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0월 23일 출판유통심의위원회는 한통의 공문을 보낸다. 전자책 유통사들은 웹툰과 웹소설에 정가표시를 하고 출판문화산업진흥법 제22조에 따른 정가를 받지 않으면 법위반으로 신고되어 조치될 수 있다고 통지하였으나 다행히 국민청원 20만명을 넘어서자 친절하게도 현재 기다무 등이 정가제 적용을 받지 않는다고 인터뷰까지 해서 소비자들을 안심시켰다.

도서정가제는 2003년 종이책을 판매하는 지역서점들이 온라인 서점들로 인하여 불이익을 보지 않게 만들겠다는 대형 출판사들의 의지에서 나온 제도다. 2014년 개정되면서 결과적으로 도서소비자들과 작가, 중소형 출판사 등 생태계를 책으로부터 소외시키는 제도로 재설계되었다. 

그런데 이번 웹툰 유통플랫폼들에 보낸 진흥원 공문은  지역서점과 무관한 전자책 분야의 도서정가제 적용확대라는 점에서 정가제 본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 
더구나 웹툰과 웹소설 등 새로운 비정형 콘텐츠에까지 도서정가제를 적용하겠다고 주장하는 것은 문재인 정부의 혁신정책에도 반하는 새로운 규제조치임에 틀림없다. 

흔히 도서정가제라 불리는 출판문화산업진흥법 제22조 규정은 같은 법 제2조 제3호 간행물에만 적용된다. 같은 조 제4호 전자출판물도 이북(eBook) 등 간행물일 경우 정가제가 적용되고 있다. 

그러므로 진흥원 입장에서는 웹툰 등 비정형 콘텐츠에도 제22조 제3항에 따라 정가제를 적용하려면, 유통플랫폼들이 서비스하는 웹툰에 ISBN 등을 표시하게 하여 간행물로 만들어야 했을 것이다. 

이번 출판유통심의워원회의 공문은 그 의도를 충실히 담고 있는 것이다. 물론 진흥원 관계자가 사실은 정가제를 적용할 수 없음을 이번에 조목조목 사례까지 들어서 친절하게 부인해 주어서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여기서 잠시 진흥원 관계자의 말을 들어 보자. 웹툰 무료보기가 사라질지 여부에 대한 팩트체크를 한 보도에 따르면, 진흥원 심의위원회는 ‘ISBN을 발급받은 콘텐츠에 한해 가격 표시를 제대로 해달라는 내용’이고 도서정가제엔 소비자가 알아보기 쉽게 가격을 표시하라는 규정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에 제22조 제3항에 따르면 전자출판의 경우에는 서지정보에 명기된 정가를 판매자는 구매자가 식별할 수 있도록 판매사이트에 표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그 내용을 공지하였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니 애시당초 간행물로 등록하지 아니한 웹툰 등은 정가를 판매사이트에 표시해서 구매자가 식별하게 정가를 표시할 필요가 없다. 더구나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도서정가제는 판매와 관련된 제도이므로 무료보기 서비스와 관련이 없어서 도서정가제와 적용과 관련이 없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흥원과 심의위원회가 유통플랫폼에 웹툰 등에 정가를 표시하도록 공문을 보낸 저의는 모든 웹툰을 간행물로 만들고 도서정가제를 적용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는 내심까지 부인하기는 힘들 것 같다. 기다무(기다리면 무료)를 웹툰업계의 판매 마케팅 수단으로 보고 이를 금지하는 조치를 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웹툰 소비자들이 이를 비판한 것은 당연한 반응이다.

이번에 청와대 청원이 20만명을 넘어가자 부담을 느낀 진흥원에서 친절하게도 현행 도서정가제하에서는 웹툰과 웹소설 같은 비정형 웹콘텐츠에 까지 정가제를 적용할 의사가 없음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완전 도서정가제로의 개정에 대해서도 같은 입장을 가지고 있다면 앞으로 웹툰, 웹소설 독자들은 지금과 같이 기다무 등 정가제 적용없이 유통플랫폼의 다양한 마케팅, 판매 전략에 따라 무료로 또는 저렴하게 회당 구독료로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청와대 청원 20만명이 가져 온 또하나의 성과이다. 청와대 청원에 참여하여 준 소비자, 작가, 출판사 관계자들에게 감사한다.

글쓴이 : 배재광 완전도서정가제를 반대하는 생태계 준비모임 회장, 벤처법률지원센터 대표<law@cyberlaw.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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