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 인터넷판 캡처

'메트로신문 거지만들기' 작전에 미디어오늘까지 가세했군요. 좌우 불문하고 대한민국 언론이 재벌 손바닥 위에서 놀고 있다는 걸 다시한번 확인하고 있습니다.

전경련 예하 한국광고주협회가 운영하는 반론보도닷컴도 메트로 죽이기에 한창 열을 올리고 있는 터라 유심히 일독해 보았습니다. 지난 3일 인터넷에 송출된 '마지막 남은 무가지, 재벌과 전쟁을 벌이는 이유는' 라는 미디어오늘 기사의 메시지는 부재에도 표기됐듯이 메트로신문이 '재벌들로 부터 광고 협찬을 뜰어내기 위해 정당하지 못한 반저널리즘 행위를 저지르고 있다'는 것입니다.

반론보도닷컴도 비슷한 주장이지만, 저널리즘 관점에서는 미디어오늘이 어느모로 보나 한 수 위인 것 같습니다. 반론보도닷컴이 회원사 제보내용이라며 확인 한번 없이 일방적 주장을 여과없이 토해내는 수준인 반면에 미디어오늘은 필요한 검증을 나름대로 거친 후 자신의 판단을 가지고 기사화 했습니다. 저널리즘의 기본이 뭔 지는 아는 셈이지요.

하지만, 얕은 재주는 되레 재앙의 원인이 될 수 있고, 철학없이 잔꾀를 부리다가는 스스로를 아노미 상태로 몰고 갈 수 있습니다.

미디어오늘 기사는 메트로가 재벌들과 '전쟁'을 벌이고 있다는 걸 전제로, 메트로가 이 전쟁을 벌이는  목적은 재벌들한테 광고협찬을 받아내기 위한 것으로 보이고, 그 목적이 달성된 경우에는 관련 기사를 삭제해주는 것 같다,  그렇다면 이는 정당하지 못한 반저널리즘 행위다, 뭐 이런 맥락인 것 같습니다.

비록 추정과 가정에 기반해 작성한 것이긴 하지만, 이 기사는 최소한 언론계와 대기업 홍보실에는 먹히는 내용입니다. 

올해 국내 광고시장은 총 10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 중 신문의 몫은 계속 줄어 15%도 채 안될 전망입니다. 이마저도 발행부수 등에 따른 합리적 배분을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신문 광고의 경우 대다수 대기업들이 협찬용으로 쓰고 있기 때문입니다. 추정컨데 1조5천억 신문광고비 가운데 1조원 이상이 협찬으로 집행될 겁니다.

즉 국내 신문은 특수한 경우가 아닌한 대기업 협찬을 받지 못하면 생존 자체가 어렵습니다. 그런데 협찬은 발행부수나 미케팅효과 등 그나마 데이터로 입증될 수 있는 것과는 사실상 무관합니다. 보잘 것 없는 인터넷신문도 정치권력 선을 타거나 홍보실장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재주만 있으면 한달에 억대를 받아 먹을 수 있는 반면 그 반대면 국물도 없습니다.

재벌 기업들은 협찬이라는 떡고물을 가두리 그물안에 잔뜩 뿌려놓고 신문쟁이들을 길들이고 있는 게지요. 그런데 현실은 현실인데 어떡할겁니까. 일단 직원 월급주고 회사가 굴러가게 하려면 가두리안에 들어가야 합니다. 수년전 벌어진 삼성-한겨레,경향신문 전투나 비교적 최근 있었던 삼성-전자신문 갈등도 결국 삼성의 협찬 재개로 종료됐습니다. 당연히 메트로신문도 예외일 수는 없습니다. 틈만나면 가두리안에 들어가야 합니다. 들어가기 위해 노력도 해야 합니다.

여기에 함정이 있습니다. 재벌들은 이제는 광고협찬과 관계없는 기사에 대해서도 '돈뜯으려고 그런다'고 악소문을 냅니다. 하루아침에 비판기사가 앵벌이기사로 변질됩니다. 이번 현대차 정몽구-정의선 관련 보도를 하면서 느낀 것은 이제는 재벌의 언론길들이기가 거의 웬만한 노동조합 수준으로 조직화되었다는 점입니다.

미디어오늘도 경우에 따라서는 이 조직화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목도하고 있습니다. 서운하게 들릴 지 모르겠지만 사실입니다. 미디어오늘은 메트로를 언론계 전체에서 정당치 못한 반저널리즘 행위자로 보는 것 처럼 기사를 꾸몄는데, 그 증거라고는 듣도보도못한 한 대학교수의 멘트가 전부였습니다. 그것도 '만약 ~사실이라면'식의 멘트말입니다.

심지어 미디어오늘은 매트로의 편집의도를 왜곡하는 일까지 서슴치 않으며 재벌 입장을 대변했습니다. 

아마 비판기사에 역정을 냈을 그 재벌 스스로도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지적해 냈더군요.

신세계의 금호산업 인수전 참여를 마침 같은 날 있었던 현대백화점의 김포 아웃렛 개장과 비교해 비판한 것으로 두고, 묘한 상상력을 동원해 메트로를 공격했더군요. 신세계의 금호산업 인수전 참여에 대한 가치판단의 옳고 그름을 따지고 싶지는 않지만, 분명한 것은 미디어오늘의 시각은 신세계 홍보실장의 맘에 딱 들었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공교롭게도 신세계는 메트로신문의 이 보도 직후 금호산업 인수전 참여를 포기한다고 발표했습니다. 필자 기억에 당시 신세계의 금호산업 인수전 참여를 메트로처럼 대놓고 비판한 매체는 없었습니다.

결론적으로 미디어오늘은 현대차를 비롯한 재벌들 한테 이번에 세게 한번 아부한 셈이됐습니다. 뭐, 미디어오늘도 재벌들의 협찬 가두리 안에 들어가야 할테니까 이해는 합니다. 미디어오늘에  현대차나 신세계, CJ, 한화 등 재벌 회사의 광고나 협찬기사가 실리면 이번 기사에 대한 답례로 받아먹은 것으로 알고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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