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역완결적 필수의료 혁신 전략' 발표
의대정원은 "단계적 증원" 원론만 되풀이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충북 청주 충북대학교 개신문화관에서 생명과 지역을 살리는 필수의료혁신 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3.10.19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충북 청주 충북대학교 개신문화관에서 생명과 지역을 살리는 필수의료혁신 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3.10.19 /대통령실 제공

[포쓰저널] 정부가 19일 의료 서비스 확대 등을 위한 '지역완결적 필수의료 혁신 전략'을 내놓았지만 최대 관심사였던 의과대학 정원 증원 규모 및 시점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 언급을 내놓지 않았다.

당초 윤석열 대통령이 이날 의대 정원을 1천명이상 대폭 확대하는 방안을 직접 발표할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지만 무위에 그쳤다.

윤 대통령과 보건복지부는 이날도 의대정원 확대의 불가피성은 강조했지만 정원확대 방안에 대해선 구체적인 로드맵 조차 언급하지 않았다.

주무부처인 복지부는 이날 발표문에서  의대정원 확대와 관련해서는 두줄짜리 원론적인 입장만 표명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최하위 수준인 의사 수를 늘려 필수의료 공백 해소, 초고령사회 전환에 대비할 수 있도록 의대 정원 확대를 추진한다", "의대의 수용역량과 입시변동 등을 고려하여 단계적으로 증원"한다는 것이다.

의료계 안팎에서는 3년여전 문재인 정부에 이어 윤석열 정부에서도 의대 정원 확대는 사실상 물건너가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의사 카르텔'의 반발이 극심한 상태에서 의대정원 확대는 최고권력자인 대통령의 결단에 의지할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전 정부 때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상황적인 여건은 충분히 숙성된 상태였지만, 문 전 대통령이 복지부와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에 떠넘기고 오불관언 하는 바람에 결국 중도에 흐지부지된 경험이 있다.

총선이 6개월 밖에 남지 않는 점 등을 감안하면 윤 대통령의 결단 없이 정부와 의사 단체 등과의 논의를 거쳐 의대정원 확대 방안을 마련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복지부는 "의대정원 조정 전에는 의료환경 변화 등에 따른 과학적 인력수요 전망과 합리적 정원 조정시스템 마련을 병행하겠다"고 했다.

대통령실도 의대정원 증권 규모는 아직 확정된 것이 없다고 발을 빼는 분위기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16일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의대 정원 증원 규모에 대해 "지금까지 나온 (정원에 관한) 숫자는 없다"면서도 "하지만 보건복지부 장관이 국회에서 말했듯 2025년부터는 의대 정원을 확대하는 것에 대한 의지를 정부가 밝힌 바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가 총론적으로 생각하기에는 의사가 부족하니 늘리면 된다고 얘기하지만, 숫자를 뽑는 과정은 쉽지 않다"며 "다양한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증원 규모 발표 시점에 대해선 "언제까지 구체적인 숫자가 나올지, 어느 대학에 몇 명을 배분할지 문제는 원하는 의대들의 추가적인 증원 요청, 어떤 (의료) 분야가 나중에 어떻게 빌지에 대한 수요 조사, 예비 신청을 곧 받게 될 것"이라며 "이를 취합해 전문가 의견과 맞춰서 얘기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발표 전까지 의대정원 확대폭을 놓고 2000년 의약분업을 계기로 줄었던 351명(10%)을 복구하는 방안, 정원이 적은 국립대를 중심으로 521명 늘리는 방안, 시민단체 등에서 주장한 1천명 확대 방안 등이 거론됐지만 모두 소설이 된셈이다.

의대 정원은 김대중 정부 때인 2000년 의약분업에 반발한 의사단체의 요구로 10% 줄어든 뒤 2006년 이후 3058명으로 17년째 동결된 상태다. 

의사 인력이 절대적 수준에서 부족하다는 건 정부도 거듭 강조하는 사항이다.

복지부는 이날 발표문에서도 "고령화, 의료수요 다변화 등 의사 인력 수요 증가 속에 장기간 의대 정원 동결 등으로 지역‧필수의료 인력 확보 기반 이 약화됐다"고 현실을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대로 가면 2035년에는 의사 9654명이, 2050년에는 2만2천명이 부족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구 1천명 당 임상의사 수(2022년 기준)는 한국이 2.6명인 데 비해  독일 4.5명, 영국 3.7명이고 OECD 평균은 3.7명이다.

이날 발표를 앞두고 의사단체 등은 의대정원 확대에 대해선 초강력 대응을 예고한 바 있다.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은 17일 서울 용산 의협 회관에서 열린 '긴급 의료계 대표자 회의'에 앞서 "정부가 의대 증원 방안을 일방적으로 발표할 경우 14만 의사와 2만 의대생은 모든 수단을 동원한 강력 투쟁에 들어갈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그는 "2020년 파업 때보다 더 큰 불행한 사태가 나올 수 있다"며 "정부와 일부 편향된 학자들은 의대 정원 증원만이 해결책인 양 제시하며 의료계와 아무런 논의 없이 의대 정원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당시 회의에는 의협 산하 전국 16개 시도 의사회장과 대한전공의협의회, 공중보건의사협의회, 대한개원의협의회 회장단 등이 참석했다.

한편 정부는 이날 '지역완결적 필수의료 혁신 전략'으로 ▲ 국립대병원 등 거점기관을 필수의료 중추로 집중 육성, 지역 병‧의원과 상생‧협력 ▲ 의사 수 확대와 함께 지역‧필수의료 인력 유입 촉진 ▲ 서울대병원, 국립중앙의료원, 국립암센터를 국가중앙의료 네트워크로 연결, 국가중앙병원으로서 역할 강화  ▲국립대병원 소관 변경(교육부→보건복지부) 등을 제시했다.

올해 하반기 중 '지역‧필수의료 혁신추진 T/F(테스크포스)'를 구성‧운영해 혁신 비전 및 추진 로드맵을 구체화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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