塞翁之馬(새옹지마)(변방 새, 늙은이 옹, 어조사 지, 말 마)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이 죽음과 함께 남긴 이른바 '친박 리스트'의 파장이 그야말로 일파만파입니다.
고인이 국회의원으로 정치적 운명을 같이 했던 새누리당은 물론 청와대까지 공황상태에 빠진 분위기입니다.
누구보다 큰 타격을 입고 있는 사람은 이완구 국무총리인 듯합니다. 홍준표 경남지사도 핵펀치를 맞고 있지만, 국민과 언론의 눈은 이 총리쪽으로 쏠리고 있습니다.
돈을 받았느냐 아니냐도 그렇지만, 해명 과정에서 실수인 지 고의인지 애매하지만 거짓말이 있는 것 같다는 느낌 때문입니다. 사소한 부분부터 말바꾸기가 너무 잦다보니 밉상으로 손해를 자초하는 면도 있는 듯합니다.
이 총리는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 이후 무주공산인 충청권의 맹주, 나아가 대권까지 노린 듯 한데 이번 일로 정치생명 자체가 풍전등화(風前燈火) 처지에 놓였습니다.
그의 경력을 보면 신기할 정도로 양지(陽地)인생이었습니다. 전두환 대통령 시절에는 31살에 홍성경찰서장으로 지역 유지 노릇을 했고, 김영삼 대통령 때는 충북경찰청장을 거쳐 신한국당 국회의원으로 중앙정계에 입성, 여당 프리미엄을 만끽했습니다.
헌정사 최초의 정권교체가 이뤄진 김대중 대통령 시절에도 이른바 DJP연합 덕분에 자민련 뱃지를 달고 집권당 꿀물을 계속 마셨죠. 노무현 대통령의 인기가 떨어질 즈음에는 충남도지사로 당선돼 지역 소맹주로 군림했습니다.
'자기가 죽는 줄도 모르고 (기자가) 죽게 할 수 있다'고 뻥을 치고도 박근혜 대통령에 의해 국무총리로 비준되면서 마침내 일인지하 만인지상(一人之下 萬人之上)의 자리까지 올랐습니다.
이제 2년 정도만 잘 버티면 양지의 끝 청와대까지 노려볼만 했지만, 정치인 이완구의 따뜻했던 시절은 이제 더 이상 미래형이 되긴 힘들어진 분위기입니다.
세상 만사가 변화무상 하므로, 인생의 길흉화복을 예측할 수 없다는 새옹지마(塞翁之馬)의 옛 지혜에 새삼 감탄하게 됩니다. 양지가 음지되고 음지가 양지된다는 말도 같은 의미이겠지요. 특히 잘 나갈 때 겸손해야 할 듯합니다.
새옹지마는 회남자(淮南子) 인간훈(人間訓)에 나오는 말인데, 새옹은 변방의 노인이라는 뜻입니다.
북방 변방의 노인에게 말 한마리가 있었는데 어느 날 오랑캐 지역으로 도망가 버렸습니다. 사람들이 위로를 하자, 노인은 “이것이 어찌 복이 될 줄 알겠소” 하고 받아넘겼습니다.
몇 달 지났는데 뜻밖에도 도망쳤던 말이 좋은 말 한 필을 데리고 돌아왔습니다. 사람들은 횡재를 했다면서 축하했지만 영감은 “그것이 어떻게 화가 되라는 법이 없겠소” 하며 전혀 기뻐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말타기를 좋아했던 노인의 아들이 그 말에서 떨어져 다리를 다치고 말았죠. 사람들이 안타까워하자 영감은 “그것이 복이 될 줄 누가 알겠소” 하며 역시 담담함을 잃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지나 오랑캐가 쳐들어와 장정들은 일제히 소집돼 전장으로 나가 열에 아홉은 죽었는데 노인의 아들은 다리병신이라 군면제를 받고 별 걱정없이 전쟁구경만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