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리스크'는 일반적으로는 남북 대결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전쟁 등 지정학적 위험을 일컫죠. 이 탓에 코스피 상장 기업들의 경우 미국·일본 등 여타 글로벌 경쟁기업에 비해 최소한 10% 가량 가치 평가에서 불이익을 받고 있습니다.

예컨대 삼성전자는 외형면에서는 애플에 견줘 결코 왜소하지 않지만 시가총액은 3분의 1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외국인 투자자들이 코리아 리스크를 논할 때 함께 거론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한국 특유의 '재벌 오너 리스크'입니다. 재벌 회장들의 지분은 대부분 단자리 수에 불과하지만 기업 내 영향력은 주시하다시 거의 절대군주 수준입니다.

이것 자체를 굳이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박정희 독재시절 우리나라가 초고속 성장을 이루었듯이 기업에서도 그런 효과를 볼 수도 있겠지요.

문제는 기업가치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재벌 오너들에 관한 정보가 일반 투자자들에게는 거의 완벽하게 차단돼 있다는 점입니다. 투자는 미래가치에 대한 예측을 기반으로 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한국 재벌 기업의 미래를 매출이나 영업이익 등 재무재표 중심으로 예측했다간 쪽박차기 쉽상입니다.

정몽구 현대차 회장이 한전 부지 입찰에서 감정평가액의 3배가 넘는 가격을 써낼 지 누가 짐작이나 했겠습니까?

당연히 이에 동원된 현대차·기아차·모비스 등 계열사 주가는 골로 갈 수 밖에 없고 개인투자자들은 넋놓고 지켜볼 수 밖에 없었지요.

핵심은 결국 언론자유입니다. 2013년말 현재 활동 중인 일간지·주간지·인터넷신문은 총 3609개입니다. 언론의 춘추전국 시대라 할만합니다. 문제는 이들 대부분이 재벌에 경제적으로 예속돼 있고 그래서 재벌에 관해서는 비판기사는 커녕 동정조차 맘대로 못 다룬다는 점입니다.

삼성· 현대차· LG 등을 중심으로 한 전경련과 그 예하 조직인 한국광고주협회라는 곳은 '나쁜 언론'이라는 무기를 만들어 사실상 대한민국 언론을 쥐락펴락하고 있습니다.

대기업의 의사결정 구조를 더 투명하게 하고 그래서 투자자들이 미래가치를 충분히 예측할 수 있게 하려면 이들 주요 광고주들의 언론관이 '지배와 통제 대상'이 아닌 '불가근 불가원 공존 파트너'로 바뀌어야 하지만, 현실은 요원한 게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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