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 한명에 의해 중요사건 여론 사실상 결정" ..영장제도 개선 목소리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6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을 받기 위해 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2023.9.26/연합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6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을 받기 위해 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2023.9.26/연합

[포쓰저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6일 현직 제1야당 수장으로는 헌정사 처음으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 심판대에 섰다. 

이 대표의 구속 여부는 이날 밤이나 27일 오전에 결정될 전망이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10시경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청사 서관 입구쪽에 도착해 곧장 법정으로 향했다. 

노타이에 검은색 정장 차림의 이 대표는 한 손으로 우산을 쓰고 다른 손으로 지팡이를 짚은 채 다소 절뚝거리는 모습이었다.

기자들이 달라붙어 '구속영장 심사를 받게 된 심경이 어떠냐', '증거인멸 교사 혐의를 어떻게 방어할 것이냐', '김인섭 씨와 마지막으로 연락한 게 언제냐' 등의 질문을 쏟아냈지만, 이 대표는 굳은 표정으로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이 대표는 법정으로 가던 도중 중심을 잃고 휘청거려 주변의 부축을 받기도 했다. 

이 대표 지지자는 이 대표에게 "힘내세요"라고 외쳤다.

영장심사 담당인 유창훈 부장판사는 오전 10시7분경 이 대표의 법정 도작 직후부터 심리에 들어갔다. 

검찰 측에서는 수사에 참여했던 김영남(사법연수원 34기) 서울동부지검 형사1부장, 최재순(37기) 공주지청장 등 검사 10명가량이 참석했다.

이 대표 측 변호인으로는 고검장 출신 박균택(21기) 변호사, 부장판사 출신의 김종근(18기)·이승엽(27기) 변호사, 민주당 법률위원회 부위원장인 조상호(38기) 변호사 등 6명이 나섰다.

이 대표가 24일간 단식으로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만큼 긴급 상황을 대비해 법정에는 의료인력 1명과 휠체어가 준비됐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강백신 부장검사)는 18일 이 대표에 대해 백현동 개발과 관련해 특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상 배임,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해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상 뇌물과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예전 재판과 관련해 증거인멸 교사 혐의도 영장에 포함했다.

백현동 건의 경우 이 대표가 성남시장 재직 중이던 2014년 4월∼2017년 2월 분당구 옛 한국식품연구원 부지에 아파트를 짓는 과정에서 민간업자에게 각종 특혜를 몰아줘 1356억원의 이익을  독차지하게 하고,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최소 200억원의 손해를 끼쳤다는 것이 검찰 주장이다.

이 대표가 오랜 기간 유착해온 '선거 브로커'이자 '비선 실세'인 김인섭(구속기소) 씨를 위해 인허가권을 사용해 이익을 몰아주고, 그에 방해가 되는 장애물들을 성남시가 제거해 준 '권력형 지역토착비리 사건'이라는 것이 검찰 시각이다.

대북송금 건은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였던 2019∼2020년 김성태 당시 쌍방울그룹 회장에게 자신의 방북 비용 등 총 800만 달러(약 100억원)를 북한에 대납하도록 했다는 내용이다.검찰은 이 800만달러를 제3자뇌물로 의율했다.

이 대표가 대통령이 되기 위한 정치력 과시를 위해 사업 확장을 노리던 김 전 회장을 '해결사'로 활용한 정경유착의 대표적인 사례라는 게 검찰 주장이다.

위증 교사 혐의는 2018년 12월 김병량 전 성남시장의 수행비서였던 김진성 씨에게 이 대표가 '검사 사칭 사건' 관련 공직선거법상 허위 사실 공표 혐의 재판에서 위증해달라고 요구했다는 혐의다.

이 대표는 검찰 공소사실이 직접적인 증거 없이 검찰의 회유·압박에 의한 관련자 진술만을 바탕으로 구성된 허구라며 강하게 부인해 왔다.

이 대표는 심사를 마친 뒤 구속 여부가 결정될 때까지 서울구치소에서 대기하게 된다.

유 부장판사의 심사 결과에 따라 이 대표나 검찰 중 한쪽은 치명상을 입게 될 전망이다.

영장 발부 시에는 이 대표가 총선을 반년 정도 앞둔 상황에서 민주당을 계속 이끌 동력을 사실상 잃게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반대로 영장 기각 시에는 2021년 9월 대장동 의혹이 불거진 이후 2년 동안 이 대표를 겨냥해 저인망식 수사를 벌여온 검찰 수사의 정당성에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되는 것은 물론 검찰 개혁 목소리에 다시 힘이 실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례 처럼 1심 재판도 전에 영장담당 판사 한명의 판단에 의해 중요사건에 대한 여론의 향배가 결정되게 하는 현재의 영장 제도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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