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노조 "정은보 공직자윤리법 위반···법 허점 악용해 기업은행 꽂으려 해"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조합원들이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관치 낙하산 강행 금융위원장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들은 지난 20일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정은보 전 금융감독원장을 차기 기업은행장으로 검토 중이라 밝힌 것에 대해 관치 낙하산 인사를 강행한다며 비판했다. 2022.12.26/연합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조합원들이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관치 낙하산 강행 금융위원장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들은 지난 20일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정은보 전 금융감독원장을 차기 기업은행장으로 검토 중이라 밝힌 것에 대해 관치 낙하산 인사를 강행한다며 비판했다. 2022.12.26/연합

 

[포쓰저널=박소연 기자]  금융권에 낙하산 인사 논란이 거센 가운데 이번에는 차기 IBK기업은행장 인선을 싼 갈등이 본격화되고 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26일 정은보 전 금융감독원장이 차기 기업은행장에 유력하게 거론되는 것과 관련, 공직자윤리법 상으로도 정 전 원장은 기업은행장이 될 수 없다며 사실상 인사권을 가진 금융위원장을 강하게 비판했다.

금융노조는 이날 서울 종로구 정부청사 앞에서 '관치금융 낙하산 강행 금융위원장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주장했다.

금융노조는 "기업은행이 기타공공기관이라서 공직자윤리법 상 취업제한의 예외라는 것은 핑계"라며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관치가 무조건 나쁜 건 아니다'라고 합리화하더니, '금융이 다 관치가 아니냐'라고 정당화까지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20일 정 전 금감원장의 차기 기업은행장 내정설과 관치 논란 등에 대해 "후보자 중 한 명인 것은 맞다"며 "일률적으로 관료 출신이 나쁘다고 볼 것이 아니라 후보자 개인에 대해 논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금융노조는 "현재 NH농협금융지주 회장, 우리금융지주 회장, BNK금융지주 회장, 기업은행장 인사 모두 관치 낙하산 논란에 휩싸여 있다"며 "현 정부에서 자행하는 관치와 낙하산 인사를 10만 금융노동자가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기업은행의 경우 현 윤종원 행장도 2020년 1월 임명 당시 문재인 정부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내고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어서 노조가 '낙하산 반대'를 주장하며 한달여동안  출근저지를 하는 등 진통을 겪은 바 있다.

기업은행의 경우 공직자윤리법의 제도적 헛점을 이용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코드 인사 챙기기로 인한 '낙하산' 논란이 그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다.

공직자윤리법(17조)는 금감원장 등 공직자는 퇴직일부터 3년간 재직한 공직과 이해관계가 밀접한 회사 등에는 '취업심사'를 통과해야만 취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법에 따른 취업제한 대상기업에는 일반 사기업 뿐 아니라 '시장형 공기업'도 포함돼 있다.

'시장형 공기업'은 자산 2조원 이상이고, 총수입액 중 자체 수입 비중이 85% 이상인 경우에 지정될 수 있다.

기업은행도 3분기 말 기준 자산이 433조원이고 자체 수입비중이 100%인 만큼 '시장형 공기업' 요건에 부합한다.

하지만 현재 기획재정부는 기업은행을 시장형 공기업이 아닌 '기타공공기관'으로 분류해 놓고 있다. 기재부는 기업은행 지분 63.7%를 보유한 절대주주다.

이 때문에 기업은행장은 공직자 출신의 취업제한 대상 리스트에서 빠져 있고, 정은보 전 금감원장도 이런 맹점을 타고 차기 기업은행장 물망에 오른 것이다.

임명절차도 별도의 공모나 임원추천위원회 구성 없이 금융위원장의 제청만 있으면 대통령이 임명하는 구조다. 

정 전 원장은 문재인 정부 때인 2021년 8월 금감원장에 임명돼 올해 6월까지 재직했다. 현재는 보험연구원 연구자문위원으로 있다.

윤종원 현 기업은행장과도 막역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두 사람 모두 재무부 관료 출신으로 한국 금융을 주무른다는 이른바 '모피아(재무부+마피아)'다.

김동수 금융노조 수석부위원장은 "법률(공직자윤리법)을 보면 정은보 전 금감원장은 3년간 은행장으로 올 수 없다"며 "(금융위원장은) 금감원장을 그만둔 지 6개월밖에 안된 고위 공직자를 시중은행, 일반기업이라면 가지 못하도록 한 법의 허점을 악용해 기업은행에 꽂으려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기업은행은 정부 은행이기 때문에 괜찮다고 하지만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소리"라며 "기업은행은 공공기관이지만 주식회사, 상장기업이고 시중은행과 마찬가지로 영업하고 이익내고 경쟁하는 은행"이라고 했다. 

기업은행장 후보로는 정 전 금감원장 외에도 이찬우 전 금감원 수석부원장, 도규상 전 금융위 부위원장 등 외부인사도 거론되고 있다.

내부 인사로는 김성태 기업은행 전무, 최현숙 IBK캐피탈 대표 등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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