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근·김미화·박찬욱 등 36명 1심 일부 승소
국가배상 책임은 소멸시효 지나 인정안돼

2017년 11월28일 문성근, 김미화씨 등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열린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피해자 국가배상청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
2017년 11월28일 문성근, 김미화씨 등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열린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피해자 국가배상청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

 

[포쓰저널] 이명박 정부 시절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가 존재했으며 이의 책임자인 이 전 대통령과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피해자들에게 위자료 배상 책임을 져야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0부(이세라 부장판사)는 17일 문성근·김미화·박찬욱 등 문화·예술인 36명이 이 전 대통령과 원 전 원장,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 전 대통령과 원 전 원장이 공동으로 원고 각자에게 정신적 손해배상금, 즉 위자료를  500만원씩, 총 1억8천만원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1심 재판부는 "이 전 대통령과 원 전 원장 등이 원고들을 포함한 문화·예술인들의 신상정보가 기재된 명단을 조직적으로 작성·배포·관리한 건 불법"이라며 "철저하게 법치주의를 수호하고 적법절차를 준수해야 할 공무원들이 그 의무를 심각하게 위반했다는 점에서 불법성의 정도가 크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의 정신적 고통도 인정하며 "피고들은 원고들을 시장에서 완전히 퇴출시킬 목적으로 명단을 작성해 관리하고, 지원금 지급을 배제하거나 방송 출연 등을 방해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위법한 공권력 행사로 원고들은 생존에 상당한 위협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추가 제재를 받을 수 있다는 압박감을 겪는 등 상당히 오랜 기간 고통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며 "법치주의와 국가의 예술지원 공정성에 대한 문화예술계 및 국민 신뢰가 훼손됐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다만 피고 대한민국 정부에 대해서는 국가배상 청구 소멸시효 5년이 지났다는 이유로 배상 책임을 기각했다.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 작성 시기는 2010년 11월이고 소송을 제기한 시점이 2017년 11월이다.

문재인 정부 국정원은 2017년 9월 "이명박 정부가 2009년 구성한 '좌파 연예인 대응 태스크포스'에서 정부 비판 성향 방송인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며 불이익을 줬다"고 발표했다. 

이명박 정부 국정원이 특정 문화·예술계 인사들의 명단을 작성·관리하면서 이들을 지원 대상에서 배제하고 활동을 제약했다는 내용이었다.

명단에 포함된 문화·예술계 인사는 총 82명이었는데 이중 36명이 2017년 11월 이번 소송을 제기했다. 

원고들은 "이 전 대통령과 원 전 원장의 행위는 행복 추구권과 학문 및 예술의 자유 등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여론 악화, 이미지 훼손, 프로그램 하차 등에 따른 재산상·정신적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원 전 원장은 블랙리스트 작성 사실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등재 사실만으로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한다고 볼 수 없다고 항변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원 전 원장에게 블랙리스트를 작성하라고 요구하거나 지시·관여한 사실이 없다"며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피고 중 국가의 배상책임과 관련해 원고 측은 "정부의 시효완성 주장은 권리남용"이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국가에게 국민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는 사유만으로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블랙리스트'는 이명박 정부 당시 국가정보원이 특정 문화·예술계 인사들을 지원 대상에서 배제하고 이들의 활동을 제약하기 위해 작성·관리한 명단을 지칭한다.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인사는 ▲ 이외수 조정래 진중권 등 문화계 6명 ▲ 문성근 명계남 김민선 등 배우 8명 ▲ 이창동 박찬욱 봉준호 등 영화감독 52명 ▲ 김미화 김구라 김제동 등 방송인 8명 ▲ 윤도현 신해철 김장훈 등 가수 8명 등 총 82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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