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이지 자고나면 하늘과 땅이 뒤집히는 게 글로벌 비즈니스 세계인 모양입니다. 진원지는 거의 늘 미국입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풍미했던 팍스아메리카가 이제야 말로 만개한 듯한 느낌마저 듭니다. 유럽 중국 일본 등 거의 모든 경제권이 헤매는데 미국만 금리인상을 고민할 정도로 호경기입니다.

애늙은이가 될뻔한 미국을 다시 한번 혁신의 본가로 일으켜 세운 주역 중 1등 공신은 역시 애플입니다. 아이폰이 처음 한국에 상륙한 게 불과 5년 전입니다. 아직도 귀에 맴도는 노키아 모토로라 에릭슨 소니 닌텐도 등등, 본의 아니게 애플의 공략 대상이 됐던 브랜드들은 이제 찾기도 힘든 변방으로 밀려났습니다. 삼성전자과 LG전자만이 그나마 버티고 있는 그때 그 선수들입니다.

이제 태풍은 자동차업계로 밀어닥치고 있습니다. 자동차와 정보기술(IT)의 결합은 이미 대중화 단계입니다. 인포테인먼트, 텔레매틱스 등의 신조어도 더 이상 낯선 개념이 아닙니다. 스마트폰, 위성 등과 결합된 텔레메틱스 차량이 올해 약 1억대에 이를 것이란 전망입니다. 시장규모도 2112억달러(약 233조원)에 달합니다. 여기서도 애플은 절대강자입니다. 애플의 ‘카플레이’는 차와 대화하는 세대를 열었다는 칭송과 함께 구글의 ‘안드로이드오토’와 더불어 글로벌 텔레매틱스 시장을 이미 양분하고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 애플발 자동차 혁명은 2단계로 진입하는 분위기입니다. 애플은 쿠퍼티노 본사 옆 비밀 연구동에 200여명의 인재들을 영입해 전기차 개발을 진행 중이라고 합니다. 아이폰 개발 주역이자 포드차 출신 엔지니어인 스티브 자데스키가 이를 지휘하고 있다네요. 늦어도 5년 안에 애플카 또는 아이카를 시판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구글도 여차하면 스마트카 메이커로 나설 태세입니다.

현대차도 안드로이드오토의 일종인 ‘블루링크’를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이를 장착하고 시장 테스트를 받은 ‘아슬란’은 넉달동안 3621대 판매에 그쳤습니다. 정몽구 회장이나 정의선 부회장이 신경을 아예 끄고 있는 건 아닌 것 같지만 영혼은 없어 보입니다. 문제의 핵심은 신기술이 아니라 생태계 구축에 있는데, 이게 무슨 말인지 영 모르는 것 같다는 이야깁니다. 애플이 성공가도를 달리는 것도, 테슬라가 순식간에 전기차 절대강자로 떠오른 것도 그 비결은 모두 상생 생태계 구축에 있었습니다. 안드로이드폰으로 떼돈을 번 삼성전자가 ‘타이젠’ 등 독자 시스템에 집착하는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애플과 구글, 테슬라의 교훈이 현대차에게도 먹힐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아 보이지 않습니다. 현대차그룹이 옛 한전부지에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라는 청계산 버금가는 높이의 바벨탑을 쌓으려면 총 20조원 정도를 더 쏟아부어야 합니다. 이것도 버거운데 생태계는 무슨 얼어 죽을 생태계냐는  정몽구 회장의 핀잔이 귀를 때리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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