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팀장-미전실 2013년 이메일서 'VC에게 보고후 일정 변경' 언급
한 팀장, 6일 증인신문서 "VC는 이재용 부회장으로 추측"
에버랜드-제일모직 합병 당시에도 이재용 개입 정황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연합뉴스

[포쓰저널=문기수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등 삼성 3세 승계작업의 토대가 된 '프로젝트G' 문건과 관련된 내용을 당시 미래전략실 실무자들로부터 보고받았다는 삼성 내부 인물의 증언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박정제·박사랑·권성수 부장판사)는 6일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 상 부정거래 및 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 등 삼성 전·현직 임원 11명에 대한 두번째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공판에서는 이 부회장의 승계를 목적으로 미전실 주도로 작성된 것으로 알려진 '프로젝트G' 문건에 관여한 한모 당시 삼성증권 팀장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됐다.

검찰은 한 팀장과 김모 당시 미전실 부장이 주고받은 이메일을 통해 에버랜드가 급식사업과 건물관리 사업을 분리하는 작업을 진행하던 2013년 이미 이 부회장이 미전실을 통해 프로젝트G의 진행상황을 챙기고 있었다고 했다.

검찰은 2013년 7월 24일 한 팀장이 발신하고 김 부장이 수신한 이메일을 제시하며 “해당 이메일을 보면 김 부장이 ‘VC 보고후 일정이 첨부파일처럼 바뀌었다’ 라고 했다”며 “여기서 VC는 무엇이냐”고 한 팀장에게 물었다.

한 팀장은 “약자로 돼있어서 모르겠지만, 추측컨대 바이스 체어맨(Vice Chairman,부회장)으로 짐작된다”고 답했다.

검찰은 “VC는 바이스 체어맨 즉, 이재용 부회장을 뜻하는 것이 아니냐”라고 재차 물었다.

한 팀장은 “그랬을 것 같다”고 했다. 다만 “당시 (이재용 부회장을) 어떻게 호칭했는 지 정확히 기억할 수 없다”고 했다.

2013년에는 삼성이 구 제일모직과 에버랜드 합병 작업을 벌이고 있을 때다. 그해 12월 에버랜드는 제일모직 패션부문을 흡수합병한 뒤 3개월 뒤 사명을 제일모직으로 변경한다. 이후 제일모직이 2015년 7월 구 삼성물산과 합병하면서 이 부회장 승계작업이 일단락된다.

이어 검찰은 해당 이메일에서 나오는 삼성SDS 내부거래 일감몰아주기 부분과 관련해 “2페이지를 보면 ‘대주주에게 약 4500억원이 유리하다‘라는 문구가 있다”며 “여기서 대주주란 누구인가”라고 물었다.

한 팀장은 “삼성그룹의 개인 대주주일 것 같다”라고 말했다.

검찰이 “이건희,이재용 일가인가”라고 다시 묻자 한 팀장은 “그렇다”고 답했다.

검찰은 에버랜드의 제일모직 패션부문 인수와 관련해서도 국민연금 등 주주들을 설득하기 위해 미전실과 삼성증권 직원들로 구성된 사업조정TF가 추진 시나리오를 만들었다고 했다.

검찰은 “2013년 8월16일 한 팀장이 발신하고 김 부장이 수신한 이메일을 보면 ’거래명분과 관련해서 내일 4시 회의에 논의할 초안‘이라고 말하는데 무슨 뜻인가”라고 물었다.

한 팀장은 “거래의 이유를 가지고 내용이 정리가 돼있고, 그걸 가지고 회의를 하겠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검찰은 또다른 이메일을 거론하며 “2013년 9월3일 중요일정 및 구비서류 문건 내용을 보면 2013년 3월부터 제일모직 패션사업 양수 계획이 나와있다”며 “양수 계획에 나와있는 시나리오 내용이 사실이냐”라고 물었다.

한 팀장은 “실제 내용도 있고, 다른 내용도 있다. 문서들은 소급해서 만든 측면이 있다”고 답했다.

한 팀장의 증언과 이메일 내용은 삼성 측의 기존 주장과는 정면으로 배치된다.

삼성 측은 에버랜드 사업구조 개편,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등은 각 계열사 경영진들이 경영상의 목적에서 추진한 것이고 미전실은 사후에 개입했을 뿐이라고 주장해왔다.

재판부는 다음 기일인 20일 한 팀장에 대한 변호인 측 반대신문을 진행하기로 했다.

저작권자 © 포쓰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