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기자의 귀농일기 <5> 농가주택구입자금 대출, 말 그대로 대출이다

▲ 농가주택은 완공되자 마자 가격이 하락한다. 도시처럼 임대주택 수요도 없고, 시골에서는 거주민들이 원하는 주택 형태가 제 각각이어서 기존 주택을 구입하기 보다는 신축을 원하기 때문이다./사진=홍경환 기자

지난 번 칼럼에서 귀농 직후 집을 지은 사례에 대해 이야기했다. 귀농인 주택 마련에 대해서는 향후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하겠지만, 이야기가 나왔으니 간략하게 나마 언급을 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일단 간략히 설명하고자 한다.

도시인들이 농촌에 들어와서 가장 불편해 하는 사안 중 하나가 주택문제이다. 도시처럼 전세나 월세로 임대주택이 많은 것도 아니고, 있다고 하더라도 군청 소재지 정도는 돼야 있어서 경작지로 출퇴근 하는 것도 쉽지 않다. 어쩌면 자동차 연료비 때문에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질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대부분의 귀농인들이 농촌으로 이주 후 1년 내에 집을 짓는 경우가 많다.

지난 4회차 칼럼의 사례에서 보듯 귀농 후 막대한 투자비가 소요되기 때문에 집을 섣불리 지으면, 농업경영에 막대한 지장이 초래될 수 있다. 농작물을 수확하거나 상품성 있는 농산물로 만들기 위해 사람이 많이 필요한데, 돈이 쪼들려 인건비를 걱정해야 한다면, 악순환의 고리에 빠져들 수도 있다.

그러나 농촌 실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의외로 집 문제에 대해 쉽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도시에서 적용되던 '룰'이 시골에서도 그대로 적용될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농가주택구입자금 대출'이다. 정부의 귀농 지원 안내 책자를 보면 거의 두번째 항목에 표시돼 있는 내용인데. 의외로 '대출'이라는 사안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대출이라는 것은 금융기관의 심사를 거친다는 이야기인데. 심사에서 점수(?)를 잘 받지 못하면 대출이 거의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또한 농가주택구입자금 대출은 '담보'대출인데, 내가 지은 집 혹은 구매한 집을 담보로 빌려주는 금융상품이다. 최대 4000만원이란 말만 믿고, 시골에서 4000만원짜리 집을 지으면 되겠구나 생각한다면 큰 낭패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내가 집 지을 터를 1000만원의 예산으로 구입하고, 3000만원의 건축예산으로 집을 지었을 경우, 얼마의 대출을 받을 수 있을까? 이럴 경우 대략 1000만원에서 1500만원 정도 대출이 나온다고 생각하는 것이 좋다.

일단 집터는 '날아갈' 일이 없을테니. 담보대출 비율 대로 대출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집은 그렇지 않다. 대출이란 것이 최악의 경우 '100% 회수'를 전제로 내주는 것이기 때문에, 금융기관에서는 경매 등을 통해 회수 가능한 자금은 토지구입비 밖에 없다고 판단할 것이다.

왜 이런 '계산'이 적용되느냐 하면, 집은 짓자 마자 감가상각이 적용된다. 완공이 되자 마자 '헌집'이 된다는 이야기다.

도시처럼 전,월세 등을 통해 임대주택으로 내놓기라도 편하다면 경매에서 '건축비'도 반영이 되겠지만, 시골의 농가주택을 경매를 통해 매입하는 사람은 대부분 '토지' 취득만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귀농하려는 사람에게 되팔아도 되지 않느냐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도 도시에서 적용되는 룰이다.

귀농을 희망하는 많은 사람들은 '자신만의 세계'가 있다. 집 또한 자신만의 꿈을 적용시켜서 마련하려 한다. 아이가 있다면, 아이들의 다락방을 만들어 준다거나, 혹은 전통 구들을 놓아서 가족 찜질방을 만들거나….

그래서 시골집은 매매가 거의 안된다. 요즘 부동산 경기가 실종돼서 도시에서도 매매가 잘 안되지만, 그래도 도시에서는 실거주자 중심으로 매매가 이뤄진다.

하지만 시골에서는 집을 짓는 순간 내가 평생 이 집을 떠안고 살아간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이야기가 길어졌는데. 귀농인이 집을 지을 때 명심해야 할 것들에 대해 다시 간단히 요약해 보도록 하겠다.

1. 농가주택이 매매될 확률은 거의 없다.

2. 농가주택은 완공되는 즉시 건축비보다 20~30% 낮은 가격으로 거래해야 한다.

3. 농가주택 대출은 거의 나오지 않는다. 건축비가 1억원 소요되어도 4000만원 모두 나온 케이스를 찾기 힘들다.

4. 농가주택을 담보로 돈을 빌리기도 쉽지 않다. 집에 너무 많은 투자를 하면 현금 융통이 어렵다는 이야기다.

5. 인건비와 자재비 상승으로 집을 짓는데 예상외로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 대부분의 농가 주택 건축비가 1억원을 상회한다.

6. 농장 구입비와 주택 건축비 외에 2~3억원 정도 여윳돈이 있는지 잔고를 꼼꼼히 생각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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