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기자의 귀농일기 <2> "왜 고향으로 귀농을 하지 않고?"

▲ 경제성없는 평당 수십만원대의 농지가 속출하고 있다./네이버 블로그 갈무리

귀농을 결심한뒤, 가장 큰 난관은 부모님을 설득하는 일이었다. 

부모님께서 귀농을 반대하는 이유는 다양했다. 

왜 힘든 농사일을 하려 하느냐와 더불어, 농촌에 가면 결혼은 어떻게 할 것이냐? 등등. 그 중 부모님이 가장 크게 염려하는 부분은 결혼이었던 듯 한데. 이미 불혹을 넘기 마당에 결혼은 무슨 결혼인가 싶기도 하고, 결혼을 해야 한다는 생각 자체가 아집이고 나를 옥죄는 멍에인 듯 해서, 귀농해서 돈 만 많이 벌면 장가가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며 부모님을 설득했다. 

그러나 귀농지를 선택하는 부분에서 부모님을 설득하는 것은 영 쉽지 않았다. 부모님의 입장은 귀농을 하려면 고향으로 와야 한다는 것이었는데. 부모님의 의견을 따르자니. 귀농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고향은 경남 함안인데. 나를 마산에서 낳고 기르셨지만. 부모님은 고향을 함안으로 생각하고 계셨다. 

농사 짓겠다는데 어딘들 상관있으랴 마는. 문제는 이곳의 땅값이 너무 많이 올랐다는 것이다. 부산, 울산, 창원, 김해, 양산 등 경남 남동부지역의 공업단지 확산으로 이 지역 인구가 대략 800~900만명 정도 된다. 

수도권 인구 밀집으로 용인, 여주, 이천 등 경기도 지역 농지가격이 엄청나게 올랐듯. 경남 남동부 지역의 농지 가격 상승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마산 진동면 지역의 경우, 웬만한 논 가격이 평당 30~40만원 정도 된다. 

함안에서도 평당 10만원 이하 농지를 구하는게 쉽지 않다. 

고향으로 귀농할 경우, 1000평의 경작지를 구하는데 최소 1억에서 3~4억이 소요된다는 이야기다. 

어떤 사람은 서울에서 20~30평 아파트가 3~4억 하는데. 1000평을 1억에 구하면 엄청 싼 것 아니냐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대부분의 귀농인들이 이런 관점에서 농지를 구매해 버린다. 슬픈일이지만...

그래서 귀농인들이 2~3년 안에 실패하고 다시 도시로 떠나는 경우가 많다. 귀농 농업인들이 실패하지 않기 위해서는 농사꾼이 아니라, 농업 경영인의 관점에서 땅을 구입해야 한다. 

예를 들어서 1억원으로 서울 지역 오피스텔을 구입하는 것과 농촌 지역에서 1000평의 논을 구입했을 때, 투자 수익률이 얼마나 차이가 날까?

오피스텔을 구입했다면 1년 임대 소득이 대략 300~500정도 될 것이다. 그렇다면 같은 돈으로 1000평의 논을 구매해서 임대해 줄 경우 임대소득이 얼마나 될까?

1년에 1000평의 경작지를 임대해주고, 그것도 거금 1억원을 투자해서 구입한 땅을, 얻을 수 있는 임대 수익은 100만원을 넘기기 힘들다. 농지 임대료를 가장 비싸게 받는 작물이 인삼인데, 인삼밭의 경우 평당 임대료가 1000원에서 1500원 정도다. 대신 인삼 수확 후 몇년간은 경작을 포기해야 하는 극한 상황을 감안해야 한다. 

농지를 임대해주는 것이 아니라 직접 경작을 하면 수익률을 훨씬 더 높일 수 있지 않느냐고 또 다시 반문하는 사람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극히 일부 작물을 제외하고 평당 수익률 1만원을 넘기는 농산물은 거의 없다. 1억원의 돈을 들여서 땅 1000평을 구입하고, 다시 씨앗값과 농약값 등 각종 농자재를 구입해서 농사를 잘 짓는다 하더라도, 1년에 벌어들이는 소득이 1000만원을 넘기기 힘들다는 이야기다. 

1000만원의 소득도 농사를 잘 짓는다는 전제하의 이야기고. 만약 농작물에 역병이 돌거나 기타 이유로 농산물을 판매하지 못할 경우 소득은 제로(0)를 넘어서 마이너스가 되기도 한다. 

서울에 있는 3~5억원의 집을 팔고, 1~2억원을 들여서 땅을 1000평 정도 구입하고. 그리고 1억원을 더 들여서 집한채 지으면, 유동 자산은 거의 다 없어진다. 

한두해 정도 농산물 가격 파동이 오거나 기타 이유로 현금 순환이 안될 경우, 귀농 1~2년만에 파산하는 극한 상황도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도시에서 귀농을 꿈꾸는 사람들은 이런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 

해발 400m 이상 산 정상부에 위치한 농지. 하지만 이 농지의 가격도 평당 3만원을 상회한다./사진=홍경환 기자

우리 부모님 또한 마찬가지였다. 

40~50여년 전 농사지을 때 1000평의 농장은 어마어마한 규모였다. 하지만 지금은 1000평의 농장으로 벌어들일 수 있는 1년 소득이 수백만원에 불과하다. 이런 현실을 잘 모르는 부모님은 더 비싼땅. 앞으로 더 오를 땅을 사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셨다. 

평당 20~30만원 하는 땅을 사 놓으면 10년 20년 후에 땅값이 두배 세배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과 함께. 

2억 이상 돈 들여서 1000평의 논을 구매한다 한들. 연간 수익이 200~300만원 밖에 안된다면. 게다가 은행 대출까지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면. 귀농인 앞에 놓인 것은 '파산'밖에 없다. 

이런 점을 부모님이 이해하도록 설명하는데 2~3개월이 걸렸다. 부모님이 비싼 농지를 사면 파산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데만 2~3개월이 걸렸다는 이야기다. 

내 개인적인 판단이지만. 농지 가격이 평당 20000~30000원을 넘어가면, 이미 농지로서의 경제성을 상실했다고 봐야 한다. 농지 가격이 수십만원하더라도, 내 땅에 삼성전자 공장이 곧 들어선다면, 부동산 투기(또는 투자) 대상으로는 충분한 매력을 갖고 있다. 

하지만 내가 봤을 때 그런 대규모 공장이 들어설만한 농지는 대한민국에 몇군데 없다. 수도권 지역 몇몇 지역과 남동공단 지역 몇곳츨 빼놓고 나면. 

그러나 지금 이 순간도 '땅 값은 오른다'는 단순 명제를 믿고, 농지 가격이 농업경제활동에 적절한지 여부는 따지지 않고 땅을 구입하는 귀농인들이 나오고 있다. 

비싼 농지 구입은 파산의 지름길이라는 것을 모른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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