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출처=새누리당 누리집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의 '슈퍼갑' 언론관이 청문회 정국을 강타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이 강하다고 자부하는 근거는 경제력과 국방력만이 아니죠. 언론자유는 열린 사회, 즉 평소 다소 시끄럽지만 위기에 강한 공동체를 담보하는 원천입니다.

권력의 언론통제 목적은 딱 하나, 진실을 가리기 위한 것이지요. 핵심 정보에서 국민을 소외시키고 '물 먹이려는' 속셈입니다. 오도된 정보에 길들여진 국민이 경쟁력을 가질 리 만무하고 권력 입장에서는 다스리기도 쉽습니다. 북한처럼 말이죠.

어느 사회에서나 권력층은 언론을 자신들 입맛에 맞게 통제하려고 하는 속성이 있습니다. 언론매체도 기업으로서 생존의 문제가 있기에 대부분 적당히 타협하거나 굴복합니다. 이른바 '정경언(정치-경제-언론) 유착'입니다. 1987년 이후 좀 나아지긴 했지만 우리의 언론환경은 여전히 일제시대 이후 지속된 정경언 유착구조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핵심고리는 재벌입니다. 자본주의에서 돈의 위력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죠. 정치권력의 언론통제 수단도 결국은 돈입니다. 이른바 '협찬'이라는 무기로 재벌은 대한민국 언론을 사실상 완벽히 장악하고 있습니다.

삼성·현대차· SK· LG 같은 재벌 그룹 홍보실 예산의 80% 이상은 광고가 아니라 협찬용으로 운영됩니다. 경제논리에 의한 것이 아니니 정가도 없습니다. 맘에 들면 퍼주고 삐딱하면 안줍니다. 신문의 경우 한국ABC협회라는 발행부수 측정기구까지 있지만 사실상 의미가 없습니다.

필자가 수집한 각 언론사 매출자료 중 일부를 소개하면 기가 막힐 겁니다. 2013년 기준 발행부수 2만부 안팎인 중앙일간지 A사의 경우 그 해 현대기아차그룹에서 수주한 매출이 총 8억4977만원(현대건설·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현대제철 등 계열사는 별도)입니다. 2만부의 광고효과로는 도저히 설명이 되지 않는 액수죠.

이 신문의 광고단가는 가장 비싼 '빽면(신문의 가장 뒷면)' 기준 1천만원 정도입니다. 현대차그룹은 A사에 연간 85번 빽면광고를 실은 셈인 것입니다. A사보다 상위 매체가 일간지만 대략 30개 정도 있으니, 현대차그룹의 협찬 총액은 가히 상상을 초월할 정도라고 봐야죠.

현실이 이러하니 재벌그룹사로부터 협찬의 은혜를 받지못하면 어느 매체든 버티기 힘듭니다. 더구나 이들은 한국광고주협회라는 전경련 회원 단체를 이용해 자신들 입맛에 맞지 않는 매체를 왕따시키기까지 합니다.

그런데 아시다시피 재벌은 권력에 약합니다. 정치권력의 시혜와 묵인 하에 몸집을 키워온 터라 그만큼 약점이 많기 때문이겠지요. 만약 권력층이 어떤 매체에 협조하지 말라는 시그널을 재벌에 보내면 그 매체는 불신지옥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이완구 후보자가 언론에 큰소리를 뻥뻥칠 수 있는 것도 이런 먹이사슬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결국 대한민국에서 비즈니스나 투자를 하면서 핵심정보를 주류 언론에 의존했다간 낭패보기 쉽상입니다. 진짜 중요한 것은 아예 보도도 되지 않고 공개된 정보는 살짝 왜곡된 것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수고스럽지만 스스로 실상을 탐구하고 진실을 찾아갈 수 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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