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기자의 귀농일기 <4> 최소 5억원 이상은 돼야

▲ 비닐하우스를 짓는데 평당 10만원이 소요된다는 사실을 아는 귀농예정자들은 거의 없다. 대부분의 귀농 예정자들은 농업경영에 소요되는 비용을 정확히 계산하지 못한다. 그래서 '파산'하고 다시 도시로 떠나는 경우가 많다./사진=홍경환 기자

경남 의령의 사촌 매형은 계속해서 내가 귀농을 하면 안되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나의 기분이 상하지 않도록 세심히 배려해가며, 그리고 실제 살례를 들어가며 말을 이어갔다. 매형은 자신의 딸. 내게는 5촌 조카. 그녀의 친구 이야기를 실제 사례로 들었다.

"그 부부가 귀농 자금을 얼마나 갖고 있는지에 대해 물어봤다. 3억원 정도 된다고 하데. 그래서 내가 말했지. 네 나이에 3억원 정도 모았으면 많이 모았구나."

나의 귀농 자금이 1억원에 불과하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말을 돌려서 한 게 아닌가 싶었다. 누구는 3억원을 갖고 오는데, 너의 1억원으로는 '턱도 없다'는 점을... 매형은 계속 말을 이어갔다.

"이 인근에 화가가 작업실로 사용하던 공간이 하나 있어. 내가 당분간 자리잡기까지는 작업실을 빌려서 살아라고 이야기했지. 근데 덜컥 1억을 들여서 집을 지어버린 거야."

귀농을 준비하고 있는 도시인들 중 조금전 집을 덜컥 지어버렸다는 말이 무얼 뜻하는지 알고 있는 사람이 있을까? 아마 1% 미만일 게다. 그래서 조금 해석을 곁들이겠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아직 2억원이나 남았네? 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긍정적인 생각일 수도 있지만, 이런 생각을 갖고 있다면 농업경영에 대해 너무나 무지한 상태라고 밖에 볼 수 없다. 남은 2억원으로 얼마만큼의 토지를 구할 수 있을까? 대략 요즘 농촌 지역의 농지가격을 평당 10만원으로 상정했을 때. 농지 구입에 1억원을 투자한다면, 불과 1000평의 땅 밖에 구하지 못한다.

앞서 이야기했지만. 농업소득은 대략 평당 2000원 정도밖에 안된다. 남은 2억을 몽땅 토지구입에 투자한다 하더라도, 이 부부는 연간 400만원에서 800만원 정도의 생활비밖에 벌지 못한다. 도시에서 아무리 저임금을 받는다하더라도, 연간 2000만원 이상은 번다.

그런데 이 부부는 3억이라는 거금을 투자해서, 도시에 거주할 때와 비교했을 때 절반 내지 4분의1의 소득만 벌게 되는 셈이다.

여기서 또 한번의 질문.

공부를 조금이라도 한 귀농준비생이라면, 이런 질문을 할지도 모르겠다. 시설재배(비닐하우스)를 하면 돈 많이 번다고 하던데? 맞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농사를 잘 지을 때 이야기다. 항상 귀농 관련 이야기들이 나올 때. TV에서는 최소 소득을 이야기하지 않고, 최대 소득만 이야기한다.

그러나 최고 소득을 얻는 사라들은 1% 미만이다.

자. 3억원의 예산으로 비닐하우스 농사를 짓는 다고 상정하고 로드맵을 다시 한번 짜보자. 3억원 중 1억원은 주택 건축비. 1억원은 1000평의 땅을 구입했다. 그럼 아직 1억원씩이나 남은 것일까? 하우스 농사를 짓는다고 했을 때, 이 부부는 이미 '적자'의 문턱을 넘었다.

왜?

그까이꺼 비닐하우스 대충 짓고. 농사 잘 지으면 1억원은 금방 벌수 있는데? 라고 다시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맞다. 하우스 농사 1000평으로 1년에 1억 버는 사람들도 분명 있다. 그런데 이 부부가 동원할 수 있는 예산이 3억원이라면, 3억원이 동원 가능한 최대 자금이라면, 이런 구상은 실현 불가능하다.

왜냐고? 나머지 1억원은 비닐하우스 짓는데 몽땅 들어가기 때문이다. 비닐하우스 평당 건축비가 지역마다(지역마다 겨울철 최저 온도가 다르니까) 다르기는 하지만. 대략 10만원 정도 들어간다고 봐야 한다.

하우스 짓는데 뭔 돈이 그렇게 들어가냐고 반문할지 모르겠지만. 비닐하우스를 짓는데 그 정도 돈이 든다. 불만을 토로한다고 해서 건축비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그럼 3억원을 집과 토지 구입과 하우스 짓는데 몽땅 투자하고 나면. 뭘로 농사를 지을까? 천운이 따라줘서, 귀농 첫해 겨울이 무척 따뜻하다면. 이 부부는 '성공(?)'을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운이 따라주지 않아서, 흐린 날이 많고, 혹한이 심했다면, 겨울 한철 하우스 1000평 하우스 농사 짓는데 난방비만 수천만원이 들어갔을 지도 모른다.

기본 생활비 2000만원. 난방비 2000만원. 종자구입비와 농약 구입비 등등 2000~3000만원을 포함하면.

이 부부는 대략 7000만원의 돈을 빌려야 한다. 물론 농사만 잘되면 이 돈은 농산물을 출하한 뒤 모두 갚을 수도 있다. 하지만 농산물은 가격 등락폭이 매우 크다. 그래서 농업경영을 할 때는 2~3년간 적자를 볼 수 있다는 '가정'하에 움직여야만 한다.

그렇다면 이 부부가 귀농했을 때 집한채와, 1000평의 땅과, 비닐하우스를 갖고 농사를 지으려면 최소 5억원 정도의 자금을 확보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말이 쉬워서 5억원이지. 이만한 돈을 확보하는게 쉽지 않다. 그리고 대부분의 귀농인이 '잘못된 계산법'을 갖고 시골로 오고, 그 대부분의 귀농인들이 '파산'을 하고 다시 도시로 되돌아간다. 귀농이 아니라 귀도라고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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