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기자의 귀농일기 <3> 귀농자금 2억? 얼마 받을지는 며느리도 모른다

▲ 집짓는 것 조차 불가능한 경남 함안의 '절대농지'도 평당 15만원을 상회하는 경우가 많다. 귀농인구가 늘어나면서 최근 4~5년 동안 농지가격이 전국적으로 3~4배 가량 상승하면서, 농업 경쟁력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사진=홍경환 기자

귀농을 할 것이냐 여부에 대해서는 부모님과 1차 합의를 이뤘지만. 귀농지를 어디로 결정할 것이냐 여부에 대해서는 계속 평행선을 달리고 있었다. 

경남 함안군은 농지가격이 비싸기도 했지만, 따뜻한 남부 지방에서 오미자 재배가 가능할지 여부에 대해서도 확신이 서지 않았다. 나는 귀농을 한다면 오미자를 비롯한 약용작물 재배를 생각하고 있었기에, 만약 함안으로 내려갈 경우 작물 선택에 있어서도 막막함이 많았다. 

하지만 부모님은 농사를 짓는다면 일가 친척이 있는 곳으로 가야 한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날 부모님이 '고종 사촌 누나'를 만나보자는 제안을 하셨다. 고종 사촌 누나는 함안과 맞닿아 있는 경남 의령군에 살고 있는데, 매형이 돈사(돼지 사육) 운영을 해서 꽤 성공했다고 한다. 

부모님께서 고종 사촌 누나를 만나보자고 말씀 하신 이유는 2가지쯤으로 요약된다. 의령은 함안보다 땅값이 저렴하지 않겠느냐는 것이 첫번째 이유이고, 두번째는 사촌 매형이 시골에서 꽤 성공을 거두었으니 적절한 조언을 얻을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부모님의 생각에 반대할 명분도 딱히 없었기에. 태어나서 한번도 본적이 없는(봤을 수도 있겠지만 너무 어려서 기억이 안나는 것일수도 있고) 사촌 매형을 만나러 갔다. 말이 사촌 누나지 어머니뻘이나 다름 없었다. 

형식적으로는 친인척이지만. 얼굴 한번 제대로 본적이 없는지라. 인사를 드린 후 뻘쭘한 침묵이 한동안 흘렀다. 그러다 어렵사리 말을 꺼냈다. 

농사를 짓겠다는 말을 하자마자, 매형의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드러났다. 

"얼마정도 투자가 가능한가?"

"대략 1억원 정도 됩니다."

1억이라는 말에 대번에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TV에 나오는 이야기는 모두 거짓말입니다. 시골에 들어오면 모두 쪽박찹니다."

아버지가 말을 가로챘다. 

"귀농을 하면 정부지원금이 2억원이 나온다고 하던데"

"2억원을 그냥 주는 것이 아니고. 2억원을 대출해 준다는 것입니다. 그나마 2억도 최대 2억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는 이야기지. 귀농만 하면 모두에게 2억원을 대출해 준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대출 심사를 농협이 하는데. 심사가 엄청 까다롭습니다. 농협도 돈을 떼이면 안되니까요."

그 와중에 매형에게 전화가 왔다. 간단히 통화를 끝낸 뒤, 조금 전 통화에 대해 설명을 해줬다. 매형의 말을 간단히 요약하자면, 농협에서 대출받으라고 전화가 왔는데. 대출을 받을 생각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이런 말도 덧붙였다. 

"시골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대출이 필요해서 농협 문턱이 닳도록 들락거려도 대출을 해주지 않다가, 성공해서 살만하면 농협직원들이 대출 받으라고 괴롭힙니다. 농협도 돈 떼이지 않을 곳에만 돈을 빌려줘야 하니. 먹고 살만한 사람들에게만 대출을 해주는 것이지요. 경환이가 귀농을 해도 대출받기 쉽지 않습니다. 설사 대출을 받는다고 해도 모두 빚입니다."

그리고 다시 내게 말문을 돌려, 나를 다독이기 시작했다. 

"농사꾼은 사업가야. 농가를 경영하기 위해서 하나부터 열까지 신경써야 할 일이 얼마나 많은 줄 아는가? 월급쟁이야 시키는 일만 하면 되고, 때가 되면 월급 따박따박 나오는데 얼마나 편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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