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토마 피케티 같은 좌파 경제학자들의 분석 수치를 들이밀지 않더라도 우리 사회의 빈부격차와 양극화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데는 이견이 별로 없을 것이다.

성장도 필요하고 파이를 키우는 것도 중요한 일이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누군가는 더 소외감을 느끼고 좌절할 수 밖에 없다면 그 사회는 분명 문제가 있다.

이 문제에 대해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고 개선의지가 부족하다면, 그는 더이상 우리 정치나 경제의 리더로 남아있을 자격이 없다.

문제의 근원이 부의 불평등 분포라는 점에서, 특히 재벌기업 오너들은 막중한 책임의식을 가져야한다. 주지하다시피 대한민국 재벌은 이승만·박정희·전두환 등 정권의 밀어주기와 서민 근로 대중의 저임금 고혈짜기를 통해 원시적 자본을 축적해 부의 토대를 구축했다. 재벌 기업들이 그만큼 더 무거운 짐을 느껴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일부 세습재벌의 행태는 여전히 실망감을 넘어 분노를 자아낼 정도로 후안무치((厚顔無恥)한 수준이다.

"출퇴근 시간은 사업장의 근무 스케줄을 따르며, 회사 경영상 사정에 의해 교대근무 실시 및 개별 출퇴근 시간을 조정할 수 있고, 연장· 야간· 휴일근로를 하는 것에 동의함."   

국내 최대 대형마트인 신세계 이마트 직원들이 올 3월 작성한 연봉계약서에 활자로 박혀있는 고정문구의 한 부분이다. 현대판 노예계약(奴隸契約)에 다름없다.이마트 현장 직원들이 이렇게 해서 받는 월급은 100만원 수준이라고 한다. 이마트 직원들이 불쌍하기조차 하다.

당연히 강제노동을 금지하는 헌법과 근로기준법에 어긋나는 계약이다.추후 사측이 이를 근거로 연장 근로 등을 요구해도 본인이 하고 싶지 않으면 거부할 수 있고, 만약 불이익을 주면 회사관계자는 형법상 강요죄와 근로기준법에따라 5년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신세계 이마트의 오너인 정용진 부회장 등은 이미 지난해 직원 불법수색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상태다. 최근 이마트 노조은 사측이 취업규칙을 고치는 과정에서 여전히 신체수색을 강행할 저의를 드러냈다며 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냈다. 정용진 부회장같은 세습재벌들이 국민들의 은혜를 모르고 이렇게 얼굴 두껍게 법을 우롱하며 부의 권력을 휘두르는 한 평화롭고 행복한 대한민국은 기대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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