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태 강원지사가 10월 27일 베트남 방문일정을 중도에 취소하고 귀국하였다. 귀국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9월 28일 강원중도개발공사의 회생절차 진행과 그로 인한 채권시장에 몰고 온 거대한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듯한 태도로 인하여 다시 기자들로부터 비난의 대상이 되었다.

나는 김진태 강원지사의 보증채무불이행선언과 중도개발공사 회생절차 진행과 그로인한 채권시장에 혼란을 야기한 행위 자체를 옹호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러나 그의 인터뷰에서 나온 태도의 배경에 대해서는 곱씹어 볼 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과연 채권시장 혼란, 한국전력 등 공기업의 채권발행이 유찰된 결과와 둔산주공아파트재개발 건설사들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차환에 실패하면서 드러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의 혼란을 그의 행위로 인한 결과로 치부하는 것은 성급한 결론이기에 유보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를 온전히 비난하기 위해서는 인과관계에 대해 꼼꼼히 따져 보아야 할 것이다. 

그는 단지 중도에서 눈뭉치를 최문순이라는 정치적 상대에게 던졌을 뿐인데 그 눈뭉치가 누구도 미처 인식하지 못한 비탈길을 따라 굴러서 거대한 눈사태가 되어 대한민국 서울을 덮쳤을 수도 있다. 

그런데 중도에는 원래 비탈길이 없었고 그도 모르는 사이에 건설회사, 증권사, 공기업 등이 아파트를 건설하기 위하여 중도로부터 서울에 이르기까지 비탈길을 만들어 놓았기 때문에 일어 난 거대한 결과일 수도 있다. 

김진태 지사나 레고랜드 사건이 아니라 누구라도 어떤 눈뭉치를 던지기만 하면 대한민국 서울이 거대한 눈사태로 인하여 걷잡을 수 없는 결과가 야기될 수 있었다면 그에 대한 현재의 비난은 과도한 것이다. 아니 어쩌면 위기의 본질에 대한 회피와 호도가 숨어 있다고 보여진다.

일부 정치권과 여의도 금융권에서는 그 비탈길이 있었다는 것을 왜 몰랐는지에 대해 비난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 그런데 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이 10월 14일 워싱턴DC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강원도 레고랜드의 ABCP 디폴트 사태를 ‘강원도 스스로 해결해야 할 지역 문제’ 정도로 규정한 사실 등을 고려할 때 국내 경제전문가 조차도 그 파장을 미처 예측하지 못하였으며 실제 누구도 사태의 파장이 눈에 띄일 때까지 경고를 한 사실을 찾아 볼 수 없다. 

내로라 하는 경제 전문가들이나 비평가들도 중도에서 시작된 비탈길이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에 까지 이르리라는 사실도 파악하지 못했고 김진태 지사가 최문순 전 지사에게 던진 작은 정치적 ‘눈뭉치’하나가 대한민국 서울에 거대한 눈사태를 야기할 줄을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다는 것이 2022년 10월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냉혹한 현실이다. 김진태 지사를 ‘경알못’이라고 비난하기 전에 우리가 현재 대면하고 있는 위기의 본질을 알아야 한다.

레고랜드 사태로 인한 파장은 두가지로 확산되고 있다. 하나는 지방정부나 공기관 발행채권에 대한 신용도 하락이며, 다른 하나는 부동산PF와 관련된 건설사와 자금을 조달한 증권사의 부도위험이다. 지방정부와 공공기관의 문제는 근본적으로 자치단체의 파산과 관련된 논의를 시작할 때가 되었으며, 공공기관의 무분별한 사업진행에 대해서는 국민세금을 담보로 한 지속가능하지 않은 행태라는 점을 반드시 짚고 넘어 가야 할 것이다. 

다만, 국민연금 등 각종 연금이 지방채나 한국전력 등 공공기관 발행채권, 국채 등 초우량 채권으로 평가받고 있는 채권을 연금액의 다수 비율로 보유하고 있다는 현실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이 점에서 김진태 지사의 책임은 적지 않다고 보여진다. 그러나 이 위험은 정부가 함께 감당해야 할 것이고 어쩌면 재경부 장관 조차도 미처 파장을 예측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그 비난과 내용은 일방적이고 과도한 면이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레고랜드 사태로 드러난 건설사와 증권사의 부동산 PF 부실로 인한 위험은 사실 김진태 지사의 보증채무 지급 중단과 중도개발공사의 회생절차 진행, 강원도가 보증한 자산유동화기업어음 최종 부도처리에 따른 필연적인 결과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누가 당기든 그 뇌관에 불을 붙이는 자가 있을 수 밖에 없는 피할 수 없는 필연적 결과라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자본시장연구원이 2019년에 발행한 ‘국내 증권업 부동산PF 유동화시장의 추이와 위험 분석’에서도 이미 경고했듯이 부동산 활황을 기대하고 과도한 부동산PF에 대한 건설사, 증권사 등의 유동화는 2008년 미국 세컨더리모기지 사태로 인하여 발발한 세계 금융위기와 같은 수준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과거 저축은행의 경우 부동산PF 대출이라면 현재 증권사 등의 경우 자기 신용으로 보증을 한 후 증권화하여 시장에서 유동화하기 때문에 파생금융상품으로 증권화한 세컨더리모기지 같이 한층 위험이 시장에 확산되고 가중된 형태다. 

지난 상반기 기준으로 총잔액이 112조에 달하고 증권사의 경우만 28조원이다. 부동산 PF의 경우 양적인 규모에서 오는 부실과 사업성에서 오는 질적인 부실 위험이 동시에 터질 수 있는 시한폭탄 같은 상황이다. 지난 23일 정부의 50조원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도 사실은 증권사 등 금융권의 부동산 PF로 인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의 신용을 강화하기 위한 긴급자금 공급 프로그램 성격이 강하다. 

결국 김진태 강원지사의 레고랜드 사태로 인하여 그를 비난만 할 것이 아니라 온전히 그의 책임을 묻기에는 과도한 면이 있으며 길게 보면 취약한 국가 경제구조가 드러난 것에 대해 감사해야 할 일일 수도 있다. 부동산, 특히 아파트에 의존한 경제, 지방자치단체나 공공기관의 무분별한 부동산 개발에 의존한 경제구조의 위험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다. 우리경제는 아파트 가격이 끝없이 우상향해야 지속가능한 불가능성을 전제로한 경제구조다.

이것이 정부와 경제전문가들이 가계 자산의 90%를 무수익 자산인 아파트로 보유하게 부추긴 결과이고 혁신생태계가 전체 기업의 20%비율로 OECD국가 중 꼴찌이며, 20대와 30대 MZ세대를 영끌하게 한 주범이고 합계출산율 0.82로 세계에서 가장 먼저 사라질 국가로 만든 주범이다. 

우리에게는 레고랜드 사태로 김진태 강원지사를 비난할 시간이 없다. 아파트가격에 의존하는 국가경제구조를 일신하고 또 일신하여 지속가능한 혁신생태계를 만들기에는 일말의 여유조차 없는 위기의 순간이다. 

글쓴이: 배재광 블록체인거버넌스위원회 의장(인스타페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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