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사람이면 호랑이도 만들어낸다"

▲ 조선일부 5월4일자 B1면.

삼국지에 등장하는 인물 가운데 지금 직위가 가장 높은 사람은 누굴까? 유비와 손권은 살아 생전 황제가 됐고, 조조는 살아서는 왕까지밖에 못했지만 결국 아들 조비가 위나라 황제가 되면서 선대 황제로 추존됐다. 제갈량과 주유는 지금으로 말하면 국무총리나 연합사령관으로 그쳤으니 논외다.

생전에는 넘버3에 불과했지만, 죽어서 황제는 물론 신의 반열에 오른 인물이 있다. 관우다. 관우는 죽고 난뒤 계급이 자꾸 올랐다. 장군에서 관공(關公),미염공(美髥公)으로 존칭되더니 충의신무영우인용위현관성대제(忠義神武靈佑仁勇威顯關聖大帝) 즉, 황제로 오른다. 나아가 문성(文聖)인 공자와 비견되는 무성(武聖)으로 받들어지다가 시나브로 무재신(武財神)이라 하여 마침내 신으로 승격된다.

중국에는 관제묘(關帝廟)가 그 수를 헤아릴 수조차 없이 많다. 사업을 하고 장사를 하는 사람들은 모두 관우신을 모신다.

불교에서도 그를 가람보살(伽藍菩薩)이라하여 호법신(護法神)의 하나로 받든다.
우리나라에서도 관우는 오래전 신의 반열에 올랐다. 보물 제142호인 동관왕묘(東關王廟),줄여서 동묘(東廟) 또는 관제묘(關帝廟)도 관우를 모시던 조선시대 유적이다. 

​관우가 신이 된 연유는 뭘까? 학자들이 지목하는 킹메이커는 삼국지연의의 작가 나관중이다. 자신의 소설을 재밌게 하려고 관우의 실적을 뻥튀기하고 신격화했다는 것이다. 관우가 중앙무대에 이름을 떨친 첫 전공이 동탁의 선봉장 화웅의 목을 한칼에 떨어뜨렸다는 건데, 사실 이것도 손권의 아버지 손견의 무공을 가로챈 거짓말이다.

촉한이 2대로 단명한  원인 중에는 관우의 오만과 전략부재가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그의 신격화는 삼인성호(三人成虎)의 전형이다.

'거짓말도 여럿이 계속 반복하면 진실이 된다.'  오늘날에도 이를 홍보마켓팅에 활용하는 이들은 많다. 

4일자 조선일보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당분간 회장 승진을 안한다'는 내용의 기사가 대문짝만하게 실렸다. 내용 자체도 시답잖지만 특이한 것은 DJ· YS· JP 등 옛 정치인들을 연상하게 하는 JY라는 영어 이니셜이 제목에 등장했다는 점이다. 물론 이재용의 '재용'을 표현한 것이다. 

​삼성 직원들을 만나면 언제부턴가 사내는 물론 사석에서도 이재용을 호칭할 때 '이재용'이라고 하면 무언가 불경스럽다는 느낌을 가지는 분위기다. 당연히 '제이와이'다. 이게 언론으로까지 퍼지기 시작한 것이다.

조선일보 기사에는 JY가 최근 만난 인물이라며 시진핑 중국주석·팀쿡 애플 사장· 응우옌 푸 쫑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 ·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오너 등의 얼굴사진도 쫙 실었다.  

제목도 '발넓고 발빠른 JY스타일', '격식없는 JY스타일', '국경없는 JY스타일' 등 거의 관우급이다. 주제목의 메시지도 분명하다. "당분간 회장 승진 안한다." 즉,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이재용씨가 삼성 회장이 되는 건 당연하다는 걸 전제로 하고 있다. 하지만 부친이자 절대권력자인 이건희 회장의 뜻이나 유언장 등이 확실히 이런 방향인 지는 아직 미지수다.  

이재용씨가 옛 비서실인 미래전략실 홍보팀장(부사장)에 조선일보 기자 출신을 모셔간 이유를 알 것같다. 아직 안갯속인 포스트 이건희 구도와 관련해 삼인성호(三人成虎)의 효과를 노린 듯하다. 아마 앞으로 삼성의 협찬 발이 미치는 대다수 언론매체에는 '1등 신문' 조선일보의 이날 표현이 교본이 되어 퍼져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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