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기자의 귀농일기 <6> 고소득일수록 많은 위험 감수해야

▲ 귀농운동본무에 매물로 나와 있는 버섯재배사 모습. 시설비만 1억원이 넘는다. 당연하겠지만 토지 비용은 제외한 금액이다./사진=홍경환 기자

나의 귀농을 부모님만큼이나 반대했던 사람이 J였다. J는 농업과 관련된 기관에서 일을 하고 있는 후배인데, 농촌의 현실을 너무나 잘 아는 만큼, 반대도 심했다.

하지만 내가 시골에서 살겠다는데. 어쩌겠는가. 나의 결심이 확고하다는 것을 알고난 뒤 J는 적극적으로 '조력자' 역할을 해주기 시작했다.

'귀농을 하면서 왜 고향을 버려'에서 간단히 설명했지만. 1년 동안 1평의 땅에서 농사를 지어서 벌어들 일 수 있는 소득은 약 2000원 정도다. 농지 가격이 평당 10만원~20만원인 '비정상'적인 상황인지라. 어느정도 생활을 유지하려면 땅값이 무조건 싼 지역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내 판단으로는.

그러나 J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J는 도시인근에서 농사를 짓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고 생각했다. J가 이런 판단을 한 이유는 크게 2가지로 나눠 볼 수 있는데. 첫번째는 도시인근 지역은 거주민들이 도시민들처럼 개방적인 마인드를 갖추고 있는 경우가 많으며, 두번째는 농산물을 도시민들에게 직접 판매하기 유리한 입지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내가 자꾸만 농지 가격이 싼 곳으로 가려 하자, J는 버섯 농사를 지어보는 것은 어떠냐고 권유했다.

J는 어느날 전화를 해서 "형, 버섯도 고소득 작물이야" 버섯 예찬론을 펴기 시작했다. 큰 돈을 벌려고 귀농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일년에 200만원 300만원 버는 것 보다야, 생활이 유지될 수 있을만큼 벌 수 있으면, 돈을 버는게 좋지 않겠나 싶었지만.

 

찬찬히 생각해보니 버섯은 위험요소가 너무 컸다. 일단 가장 우려되는 것은 투자비가 너무 크다는 점이었다. 귀농운동본부 등에 나와있는 매물을 살펴봤는데, 기본 1억원 이상 투자가 필요해 보였다. 물론 이 투자비는 기본 설비를 갖추는데만 드는 비용이다.

땅을 임대해서 사용한다 하더라도, 임대 계약 기간이 종료되면 어떻게 할 건가? 버섯 재배 시설을 컨테이너처럼 들어서 옮길수도 없고. 땅주인이 재계약을 거부한다면 1억원이란 돈을 고스란히 날려야 하는 상황이 올수도 있다.

안정적으로 버섯을 재배하려면 토지를 구입해서, 내 땅에 버섯재배시설을 갖춰야 하는데. 그렇게 하려면 초기 투자비만 3억 정도 빨려 들어갈 것 같았다. 내 주머니에 그런 돈도 없을 뿐더러, 돈이 있어도 매우 망설여지는 일이었다.

큰 투자비이외에도 우려되는 점은, 운영유지비가 많이 소요될 것 같다는 점이었다.

버섯은 1년 내내 재배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반대로 1년 내내 온도와 습도를 일정하게 유지해줘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온도와 습도가 일정해야 버섯이 계속 자랄 수 있을테니까.

그럼 혹한기에는 막대한 난방비가, 혹서기에는 막대한 냉방비가 투입될 게다.

그럼에도불구하고, 버섯이 비싼 값에 팔려 나가 '빚'을 한순간에 '퉁'칠 수 있는 상황이 전개된다면, 도전을 한번 해볼만한 가치가 있겠는데.

이렇게 예민한 녀석들은 병도 잘 걸릴것 같았다.

예민한 녀석들이니. 조금만 온도와 습도를 잘못 맞춰주면 기형으로 자라버리거나, 또는 곰팡이와 바이러스 등에 감염돼서 못쓰는 녀석들이 무진장 나오기라도 하면.

빚은 1년 동안 배로 늘어나는 극한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나이 이미 40을 넘겼는데. 걸음 하나하나 살얼음판을 걷듣 조심해야 한다. 자칫 삐끗해버리면 되돌릴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해 버릴 수도 있으니까."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버섯은 두번다시 고려하지 않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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