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YTN화면 갈무리.

초등학교 졸업 학력으로 굴지의 건설회사를 일궜던 고 성완종 경남건설 회장. 국회의원까지 지낸 그가 지난 9일 이른바 '친박 리스트'를 남기고 스스로 유명을 달리하면서 사정 회오리가 정계에 휘말아 치고 있습니다.김기춘 홍준표 이완구 등 박근혜 정부 실세 중에서도 핵심들이 죄다 옭가미에 얽힌 분위기입니다.

증거가 뚜렷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진실성을 부인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영미권에서는 '다잉 메시지(dying message)'라고 하지요. 사람이 죽으면서 마지막으로 남긴 유언이나 그 비슷한 것은 진실일 가능성이 높다는 경험적 판단때문입니다. 거명된 인사들이 진짜 억울하고 법적으로 무혐의 판정을 받는다손 치더라도 일반 국민 정서로는 유죄로 남을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성 회장은 일종의 고육지책을 썼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신체에 극단적인 위해를 가해 어떤 진실성을 획득하려고 하는 걸 두고 이 표현을 씁니다. 고육지책의 원조는 삼국지의 3대 영웅, 즉 조조, 제갈량, 주유가 절체절명의 결전을 벌인 적벽대전에서 기원합니다.

주유의 심복 황개는 작전회의가 한창 열리고 있을 때 "조조를 꺾는다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것이나 다름없소. 이럴 바에야 차라리 항복합시다" 고 말했습니다. 주유의 벽력 같은 질책이 떨어지면서 곤장 1백여 대가 황개의 엉덩이를 강타했습니다. 황개는 몇 번이나 까무러쳤겠지요.

황개는 투항서(投降書)를 작성해 밀사를 통해 조조에게 전달했습니다. 조조는 잠시 의심하다가 현지 첩자들의 실황 뉴스를 전해듣고 황개의 투항을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약속한 그날 밤, 황개는 기름을 잔뜩 실은 투항선을 이끌고 조조의 대 선단앞에 접근한 뒤 빠른 속도로 전진해 전투함 선단을 들이박고 기름에 불을 붙여 조조의 대 함대를 모조리 불태워 버렸습니다. 적벽대전 이후 중국 천하는 위, 오, 촉으로 분할되면서 본격적인 삼국시대가 열립니다.

저작권자 © 포쓰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