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기사에 1천~2천원 팁 주는 서비스 도입
美서도 "팁이 체감물가 상승 주범" 폐해 지적 높아
택시기사들도 시큰둥 "또다른 요금인상으로 읽혀"

/연합뉴스
카카오T 택시/연합

[포쓰저널=서영길 기자] 카카오T가 친절한 택시 기사에게 팁을 주는 ‘감사 팁’ 서비스를 시범 운영하자 국내에도 팁 문화가 활성화 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국내 택시 호출 시장의 95%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카카오택시 사례가 미국의 비합리적인 팀 문화의 한국 상륙을 촉발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미국에서는 공식적인 물가상승률의 둔화에도 불구하고 통계에 잡히지 않는 팁으로 인한 체감물가 상승으로 '팁플레이션'(팁+인플레이션) 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25일 카카오모빌리티에 따르면 카카오T는 19일부터 감사 팁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다.

감사 팁 서비스 적용 대상은 블랙, 모범, 벤티, 블루, 펫 택시에 적용된다.

택시 이용 승객이 하차 후 앱을 통해 기사의 서비스를 평가하며 별점을 5점 부여하면 감사 팁 결제창이 활성화되는 방식이다.

승객은 1000원·1500원·2000원·지급안함 중 하나를 선택해 지불하면 된다.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택시 기사가 고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했을 때 팁을 받는 경험을 통해 선순환의 구조를 만들어 서비스 품질도 향상될 것"이라며 “지불된 팁은 카드 수수료 등 일부를 제한 후 전액 기사에게 전달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평점, 팁 등 강요할 우려가 있다는 점은 인지하고 있다“며 ”기사들에게 별도 공지를 했고 이러한 내용으로 신고가 접수되면 해당 기사의 팁 결제 기능을 차단 조치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감사 팁 시범 서비스를 기간 한정 없이 우선 시행한 후 정식 서비스 도입을 고려하겠다는 입장이다.

국내 택시 호출 업체 중 팁을 도입된 건 카카오T가 처음은 아니다.

아이엠(i.M)과 타다, 아이나비 등에서 이미 도입, 시행 중이다.

다만 카카오T가 국내 택시 호출 시장의 95%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택시 업계에서 시작된 팁 문화가 한국 사회에 미칠 여파가 작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카카오T를 계기로 국내에서도 팁 문화가 본격 확산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팁 문화가 수십 년 전부터 당연시돼 온 미국에서도 최근 팁이 체감 물가를 끌어올리는 주요 요인이라는 비판이 나오며 논란이이 한창이다.

당초 식당이나 카페를 이용할 때 손님이 종업원에게 자발적으로 주던 팁 문화가 최근에는 서비스업계 전반으로 확산하면서 소비자들의 부담은 더욱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3일(현지시간) 미국 서비스 기업들이 낮은 급여로 고용을 유지하기 위해 팁 문화를 더욱 활용하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하면서 관련 논쟁은 한층 가열되는 양상이다.

WSSJ에 따르면 미국 팁 문화는 서비스업계 전반으로 퍼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손님들이 직접 계산대로 가서 주문하고 주문한 것을 직접 가져와야 하는 카페나 베이커리에서도 팁이 청구되는 상황이다.

세계 최대 커피 체인인 스타벅스도 지난해 결제 화면에서 팁을 선택할 수 있는 정책을 도입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노동시장 과열 현상이 심화했고 천정부지로 치솟는 급여를 감당하기 위해 팁 제도를 도입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고 WSJ는 지적했다.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이번 도입한 감사 팁 제도가 미국 등 북미권의 팁 문화와는 결이 다르다는 입장이다.

면대 면 상황에서 대놓고 고객에게 청구하는 북미권 팁 제도와 자사의 감사 팁은 취지부터 같지 않다는 설명이다.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택시업계와 상생방안을 마련하려는 사회적 요구의 일환으로 도입된 게 감사 팁의 취지”라며 “기사에게 친절한 서비스를 받은 이용자가 하차 후 여러 과정(리뷰 작성→별점 5점 부여→팁 금액 선택)을 거쳐 자발적으로 주는 것이기에 강제성은 전혀 없다”고 했다.

하지만 정작 감사 팁의 수혜자인 택시 기사들은 카카오T의 팁 제도 도입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택시모빌리티가맹점주협의회 관계자는 “팁 제도 시행 일주일 동안 승객 20명 중에 1명 꼴로 팁이 발생했다. 크게 반길만한 제도는 아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감사 팁은 일반 팁의 개념과 달리 회사(카카오모빌리티)를 거쳐 온거라 기사들의 소득 자료로 활용된다. 하지만 이렇게 들어온 수입은 카카오모빌리티에서 발생한 게 아닌 승객들에게 나온 것”이라며 “이는 승객에게 요금 부담을 전가하는 또다른 식의 요금 인상으로 읽힐 여지가 있어 장기적으로 봤을 때 택시 업계에서도 반기지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협의회 측은 카카오모빌리티가 감사 팁에서 1원의 수익도 가져가지 않는다고 강조했던 부분에 대해서도 거짓이라고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카카오모빌리티가 감사 팁에서 카드 수수료 등만 공제 후 전액을 기사들에게 돌려준다고 했는데, 입금 된 내역을 보면 감사 팁에서 3.5%를 공제하고 있다”며 “어느 카드사가 수수료로 3.5%를 떼 가느냐”고 반문했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택시 운임'에 대한 카드수수료는 영세 사업자 수수료가 적용돼 1% 미만인 게 맞다. 하지만 감사 팁은 운임 수수료로 분류되지 않는다”며 “감사 팁은 온라인 결제(PG) 수수료가 적용돼 수익의 약 2%에, 계좌이체를 해주는 펌뱅킹 수수료 등이 포함돼 3.5%가 공제된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포쓰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