을 뿐만 아니라, 은행의 경쟁자 또한 다른 금융회사뿐만 아니라 테크 플랫폼 등으로 다양화된 점을 고려하여, 더욱 기민한 자세로 치밀한 건전성과 유동성 관리가 필요합니다.

둘째, 은행의 ‘변화’를 추구합시다!

은행은 앞으로 금융-비금융을 아우르는 플랫폼 혁신을 통해 테크 기업들과 경쟁·협력해야 합니다.

또한, AI의 양면성을 심도 있게 고려하여 AI 활용을 통해 은행경영의 혁신을 이뤄내는 동시에, 윤리적 문제나 금융안정성에 미치는 영향은 최소화해 나가야 하겠습니다.

은행은 또한 글로벌 진출을 통해 대한민국 경제영토 확장을 위한 노력에도 동참해야 할 것입니다.

ESG 경영을 통해 환경과 사회를 위한 책임경영과 투명한 지배구조 확립을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성장을 추구해 나가는 것 또한 소홀히 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셋째, 국민 눈높이에 맞는 ‘상생’을 실천합시다!

은행은 경제생태계의 일원으로서 구성원 모두와 협업·공생하고 효율적인 생태계가 유지되도록 촉진하여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경제생태계가 활력을 되찾을 수 있도록 은행이 많은 노력을 했음에도 국민의 신뢰를 되찾기 어려웠던 이유를 고민해 보고, 은행 입장이 아니라 국민 입장에서 공감할 수 있는 상생 방안을 마련해야만 합니다.

은행연합회도 사원은행·금융지주, 그리고 국회·당국·언론과 소통할 뿐만 아니라 국민의 목소리를 귀 기울여 듣고 은행이 국민들에게 더 큰 가치를 제공하기 위한 디딤돌로서의 역할을 다 하겠습니다.

은행연합회 가족 여러분!

사원은행이 우리 국민경제의 버팀목이 될 때 은행연합회는 사원은행의 디딤돌이 되도록 합시다!

사원은행 가치 증진이라는 공동의 목표 아래 팀워크를 발휘하면, 정확한 방향으로 속도감 있게 변화를 주도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여러분 모두 전문성이 뒷받침된 열정을 가지고 급변하는 경제 환경 속에서 은행을 위한 정확한 네비게이터이자 예민한 센서가 되어 주셔야만 합니다.

적극적인 소통으로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의 열정과 진심을 사원은행 가족 모두에게도 전파하여 변화를 주도해 나가시기를 당부 드립니다.

우리 모두 소수정예 금융리더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은행산업의 내일을 열어가는 큰 힘이 됩시다!

사원은행 가족 여러분!
그리고 은행연합회 가족 여러분!

우리는 코로나의 긴 터널을 벗어나면서 또 다른 새 시대로 들어서고 있습니다.

앞으로 은행을 둘러싼 환경은 새롭고 낯선 길과 같겠지만, 믿음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다는 무신불립(無信不立)의 각오로 흔들림 없이 나아간다면 국민의 신뢰를 되찾고 새로운 혁신의 시대를 맞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모두 국민의 희망이 되어 미래를 열어갑시다!

2023년 한해도 저물어 갑니다.

올 한 해를 따스하게 마무리 짓고 비상하는 새해를 준비하는 뜻깊은 한 달 되셨으면 합니다.

여러분 모두의 가정에 건강과 행운이 샘솟듯 넘쳐흐르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은 행 연 합 회
회장  조 용 병

조용병 은행연합회장이 1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으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박소연 기자
조용병 은행연합회장이 1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으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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