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서초구 우면동 소재 호반건설 사옥 전경. /호반건설
서울시 서초구 우면동 소재 호반건설 사옥 전경. /호반건설

[포쓰저널] 호반건설이 총수 일가 장남과 차남 소유의 회사에 입찰받은 공공택지를 양도하고 부당하게 지원한 혐의로 608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부당내부거래로 공정거래위원회가 부과한 과징금으로는 삼성웰스토리(2349억원), SPC그룹(647억원)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큰 규모다. 

다만, 부당지원행위가 주로 이뤄진 시점이 공소시효(5년)가 지나면서 검찰 고발은 이뤄지지 않았다.

공정위는 호반건설이 동일인(그룹 총수) 2세 등 특수관계인 소유의 호반건설주택, 호반산업 등 회사들을 부당하게 지원하고, 사업기회를 제공한 부당내부거래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 및 과징금 608억원(잠정)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15일 밝혔다.

2013년말~ 2015년 김상열 회장이 지배하던 호반건설이 김 회장의 장남 김대헌 총괄사장의 호반건설주택과 차남 김민성 전무의 호반산업을 부당 지원했다는 내용이다.

당시는 우수한 사업지를 차지하려는 건설사들의 공공택지 수주 경쟁이 매우 치열했던 시기로, 공공택지는 추첨방식으로 공급하는 것이 원칙이었다. 

호반건설은 다수의 계열사를 설립하고 비계열 협력사까지 동원해 추첨 입찰에 참가시키는 이른바 '벌떼입찰'을 통해 많은 공공택지를 확보했고 이 과정에서 부당지원 행위가 이뤄졌다.

공정위에 따르면 호반건설은 2세 회사의 공공택지 입찰신청금을 414회에 걸쳐 무상으로 대여했다.

공공택지 추첨입찰에 참가하는 각 회사는 수십억 원 규모의 입찰신청금을 납부해야 하는데, 2세 회사의 입찰 참가에 필요한 입찰신청금을 호반건설이 무상으로 대신 납부해준 것이다. 

호반건설은 낙찰받은 23개 공공택지를 2세 회사에게 대규모로 양도하기도 했다. 양도된 공공택지는 모두 호반건설의 사업성 검토 결과 큰 이익이 예상됐으며, 벌떼입찰 등 상당한 노력과 비용을 투입해 확보한 택지였다. 

그럼에도 호반건설은 향후 공공택지 시행사업에서 발생할 이익을 2세 회사에게 귀속시킬 목적으로 공공택지를 양도했고, 결과적으로 23개 공공택지 시행사업에서 분양매출 5조8575억원, 분양이익 1조3587억원이 발생했다.

호반건설은 2세 회사가 시행하는 40개 공공택지 사업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총 2조 6393억원에 대해 무상으로 지급보증하기도 했다.

2세 회사들은 자체 신용으로는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호반건설의 지급보증을 통해 공공택지 사업에 필요한 사업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다.

호반건설은 호반건설주택 및 호반산업이 종합건설업 등 면허를 새로 취득해 공사 자격을 갖추게 되자, 자신이 이미 수행하고 있던 공동주택 건설공사를 중도 타절(진행 중인 공사를 중단하고 도급계약을 해지하는 행위)하고, 이를 2세 회사에 이관하는 방식으로 공사대금 936억원 규모의 시공 사업기회를 2세 회사들에게 제공했다. 

공정위는 "이 사건 지원행위로 인해 호반건설주택, 호반산업 등 2세 회사들은 급격하게 성장했고, 주거용 부동산 개발 및 공급업 시장, 종합건설업 시장에서의 지위가 크게 강화되는 등 공정한 거래질서가 저해됐다"고 설명했다.

김대헌 사장의 호반건설주택은 지원기간 동안 호반건설의 매출 규모를 넘어섰고, 2018년 12월 4일 호반건설에 피합병될 당시 합병비율을 1:5.89로 평가받아 김 사장이 합병 후 호반건설 지분 54.7%를 확보하면서 사실상 경영권 승계를 완료했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는 국민의 주거안정 등 공익적 목적으로 설계된 공공택지 공급제도를 악용하여 총수일가의 편법적 부의 이전에 활용한 행위를 적발 및 제재했다는데 의의가 있다"면서 "특히 편법적인 벌떼입찰로 확보한 공공택지의 계열사 간 전매가 부당 내부거래에 해당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하였으며, 향후 사업역량을 갖춘 실수요자에게 공공택지가 공급되는 공정한 거래질서가 확립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호반건설 측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공정위의 결정에 대해 "조사과정에서 충분히 소명했음에도 불구하고 당사의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점에 대해서는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 "공정위의 의결 결과에 대해서는 의결서 접수 후 이를 검토해 향후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어 "결과를 떠나 고객, 협력사, 회사 구성원 등 많은 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송구스럽게 생각하며 앞으로 더 엄격한 준법경영의 기준을 마련하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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