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쓰저널=김성현 기자] 한화케미칼 등 한화그룹 계열사 최소 6곳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친누나 김영혜씨가 최대주주로 있는 한익스프레스에 물류계약을 몰아주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한익스프레스 관련 일감몰아주기 조사를 기존 알려진 한화케미칼 뿐아니라 관련 한화 계열사 전반으로 확대해 실시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규모기업집단(재벌) 중 총수일가 일감몰아주기나 사익편취 혐의로 공정위 조사 대상에 올라 있는 곳은 한화그룹이 유일하다.

26일 한익스프레스의 2018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한익스프레스는 지난해 (주)한화, 한화엘앤씨, 한화컴파운드, 한화케미칼, 한화에너지, 한화첨단소재 등 6곳의 한화그룹 계열사에 운송담보용 백지수표를 발행했다.

특히 수표는 (주)한화에 6번이나 발행돼 물류 수주가 집중되는 모습을 보였다.

올해 상반기에도 같은 계열사에 운송담보용 백지수표가 발행됐으며 (주)한화에는 5장이 몰렸다. 나머지 계열사에는 각 1장의 백지수표가 발행됐다.

운송담보용 백지수표는 화물 운송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손해를 담보하기 위해 발행하는 수표다. 통상적으로 운송회사는 물류 수주를 받으면 백지수표를 발행해 화주에게 전달한다.

공정위 기업집단국은 한화그룹의 물류가 한익스프레스에 집중된 점을 들어 일감몰아주기를 의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는 특히 한익스프레스가 다른 기업과 거래하는 물류 가격과 한화케미칼과의 거래 가격을 대조해 한화측으로부터 더 높은 대가를 받은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는 이 같은 내용을 한화케미칼에 국한하지 않고 한익스프레스와 물류계약을 맺은 한화그룹 계열사 전반을 상대로 조사를 진행 중이다. 

한익스프레스가 2019년 상반기 운송담보로 백지수표를 발행한 기업 목록.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

 

한익스프레스는 육상화물 운송 전문업체로 한때 한화그룹의 계열사(당시 삼화통운)였다가 1989년 태경화성에 매각되면서 한화그룹에서 분리됐다. 

한익스프레스가 다시 한화그룹 계열사의 물류를 맡게 된 것은 2009년 김영혜씨가 태경화성으로부터 주식을 장외매입해 최대주주로 올라선 다음이다. 

한익스프레스의 지분은 김영혜씨와 차남 이석환 한익스프레스 대표이사가 각각 25.77%, 25.60%를 보유하고 있다.

2008년 태경화성과의 거래에서 연간 16억3200만원의 매출을 올렸던 한익스프레스는 주인이 김혜경씨로 바뀐 후 한화케미칼(당시 한화석유화학)과 거래를 트며 2009년에만 한화 계열사로부터 461억2100만원 규모의 물류 수주를 따냈다. 이는 2009년 전체 매출의 3분 1이 넘는 액수다.

이후 한화 계열사와의 거래량이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에는 5658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중 절반 가량이 한화그룹 계열사와의 거래 매출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 관계자는 “개별 조사 사항은 구체적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면서도 “다만 한화그룹 전반에 대한 일감몰아주기 조사는 현재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지난 2017년 한화그룹이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이 지분 100%를 보유한 전산서비스 계열사 한화에스엔씨(S&C)에 일감몰아주기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번 조사는 해당 사안에 대한 연장선이다.

공정위는 한화그룹과 한익스프레스에 대한 조사를 마치는 대로 심사보고서를 한화그룹에 전달하고 검찰 송치 등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한화그룹은 3년이 넘게 진행 중인 공정위의 조사에 곤혹스럽다는 입장이다.

한화에스엔씨 일감몰아주기 의혹의 경우 3년에 걸친 공정위의 대대적인 조사에도 현재까지 특별한 조치가 없는 상황이다. 조사범위만 김승연 회장의 친누나인 김영혜씨까지 확대됐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화약, 석유화학 제품 등 물류는 일반적인 물류사업과 달리 높은 기술을 요한다”며 “특히 물류 수주가 몰린 (주)한화는 화약을 옮기는 업무기 때문에 조심성을 요한다. 한번 계약을 한 기업과 거래를 유지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공정위의 조사에 대해서는 “심사보고서가 곧 온다고 하니 내용을 보고 적당한 대응을 할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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