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 2시 서울 강남구 소재 한국섬유산업연합회에서 열린 日 수출 규제 관련 업종별 설명회에서 현용한 전략물자관리원 선임 연구원이 강의를 하고 있다. /사진=김성현 기자
7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국섬유산업연합회에서 열린 일본 수출 규제 관련 업종별 설명회에서 현용한 전략물자관리원 선임 연구원이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김성현 기자

[포쓰저널=김성현 기자] 정부가 일본의 추가 경제보복 조치로 인한 국내기업들의 피해가 반도체 업종을 제외하면 당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한국이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에서는 제외됐지만 1300여개에 달하는 전략물자 관리 자율준수기업(ICP, Internal Compliance Program)을 통해서 이전과 동일한 절차로 수입을 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고용노동부 등은 일본이 첨단 소재 ·부품 산업에서 한국에 비해 비교우위에 있는 부분이 많은 만큼 수출 규제에 따른 상황을 파악하고 대응책을 지속적으로 강구해 간다는 방침이다.

정부가 국내 기업을 상대로 실시하는 수출규제 지원방안은 ▲정보 제공 ▲주요 품목 물량확보 지원 ▲근로기준법 완화 ▲세액공제 ▲자금지원 등이다.

일본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 후 수출통제제도. /자료=산업통상자원부, 표=김성현 기자
일본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 후 수출통제제도. /자료=산업통상자원부, 표=김성현 기자

◆ 당장은 반도체 업종외 별 타격없어

7일 산자부와 한국무역협회, 전략물자관리원, 고용노동부는 서울 강남구 한국섬유산업연합회에서 '일본 수출 규제 관련 업종별 설명회'를 열고 이날 일본 정부가 공포한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 내용과 정부 대응방안을 설명했다. 

일본의 개정 수출령은 28일부터 실행에 들어간다.

개정 수출령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기존에 백색국가와 비(非)백색국가로 구분했던 수출 국가분류를 4개 그룹으로 나눠 수출 절차를 차등적으로 적용한다.

그룹은 A부터 D까지 있으며 한국은 두 번째 단계인 B그룹에 속한다. A그룹은 이전 백색국가와 같은 지위를 가진다.

B그룹은 4대 국제수출통제체제(WA, MTCR, NSG, AG)에 가입한 국가 중 일정 요건을 충족한 국가가 포함됐다.

C그룹은  A, B, D에 해당하지 않은 잔여국들이 포함된다. D그룹은 유엔(UN) 무기금지국과 북한 등과 같은 국가들이다.

A에서 D로 갈수록 수출규제는 엄격해진다.

한국은 이 중 B그룹에 속하게 됐다. 일본 내 ICP기업의 수출만 기존 백색국가와 같은 절차를 밟을 수 있다.

일본의 전략물자 수출은 크게 포괄허가와 개별허가로 분류된다.

포괄허가의 경우는 그 절차가 간소해 승인까지 통상 1주가 소요되며, 유효기간도 3년이다.

개별허가는 통상 90일의 처리기간이 소요된다. 유효기간은 6개월이다.

일본은 1120개 전략물자 중 민감품목인 263개에 대해서는 수출 시 무조건 개별허가를 받도록 했다. 이는 백색국가라 해도 예외가 아니다.

문제가 되는 것은 857개의 비민감 전략물자다. 이들 품목은 백색국가를 상대로 수출할 경우만 포괄허가로 절차가 진행된다.

한국은 백색국가에서 제외됨에 따라 향후 이들 전략물자를 수입하기 위해서는 복잡한 개별허가 절차를 거쳐야 한다.

개정 수출령은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 불화수소를 제외한 비민감 전략물자는 ‘특별포괄허가’ 절차를 통해 이전과 같은 수순으로 수출·입을 할 수 있도록 했다.

ICP기업을 통해서 소재를 공급받을 경우 백색국가 제외 이전과 크게 달라지는 것이 없는 셈이다.

ICP기업은 현재  총 1300여 개가 지정돼 있는데, 이 중 명단이 공개된 기업은 632개다.

정부는 이들 기업을 통해 현재 한국 기업들이 수입하는 일본 소재가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산자부는 지난 2일 일본이 각의를 통해 이 같은 형태의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을 결정한 후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 있는 159개 품목을 ‘관리품목’으로 정하고 피해규모를 예상해 왔다.

산자부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까지 관리품목으로 지정된 소재를 수입하는 업체 중 수출규제 피해를 입는 기업은 아직 조사되지 않았다.

다만 1차 수출 대상으로 지정된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 불화수소는 특별포괄허가 대상도 아니기 때문에 여전히 수입 절차가 까다롭다.

현재까지는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직접 타격을 받는 기업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등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업종으로 제한적이다. 

하지만 여타 업종도 상황은 일본 정부의 태도에 따라 언제든지 악화될 수 있다. 일본 정부가 특정 물품을 무기 등 군사 용도로 사용될 수 있다고 규정하면 해당 제품에 대해서는 ‘캐치올(Catch-all) 허가’를 도입해 규제를 강화할 수 있다.

일본 정부가 특정 품목을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 불화수소 처럼 특별포괄허가가 불가능한 개별허가 품목으로 지정하는 할 수 있기 때문에 일본 우위가 높은 소재의 국산화가 시급하다는 것이 산자부의 설명이다. 

일본 전략물자 수입 시 개별절차와 포괄절차. /자료=산업통상자원부, 표=김성현 기자
일본 전략물자 수입 시 개별절차와 포괄절차. /자료=산업통상자원부, 표=김성현 기자

◆  "국가적 재난" 근로기준법 적용도 완화

정부는 일본의 수출규제가 당장은 큰 피해가 없더라도 기업피해 최소화를 위한 정부지원은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온·오프라인을 통한 정보 제공에 힘쓴다. 9일까지 일본 수출규제 제도 및 영향, 대응방향 및 지원내용 설명을 위해 20개 주요업종, 8개 지역 기업 대상 설명회를 개최한다.

일본 수출규제 관련 전용 홈페이지를 구축해 제도변경, 관련품목, 동향 정보 등 정보를 종합제공한다.

산자부 산하 전략물자관리원은 수출규제가 없는 일본 내 ICP기업 목록을 해당 홈페이지이 공개해 기업들이 일본 소재를 수입할 시 어려움이 없도록 지원한다.

단기적인 공급 안정화를 위해서는 주요 품목 물량확보를 위해 수출규제품목을 대상으로 보세구역 내 저장기간을 기존 2개월에서 필요기간까지 연장해 준다.

수출규제품목에 대해서는 24시간 통관지원체제를 가동해 서류제출·검사선별을 최소화한다.

기업이 수출규제품목 신규 수입처를 확보할 시에는 수입자금 대출 시 한국무역보험공사가 추가 소요자금을 일괄 보증지원한다. 선급금 지금 조건 계약 체결시에도 미회수 위험담보를 추가로 제공한다.

수출규제로 인해 피해를 입은 기업이 해외 소재를 발굴할때는 조사비용을 50% 경감해 준다.

소재 국산화를 위해서는 올해 하반기 중  29조원 규모로 계획된 소재·부품기업 정책 금융 지원프로그램을 신속히 집행한다. 

2020년 예산안에는 기술개발(957억원)·실증 및 테스트장비 구축(1275억원)·자금지원(500억원) 등 2732억원의 수출규제 대응 자금을 추가 반영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이 밖에 ▲R&D(연구개발) 및 시설투자 세액공제 확대 ▲국세 납기연장 ▲징수유예 ▲부가가치세 환급금 조기지급 ▲세무조사 유예▲관세조사·외환검사·원산지검증 등 유예 등을 통해 피해기업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고용노동부는 피해기업과 소재국산화 R&D(연구개발) 기업을 대상으로 근로기준법상 특별연장근로제도와 재량근로제도 기준을 완화한다.

기존의 근로기준법은 재난 등의 사유가 아니면 일주일에 연장근무 시간을 12시간을 넘길 수 없었다.

노동부는  “이번 사태는 국가적 재난”이라며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 불화수소 3개 품목 연구개발 업종에 한해 근로기준법을 완화해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또 핵심소재 연구개발 생산 업종에 대해서는 재량근로 활용도 완화한다. 이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지난달 31일 고용부 홈페이지에 공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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