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시위 격화되고 경찰은 조합원 28명 무더기 체포
화물연대, 물류협회-정부와 물밑 접촉 성과는 없어
현대차 울산공장 생산 차질, 기아차 카캐리어 운송 중단
하이트진로 생산, 평상시 절반 수준...삼성·LG전자 TF 가동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총파업 사흘째인 9일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정문 앞에 화물연대 파업 차량이 정차해있다./사진=연합뉴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총파업 사흘째인 9일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정문 앞에 화물연대 파업 차량이 정차해있다./사진=연합뉴스

[포쓰저널=서영길·박소연·문기수 기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소속 화물차주들의 총파업이 사흘째 이어지면서 산업계 전반에 걸친 ‘물류 대란’이 현실화되고 있다.

화물연대는 안심운임제 일몰 폐지 및 확대 주장이 관철될 때까지 무기한 파업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고 정부는 '법대로' 대응 기조를 이어갈 태세여서 파업 여파는 더 커질 전망이다.

경찰은 9일 오후까지 화물연대 조합원 28명을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체포했다.

화물연대와 정부, 물류업계도 물밑 접촉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으나 타결 실마리는 아직 잡히지 않고 있다.

화물연대는 8일 통합물류협회·화물차운송주선사업연합회·화물차운송사업연합회 등과 만나 실태운임 16% 인상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태운임'은 화물운송에 실제 투입되는 인건비, 기름값, 부대비용 등 모든 비용을 합친 금액을 의미한다.

물류협회는 약 140개 물류 회원사, 나머지 협회는 운송사를 대변한다. LX판토스, 현대글로비스, 쿠팡, CJ대한통운, (주)한진 등이 물류협회에 속해 있다. 

물류협회를 포함한 화주 측은 이미 운임이 많이 올라 경영 부담이 크다는 이유로 회물연대의 추가 인상 요구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안전운임제가 시행 중인 수출입 컨테이너 운임(40피트, 50㎞ 이하 기준)은 2017년 이후 작년 말까지 30% 이상 올랐고 석유·화학 제품의 경우 위험물 할증까지 추가돼 인상폭이 최대 70~80%에 달한다는 것이다.

정부도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 등과 관련해 화물연대와 물밑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성과는 없는 상태다. 

일종의 법정 요금제인 안전운임제가 '민간주도 시장경제'를 강조하는 윤석열 정부의 기조에 반하는 만큼 국토교통부, 고용노동부 등 일선 부처에서도 사실상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 시멘트·철강 출하 사흘째 '스톱'...현대차 생산·출하 차질

9일 오후 산업계 상황을 종합하면, 화물연대의 총파업으로 인해 7일부터 시멘트 출하가 막히며 대부분의 레미콘 생산 공장이 가동을 멈춘 상태다. 

철강제품의 출하도 파업으로 인해 사흘째 멈춰선 상태다. 현대차 울산공장도 조합원들이 부품 납품 운송 거부에 들어가며 생산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유통 업계 역시 물류 운송에 차질이 발생하는 등 피해가 계속 커지는 상황이다. 

한국시멘트협회에 따르면 파업 이틀째인 8일 기준 시멘트 일일출하량은 1만3660톤으로 평시와 비교하면 7.5%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일일 매출 손실액은 115억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한국시멘트협회 관계자는 “여전히 시멘트 출하가 전면 봉쇄돼 있는 상황”이라며 “피해는 계속 누적되고 있다”고 했다.

쌍용C&E의 경우 포장시멘트 같은 일부 제품은 출하가 되고 있지만 비중이 미미해 전체 출하량은 3~4% 수준에 머물고 있다.

시멘트 출하가 막히며 삼표산업과 유진기업, 아주산업 등 공장 가동을 중단한 레미콘 기업들이 속출하고 있다.

삼표산업은 수도권 15곳, 지방 2곳 등 17개 레미콘 공장의 가동을 멈췄고 유진기업, 아주산업 등도 절반 이상의 공장에서 가동이 중단된 것으로 전해졌다.

총파업으로 출하되지 못하고 재고로 쌓인 시멘트가 생산공장 약 36만톤, 전국 유통기지 42만톤 등 총 78만톤에 달하면서, 업계에서는 일주일 뒤면 피해 규모가 1000억원을 웃돌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철강제품의 출하도 파업으로 인해 사흘째 여전히 멈춰선 상태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전날(8일)과 다름없는 상황”이라며 “철강제품은 여전히 공장밖을 나가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완성차 업계 역시 일부 업체에서 생산과 출하 등에 차질이 발생한 상태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현대자동차는 8일 오후 2시부터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울산공장 부품 납품 운송 거부에 들어가며 생산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기아는 파업으로 완성차를 적치장으로 옮기는 카캐리어마저 운송이 중단되자 번호판도 발급받지 않은 완성차를 공장 직원들이 직접 운전해 적치장으로 옮기고 있다.

현대차·기아 관계자는 "현대차 울산공장에만 생산 차질이 있고 나머지 공장들은 생산에 문제가 없다"며 "하지만 출하는 현대차·기아 모두 차질이 있다"고 했다.

쌍용자동차와 르노코리아자동차는 파업 여파가 아직 미치지 않은 상황이다.

자동차부품 생산업체 단체인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은 이날 호소문을 내고 "최근 자동차부품산업계는 글로벌 공급 위기로 인해 수익성이 악화되는 등 경영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런 와중에 화물연대가 단체행동으로 자동차부품업체의 부품공급을 막고 자동차 생산에 차질을 초래하는 것은 자동차부품업체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절박한 생존의 상황에 내몰린 부품업계 종사자들을 위해서도 누구도 이해하지 못하는 운송 중단을 즉각 철회하길 화물연대에 간곡히 호소한다"고 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가 총파업에 들어간 7일 경기 이천시 하이트진로 이천공장에서 제품을 유통받지 못한 주류 도매상들이 직접 트럭을 끌고 와 제품을 옮기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가 총파업에 들어간 7일 경기 이천시 하이트진로 이천공장에서 제품을 유통받지 못한 주류 도매상들이 직접 트럭을 끌고 와 제품을 옮기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주류 대란' 현실화…대형마트도 제품수급 차질 우려

유통 현장에도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하이트진로 이천·청주공장의 화물 운송 위탁사인 수양물류 소속 화물차주 130여명은 3월 화물연대에 가입한 뒤 파업에 돌입했다. 이들은 지난달 말부터 투쟁 강도를 끌어올렸고 이달 2일부터는 차량으로 각 공장의 정문을 막아 비조합원의 운송 업무를 방해하고 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2일부터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비조합원들의 화물차량을 막거나 운송을 방해하는 등의 행위가 지속되고 있다”며 “청주·이천공장은 정상적으로 가동되고는 있지만 출고가 원활치 않다”고 했다.

이로 인해 하이트진로의 주류 생산량은 평상시 대비 59% 가량에 그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물량을 확보하려는 주류 도매상들이 직접 공장에 와서 제품을 조달하는 실정이다.

오비맥주의 경우 위탁 운송사에 속한 180여명의 화물차주 중 대부분이 화물연대에 소속된 관계로 주류 운송에 큰 타격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오비맥주는 여러 곳의 위탁 운송사와 계약을 맺고 주류 운송을 하고 있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용차를 사용해 주류 운송을 하고 있지만 출하량이 전체 물량의 20% 정도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했다.

소주 ‘처음처럼’을 생산하는 롯데칠성음료는 제품 생산과 운송이 아직까지는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파업 장기화 우려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저희와 계약한 운송사에는 화물연대 소속 조합원이 1% 정도로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지금 당장 영향은 없겠지만 파업 자체가 길어지면 아무래도 화물차 구하기가 어려워져 배송에 차질이 생길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이마트와 롯데마트 등 대형 유통업체도 파업으로 인한 물류 운송에 당장 큰 차질은 없을 것이라 전망하면서도 파업이 장기전으로 이어지면 직·간접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고 대비하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파업으로 인해 문제가 발생할 경우 용차 수급 등으로 영향을 최소화 할 예정이다”고 했다. 롯데마트 관계자도 “파업 장기화에 대비해 일부 품목들에 대한 발주량을 조절하는 등 제품 수급에 대한 대비를 하고 있다”고 했다.

◆ 삼성·LG전자, 파업 장기화 대비...TF 가동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아직은 운송에 큰 영향이 없는 상황이지만 파업이 장기화 될 경우 TV, 냉장고, 세탁기 등의 대물가전 운송에 대한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비책을 마련해 놓고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물류에 큰 차질은 없다”면서도 “파업이 예고된 때부터 파업 장기화에 대비해 제품을 선출하 한다든지 인근에 창고를 추가로 마련해 재고를 쌓아 놓는 등의 대책을 마련해 놓은 상황이다”고 했다.

LG전자는 지난주부터 화물노조 파업 관련 태스크포스(TF) 상황실을 가동해 물류 상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며 대응에 나섰다. 물류거점에 어느 정도의 재고 물량을 유지하고 있어서 당분간은 물류 차질로 인한 문제는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LG전자 관계자는 “현재 파업 여파는 없지만 장기화 될 경우 가전뿐 아니라 전 산업계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니만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8일 하이트진로 이천공장에서는 파업을 벌이던 화물연대 조합원 15명이 제품 출하를 방해하는 등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됐다./사진=연합뉴스
8일 하이트진로 이천공장에서는 파업을 벌이던 화물연대 조합원 15명이 제품 출하를 방해하는 등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됐다./사진=연합뉴스

◆ 총파업 사흘째…물리적 충돌·체포 등 격화

화물연대 총파업이 사흘째를 맞으며 운송 방해와 함께 물리적 충돌도 벌어지며 조합원들이 경찰에 체포되는 등 파업이 격해지는 양상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화물연대 조합원 4500여명은 8일부터 9일 새벽까지 곳곳에서 철야 대기하며 파업을 이어갔다. 국토부는 이들을 포함해 화물연대 조합원(2만2000명)의 약 33% 수준인 7200여 명이 이날 파업에 참여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조합원들이 운행중인 화물차에 계란을 투척하거나 운전기사에게 욕설을 하며 운송을 방해하는 등 충돌이 빚어지고 있다.

국토부는 파업 참여자들의 운송방해 행위와 물리적 충돌 등 불법행위를 막기 위해 주요 물류거점에 경찰력을 배치하고 운행 차량 보호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화물연대의 정당한 집회 등은 보장하겠지만 정상 운행차량의 운송을 방해하는 등 행위에 대해서는 경찰과 협조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폐지 철회 등을 주요 조건으로 내걸고 7일부터 전국적인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안전운임제는 화물 기사들의 적정임금을 보장해 과로·과적·과속을 방지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된 제도로, '일몰제'여서 올해 말 폐지될 예정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포쓰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