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인공수정 동의 후 이혼 남성 '친자부인 소송' 공개변론

 

[포쓰저널=임혜지 기자] "인공수정이라는 의료 행위에만 동의했을 뿐이지, 법적 효력을 가지는 행위에 동의해 (태어난 아이)를 친생자로 인정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현행법상 부정할 수 있는 기간이 충분히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뒤늦게 친생자 추정을 부정하는 것은 허용해서는 안 됩니다."

부부간 합의를 통해 제3자의 정자를 인공수정해 낳은 자녀를 이혼 후에도 남편의 친자식으로 추정할 수 있는지를 두고 치열한 법정공방이 벌어졌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2일 오후 2시 대법정에서 부인과 이혼한 ㄱ씨가 두 자녀를 상대로 낸 친생자관계부존재 확인 소송 상고심 사건의 공개변론을 열고 각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청취했다. 

민법 844조는 아내가 혼인 중 임신한 자녀를 남편의 친자식으로 추정하고, 이를 깨뜨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친생부인의 소'를  인정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983년 7월 '외관상으로 명백하게 아내가 남편의 자녀를 임신하지 않았을 경우'에 한정해 친생추정의 예외를 인정한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유전자 검사의 정확성이 높아지고, 인공수정 등 새로운 형태의 임신·출산이 생기면서 과학적·객관적으로 증명 가능한 유전자형 배치를 기준으로 친자를 판단하자는 '혈연설'과 가정의 파탄 여부도 고려해야 한다는 '가정파탄설'이 학계 등에서 제기된 상태다. 

이에 36년만에 기존 판례 유지 여부를 놓고 날선 공방이 오갔다. 

원고측(남편)측  안성영 변호사는 "민법은 친자관계에 대해 '혈연 진실주의'를 채택해 혈연적 친자관계와 사회적 친자관계를 구별한 입법 취지에 따라 혈연관계가 아님이 확인된 인공수정 자녀에 대해서는 친생자 추정의 예외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의학·과학기술 발달로 진실한 혈연관계 판단이 손쉬워졌음에도 불구하고 친자관계를 지속시키는 건 가족 구성원 복리와 가정 평화의 법익을 조화시키지 못하는 처사"라며 "이는 불행한 가족관계를 지속하게 하는 것으로 (원고에게) 매우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피고(아내)측 최유진 변호사는 "친자추정의 예외를 확대하면 자녀는 혼외출생자로 신분이 불안정해지고 아버지에 대한 부양청구권, 상속권이 상실하는 문제가 발생한다"며 원고가 인공수정 출산 당시 동의했다가 변심해 친생부인권을 행사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대법원의 초청으로 공개변론에 나온 전문가들도 자신의 견해를 밝히며 팽팽하게 맞섰다. 

원고측 참고인인 차선자 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부자관계 귀속법리를 입양의 법리로 구성할 경우 제3자 인공수정으로 태어난 자녀와 아버지의 관계가 회복이 불가능할 정도로 파탄나면 친자관계를 지속할 수 없는 사유라서 파양 가능성 검토가 가능하다"며 "이 경우 확인소송을 통해 인정해주는 게 법리에 부합하는 것"이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어 "제3자 인공수정으로 낳은 아이는 부부가 입양하는 것으로 법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피고측 참고인으로 출석한 현소혜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친생추정 예외를 인정하면 출생과 동시에 자녀의 아버지 확정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며 "오히려 친생추정의 예외를 인정하는 현행 판결을 폐기해야 한다"고 맞섰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날 변론에서 제기된 견해를 토대로 본격적인 심리에 들어간다. 늦어도 올해 말에는 판례변경 여부에 대한 최종 결론이 나올 전망이다. 

저작권자 © 포쓰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