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사법부 시절 검찰 수사자료를 법원행정처에 누출한 혐의로 법정에 선 (왼쪽부터)신광렬 부장판사, 조의연 부장판사, 성창호 부장판사가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후 법정을 나서고 있다./사진=뉴시스

[포쓰저널=성은숙 기자] 검찰 수사 기록 누출 등 '사법농단'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신광렬(56)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조의연(55) 서울북부지방법원 수석부장판사, 성창호(49) 서울동부지방법원 부장판사 등 현직 판사 3명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에 이어 '사법농단' 관련 당시 판사 4명이 모두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셈이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의 재판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은 재판부의 무죄 선고를 납득하기 어렵다며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유영근)는 13일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기소된 신광렬·조의연·성창호 부장판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신 부장판사 등이 임종헌(62)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에게 '정운호 게이트'에 연루된 법관 등에 대한 수사 정보 및 영장내용 등을 보고한 내용이 공무상 비밀에 해당하지 않으며 법원 내부 업무 범위 안에 있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신 부장판사는 당시 중앙지방법원 수석부장판사로서 사법 신뢰 회복 및 사법행정 차원에서 비위사항을 보고한 것 일 뿐이었다"며 "영장 판사로부터 보고 받은 수사정보는 관련 규정에 근거해 법관 비위를 감독하는 상급 행정기관인 법원행정처 차장만을 상대로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또 "조 부장판사와 성 부장판사 역시 영장전담 판사로서 수석부장판사와 법원행정처에 처리결과 등을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보고한 것이다"며 "이들의 행위로 인해 검찰의 범죄수사기능, 법원의 영장재판기능, 국가기능이 방해받거나 위험에 빠지는 등 상황이 초래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이들이 임 전 차장 등 법원행정처에 전달한 정보는 공무상 보호돼야 할 비밀이 아니다"며 "당시 검찰이 언론에 수사 정보를 브리핑하거나 징계 처리 등을 법원에 알려준 이상 임 전 차장에 대해 비밀로 유지하고 보호할 가치가 큰 정보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모든 수사 기록 정보가 외부 누설 금지 대상이 되는 것이 아니라 비밀로 지켜질 필요가 있는 정보인지 법리와 상황에 비춰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의 공모여부에 대해서는 "조 부장판사와 성 부장판사는 (수사 관련해) 신 부장판사가 작성한 9개의 문건을 임 전 차장 등 법원행정처에 보고한다는 사정을 인식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영장재판으로 취득한 정보를 외부에 누설하기로 사전에 모의했다고 인정하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검찰은 "법원행정처가 피고인들에게 수사기밀 수집과 보고를 지시한 사실, 피고인들은 그 지시에 따라 10회에 걸쳐 법원행정처에 수사상황과 증거관계를 정리하여 보고한 사실, 사건관계인들의 진술·통화내역·계좌추적결과 등이 망라된 153쪽 분량의 수사보고서를 통째로 복사하여 유출한 사실, 법원행정처가 (수사선상에 오른) 법관들과 그 가족에 대한 영장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강화하도록 피고인들에게 지시한 사실, 별도의 팀을 만들어 검찰과 검찰총장을 압박하는 방안을 마련하기도 하였던 사실 등이 공판과정에서 객관적인 증거와 진술에 의해 모두 확인됐다"며 "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수사기밀을 법원행정처에 누설하고, 법원행정처는 영장재판 가이드라인 및 수사 확대 저지 방안을 시행하거나 수사대상자에게 누설함으로써 수사 및 재판 기능에 중대한 위험을 야기한 사안이다"며 항소 의사를 밝혔다.

앞서 검찰은 결심공판에서 신 부장판사에게 징역 2년을, 조 부장판사와 성 부장판사에게 각각 징역 1년을 구형했다.

'정운호 게이트'는 정운호(56)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가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세 차례에 걸쳐 상습도박 혐의로 기소되는 과정에서 △홍만표(62) 전 대검찰청 기획조정부 부장 출신 변호사 △최유정(51) 전 전주지방법원 군산지원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 △김수천(61) 전 인천지방법원 부장판사 △박민호 전 서울고등검찰청 검사 △신영자(79) 롯데복지재단 이사장 △김 모 전 검찰 7급 수사관 △김 모 검찰 6급 수사관 △이 모 성형외과 의사 등이 연루된 '법조비리'가 적나라게 드러난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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