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지분 30.95%, 3199억원에 낙찰..방통위 승인만 남아
유진 "방송콘텐츠사업 재진출"..노조·野 "친윤방송 목적"

2023년 6월 9일 이태원 몬드리안 호텔에서 진행된 제 31대 연세대학교 총동문회장 취임식에서 명예회장으로 추대된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세대 중문과를 졸업한 유경선 회장은 2020년부터 제31대 연세대 총동문회 회장을 맡았다./연세대 총동문회 영상 캡처
2023년 6월 9일 이태원 몬드리안 호텔에서 진행된 제 31대 연세대학교 총동문회장 취임식에서 명예회장으로 추대된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세대 중문과를 졸업한 유경선 회장은 2020년부터 제30대 연세대 총동문회 회장을 맡았다./연세대 총동문회 영상 캡처

 

[포쓰저널] 보도전문채널 YTN을 인수하게 된 유진그룹과 유경선(68) 유진그룹 회장에게 관심이 모아진다.

유진그룹은 23일 YTN 매각 주관사인 삼일회계법인이 주재한 입찰에서 한전KDN·한국마사회의 YTN 지분(30.95%)의 매수 금액으로 3199억원을 써내 낙찰자로 결정됐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승인 절차만 거치면 유 회장은 또 한명의 건설업 출신 언론사 오너가 된다. 

전국언론노동조합과 야권은 내년 총선 등을 겨냥해 정권의 입김에 취약할 수 밖에 없는 중견기업을 앞세워 친윤(친 윤석열) 방송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유진그룹은 "YTN 지분 인수를 통해 방송·콘텐츠 사업으로의 재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유진그룹은 과거 케이블방송을 운영한 바 있다.

유 회장과 인요한(64) 연세대 의대 교수와의 인연도 눈길을 끈다.

공교롭게  인 교수가 23일 오전에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에 지명됐고 당일 오후에  윤 회장이 YTN을  낙찰받았다.    

연세대총동문회장이었던 유 회장은 올초 ‘2023 연세동문 새해인사의 밤’ 행사에서 연세대 의과대학 교수인 교수를 ‘2022 자랑스러운 연세인상’ 수상자 3명 중 1명에 선정해 시상했다.

◆ 재계 78위..그룹 지배 유진기업 현금성 자산 1027억원

24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유진그룹은 올해 재계 순위 78위로 건설자재부터 금융까지 58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지난해 그룹 전체 매출 4조650억원, 당기순이익 110억원을 기록했다.

그룹 계열사중 상장사는 유진기업, 유진투자증권, ㈜동양 3곳이다. 그룹을 지배하는 핵심계열사는 유진기업이다.

유 회장은 유진기업의 최대주주로 11.54% 지분을 갖고 있다. 승계중인 장남 유석훈(41) 부사장의 지분율은 3.06%다. 유 회장의 동생들인 유창수 유진투자증권 부회장 6.85%, 유순태 유진홈센터 사장 4.38% 등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38.97%에 달하는 사실상 개인 회사다. 

유진기업의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7519억원, 영업이익은 502억원, 순이익은 593억원을 기록했다.

반기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027억원이다. 부채총계는 1조1176억원, 자산총계는 2조1799억원이다.

사내이사는 최종성 대표이사, 최재호 사업총괄 부사장, 유석훈 경영혁신부문 사장 등 3명이다. 유경선 회장은 미등기 임원이다. 

사외이사는 1명, 미등기 임원 수는 26명이다. 직원 수는 모두 663명(남 599명, 여 64명)으로 상반기 1인 평균 급여는 3300만원이다.

유진기업은 레미콘의 제조, 판매와 건설업을 사업목적으로 1984년 6월 13일 설립됐다. 본사는 경기도 부천시에  있다. 부천 및 수도권 중심으로 레미콘 공장 등을 운영 중이다.

유진그룹은 1954년 유재필(91) 창업주가 세운 대흥제과를 모태로 한다.

대흥제과는 영양제과로 이름을 바꾼 뒤 군대에 건빵을 납품하면서 회사 규모를 키웠다, 유 창업주는 1979년 유진종합개발을 세우고 레미콘 사업에 진출, 건설 붐을 타고 큰 성공을 거두며 사업 영역을 유통과 건설로 확대했다.

유경선 회장은 1985년 회장 취임후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그룹을 재계 30위권에 올려놨다. 하지만 잇단 M&A에 실패와 신성장동력을 찾지 못하며 현재 유진그룹 재계 순위는 70위권 밖으로 밀려난 상태다. 

유 회장은 2004년 고려시멘트, 2007년 로젠택배와 하이마트를 잇달아 인수했지만, 금융위기 이후 건설경기 불황이 심화하면서 모두 매각했다. 대우건설, 두산인프라코어 인수전에도 뛰어들었지만 고배를 마셨다.

◆ 유진그룹 "방송 콘텐츠 사업 재진출"

유진그룹은 23일 입장문에서 "대한민국 대표 뉴스전문채널인 YTN의 지분 인수를 통해 방송·콘텐츠 사업으로의 재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진그룹은 1997년 부천 지역 종합유선방송사 드림씨티방송에 출자한 것을 시작으로 1990년대 후반부터 약 10년간 종합유선방송사업을 한 이력이 있다. 2006년 대우건설 인수를 위해 드림씨티방송 지분을 CJ홈쇼핑에 매각했다.

방통위는 ▲ 방송의 공적 책임·공정성 및 공익성의 실현 가능성 ▲ 사회적 신용 및 재정적 능력 ▲ 시청자의 권익 보호 ▲ 대기업·언론사·외국인 등에 대한 방송사 소유 규제 등을 고려해 유진그룹의 YTN 인수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YTN은 현재 지상파 방송사인 YTN라디오(37.08%), DMB(28.52%)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어 지상파 방송사 소유 규제 위반 여부도 검토돼야 한다.

YTN은 상장된 민간 회사지만 공기업들이 지배주주여서 공영 언론으로 분류돼 왔다. 이번 지분 매각이 확정되면 YTN은 실질적으로 '민영화'된다. 공기업들은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 YTN의 증자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지분을 획득했다.

지난해 11월 정부는 한전KDN과 한국마사회가 보유 중인 YTN 지분을 전량 매각하는 자산 효율화 계획을 승인했다. 이후 한전KDN과 마사회는 매각 실무 준비를 해 왔다.

◆ 노조·야당 "24시간 윤영방송" 파상공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전국언론노조 YTN 지부는 낙찰 직후입장문을 내고 "유진그룹의 핵심 축인 유진투자증권은 작년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0분의 1토막 났고 매각설까지 돌았는데 무슨 돈으로 YTN 지분을 인수하려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유진그룹의 사업 확장은 대부분 인수·합병(M&A)을 통해 이뤄졌고 혁신보다 자본의 힘으로 기업을 샀다 팔았다 하며 몸집을 키웠다"며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이 미디어 분야에 어떤 전략과 비전이 있는지도 알려진 바가 없다"고 주장했다.

언론노조는 "유진기업 노동자들이 작년 38년 만에 노조를 결성했으나 사측의 부당노동행위에 가로 막혀 합리적인 노사 관계가 요원한 상황"이라며 유진기업의 '반노동 행위'를 지적한 뒤 "이러한 노동관, 언론관을 가진 기업이 공익적 보도전문채널을 인수할 자격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더불어민주당도 "준공영 방송을 부도덕한 민간기업에 팔아넘기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언론자유대책특별위원회는 성명에서 "유진그룹은 계열사가 '주식 리딩방'에 연루된 의혹을 받을 뿐 아니라 검찰 수사를 무마해주는 대가로 사주가 검사에게 금품을 준 혐의로 실형이 확정돼 2017년 기획재정부의 복권 수탁사업자 선정에도 탈락한 전력이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정의당 강은미 원내대변인도 국회 브리핑에서 “24시간 ‘윤영방송’ 채널을 만들겠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뜻이 관철된 것이다. 언론 자유와 민주주의를 10년 이상 후퇴시킬 윤석열 정부 방송장악 게이트의 시작”이라며 “삼일회계법인의 매각 주관사 선정과 입찰 참가 신청 등 YTN 매각의 전 과정은 국회 조사로 철저히 규명해야 할 국정조사 대상”이라고 했다.

◆ 건설 기업 잇따른 언론사 인수

유진그룹의 YTN 지분 낙찰로 건설 관련 기업의 잇따른 언론사 인수 배경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대관업무가 중요한 건설사가 영향력이 있는 언론사를 계열사로 두는 것과 관련해선 영업 활동에 도움을 받으려는 측면이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사주 입장에서는 언론사 대주주로서 사회적 영향력을 직간접적으로 미칠 수도 있다.

호반건설은 서울신문과 전자신문, 인터넷 경제신문 EBN 등을 잇따라 인수했다. 

중흥건설, 중흥토건 등을 계열사로 둔 증흥그룹은 2019년 헤럴드경제와 코리아헤럴드를 발간하는 헤럴드의 지분 47.8%를 인수했다. 광주 지역지 남도일보의 최대 주주이기도 하다.

부영그룹은 한라일보와 인천일보 최대 주주며 TV조선에도 출자했다. 동화자연마루로 알려진 목질 자재 기업인 동화그룹은 2014년 한국일보를 인수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가 20일 오전 10시 30분 한국프레스센터 언론노조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온갖 의혹과 위법 행위가 자행되는 YTN 매각 절차를 지휘하는 뒷배를 밝히기 위해선 국정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가 20일 오전 10시 30분 한국프레스센터 언론노조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온갖 의혹과 위법 행위가 자행되는 YTN 매각 절차를 지휘하는 뒷배를 밝히기 위해선 국정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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