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국핀테크연구회 제공
/사진=한국핀테크연구회 제공

 

우리은행이 업무상 수수료 처리가 복잡하다는 이유로 우리은행을 이용하는 결제업체에  게 금융결제원의 오픈뱅킹(오픈플랫폼)을 중단시켰다. 장애가 있는 수수료처리는 하루를 넘기면 다시 원상회복됨에도 그 하루의 처리를 감당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제까지 없던 일이다. 우리금융 지주 회장이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으로 바뀌고 나서 우리은행의 업무처리 자체가 해이해 진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애플페이 시장 진출로 현대카드의 신규발급이 눈에 띄게 성장했고 모든 카드사들이 애플페이 도입을 서두르고 있는 상황과 묘한 대조를 이룬다. 국내 핀테크 혁신생태계는 우리은행 등 금융그룹과 통산사들의 독과점으로 인하여 오히려 혁신성이 후퇴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는 것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오픈뱅킹(오픈플랫폼)은 금융혁신의 아이콘이다

은행 등 전통적인 금융이 2008년 세컨드리 모기지 파생상품 등으로 금융위기를 자초했다. 이에 영국은 금융혁신을 위해서 기존 금융업체가 아닌 핀테크를 통한 금융의 와해적 혁신을 계획하고 2016년 규제샌드박스(Regulatory Sandbox)를 제도화했다. 우리나라도 한국핀테크연구회(회장 배재광)와 김상민 전 국회의원의 노력으로 2018년 핀테크 스타트업들이 공인인증서 없는 결제가 가능한 오픈플랫폼을 개설하였다. 소위 간편결제의 시작이었다.

한국핀테크연구회와 김상민 전 의원의 작은 노력이 금융위원회 서비스국장(도규상)을 감동시켜 현재 가장 성공적인 혁신생태계로 평가 되는 오픈플랫폼(오픈뱅킹)이 개설된 것이다. 실무적인 개발의 검증은 핀테크연구회 회장을 맡고 있었던 인스타페이 개발팀이 담당했다. 
지금은 누구나 아는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토스, 인스타페이 등이 오픈플랫폼 개설(현재 오픈뱅킹으로 확대)로 시작할 수 있었다. 핀테크는 2008년 금융위기를 경험한 정부가 스타트업 서비스와 비즈니스 모델로 기존 금융을 와해적으로 혁신할 것을 목적으로 설계된 생태계다.

은행과 금융결제원이 오픈뱅킹을 지배하고 좌우한다

핀테크와 규제샌드박스의 원래의 목적은 기존 금융의 와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을 위한 것이다. 오픈플랫폼이 금융결제원이 담당하기로 하고 개발한 초기에는 핀테크 기업들이 필요한 개방적인 운영으로 생태계가 활성화되었다. 오픈플랫폼으로 인한 핀테크 간편결제의 활성화는 곧 은행들의 관심을 끌었고 자신들 위주의 금융생태계에 위협을 느낀 은행 등 기존 금융회사들이 오픈플랫폼을 자신들도 참여할 수 있도록 확장할 것을 주장했다. 당시 금융위원회는 오픈뱅킹으로의 확장이 오픈플랫폼 정책을 좌우하는 의사결정을 우리은행을 비롯한 금융그룹들에게 넘어 감으로써 필연적으로 핀테크와 규제샌드박스의 와해적 혁신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였다.

현재 오픈뱅킹은 기술중립성을 위협하는 금융보안 요구로 인하여 스타트업들의 부담이 가중되었으며 앱설치 등에 SKT, KT 같은 통신사들의 실명확인 PASS앱 도입으로 인한 불편함으로 진입이 여의치 않게 되었다. 통신사들의 PASS앱은 사실 공정거래법 위반의 소지가 높기 때문에 조만간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께서 지적한 은행과 통신사들의 독점으로 인한 폐해가 와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을 목적으로 한 핀테크와 규제샌드박스로 확대된 것이다.

나아가 금융보안원의 개입과 PASS앱의 독과점은 스타트업들의 고유한 UI/UX까지 해치고 있다. 가장 유연하고 사용자 편의성을 고려한 스타트업들의 차별성(Unique)을 없애고 평범한 서비스로 전락시키는 주범이 되고 있다. 차제에 윤석열 대통령이 지적한 대로 은행과 통신사들의 독과점으로 인한 폐해를 개선해야 생태계가 되살아 날 것이다. 

은행과 통신의 독과점 폐해가 혁신을 죽인다

영국 금융청(FCA)의 2023/24년 목표/ FCA 제공
영국 금융청(FCA)의 2023/24년 목표/ FCA 제공

위 그림은 영국 금융청(FCA)이 2023/2024년 집중할 사업계획의 핵심목표를 정리한 것이다. 결국 은행, 증권, 카드 등 독점적인 금융생태계에 경쟁을 활성화하기 위해서 핀테크 육성에 집중하고 규제샌드박스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규제샌드박스는 2016년 영국에서 제도화되면서 그 귀착점을 기존 금융서비스에 대한 와해적 혁신을 통한 경쟁과 금융의 성장이라는 점을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 즉 혁신적 아이디어를 시장에 적용하는데 따르는 비용과 시간을 절감해 주기 위하여 혁신적인 비즈니스에 적합한 규제체계(Regulatory Framework)를 별도로 설계하는 제도이다.

그간 금융혁신서비스를 분석하면 한국의 금융시장의 특수성이 뚜렷하게 부각된다. 먼저, 은행, 카드사, 대기업 등 기존 금융기관들의 비중이 규제샌드박스를 운영하는 다른 나라들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지정된 32건 중 14건 정도를 차지해서 약44%에 달한다.

다만, 기존 금융기관들의 경우 BC카드 사례에서 보듯이 규제샌드박스로 제안된 서비스가 핀테크 기업들이 과거에 해당 금융회사에 제안했던 아이디어를 모방하였다는 주장들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규제샌드박스를 도입해서 혁신금융서비스를 지정하고 있으나 사실상 은행과 카드, 증권사, 보험 등 기존 금융회사들의 독점이 심화된 결과를 가져왔다. 오픈뱅킹으로 확대된 오픈플랫폼은 원래의 기능보다는 은행들이 핀테크 기업들을 구축하는 효과가 두드러진다. 

혁신 아이디어나 혁신기술의 경우 오히려 기존 규제체계를 와해한다는 측면에서 쉽게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받지 못하는 역차별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규제 등에 일반적인 현상이 일종의 성공의 역설(Paradox of Success)의 문제이다. 와해적 혁신을 가능한 혁신기술이 오히려 기존 규제체계에 위협적이라는 이유로 배제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혁신생태계와 규제설계에 대한 이해가 없는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발생한다. 규제샌드박스가 성공하려면 필히 규제프레임을 새로 설계(Regulatory Framework)한다는 점에 대하여 윤석열 정부의 금융위원회가 깊이 고려해야 할 것이다.

/영국 FCA제공
/영국 FCA제공

 

오픈뱅킹은 혁신금융의 상징이다

규제샌드박스를 2016년 부터 금융혁신 제도로 정착시킨 영국의 경우, 규제샌드박스 대상으로 지정받은 기업들 대부분 스타트업들이었다. 소매금융(Retail Banking), 보험상품, P2P, 투자(Retail Investment) 등 다양한 금융분야의 혁신서비스가 규제샌드박스 내에서 와해적 혁신을 진행하였다.

한국의 금융혁신을 상징하는 오픈뱅킹이 문재인 정부를 거치면서 은행 등 기존 금융회사에 최적화된 규제체계로 변화되어 은행들이 의사결정을 독점하고 있는 현실에서 윤석열 정부가 지향하는 혁신이 가능할 것인지 가늠하기 어렵다. 고만고만한 서비스에 만족하고 있을 때, 애플페이 같이 차별화된 해외 서비스가 진입하면 카드사들이 줄을 서고 간편결제는 위기를 맞게 된다.

우리가 가져야 할 문제의식은 또다른 독점을 불러오는 ‘애플은 되는데 삼성은?’이라는 물음으로 대체할 것이 아니라 ‘은행은 되는데 인스타페이는?’이어야 한다. 애플페이는 독자적인 경쟁력을 갖춘 혁신이다. 인스타페이가 2007년 QR과 바코드를 결제플랫폼으로 출원한 특허를 카카오페이가 침해하지 않았다면, 근거리무선통신(NFC)을 이용한 애플페이와 혁신경쟁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모방(Imitation)은 결코 오리지널(Original)을 이길 수 없다. 이제 오픈뱅킹과 규제샌드박스를 혁신적인 스타트업에 돌려 주어야 한다. 우리금융그룹 임종룡 회장의 혁신을 기대한다.

글쓴이: 배재광 한국핀테크연구회장(law@cyberlaw.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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