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논설주간 황호택 칼럼 '김영란법 대신 허문도법' 2015.6.10.게재.

민병호 청와대 뉴미디어비서관을 두고 5공화국 허문도 청와대 정무비서관의 재림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다른 사람도 아닌 보수 메이저신문인 동아일보 논설주간의 평가다.

황호택 동아일보 논설주간은 지난 10일자 칼럼에서 "5공의 언론 통폐합은 사이비 언론 정리를 핑계로 기자를 대거 해고하고 언론사를 순치시키려는 조치였다"면서도 "지금의 언론 풍토에서는 '김영란법'이 아니라 '허문도법'(허 비서관이 주도한 언론통폐합 조치)이 필요하다는 자조가 언론계에서 나올 지경"이라고 했다. 

황 주간은 "노무현 정부가 정부에 비판적인 메이저 신문을 말려 죽이기 위해 인터넷 언론과 무료신문을 육성하는 정책을 썼다"며 "그 바람에 우후죽순으로 인터넷 뉴스매체들이 생겨났다"고 했다. 그는 우후죽순 생겨난 매체들에 대해 "기업들을 괴롭히고 건강한 언론의 생존을 위협하는 듣보잡"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듣보잡 정리 작업을 청와대 비서관 한 명과 두 포털의 주문을 맏은 언론단체들이 과연 해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라고 했다.

황 주간은 "네이버와 다음의 인터넷 매체 정리 시도는 80년 언론통폐합을 연상시킨다"며 허 전 비서관의 언론통폐합 명분을 소개했다. 허 전 비서관은 5공수사 과정에서 "언론사 난립으로 사원들에게 월급을 못 주는 경영주가 있고, 그런 관계로 사이비 기자가 넘치는 상황에서는 그런 언론사나 종사원은 사회적으로 기생충이나 마찬가지 아닌가 생각했다"고 말했다. 80년과 2015년의 논리는 동일하다. 돈벌이 걱정 없는 기득권 언론만 생존할 가치가 있다는 논리다. 다원사회의 언론 다양성의 가치를 부정하는 논리다.황 주간이 언급한 두 포털이란 업계 1·2위인 네이버와 다음이다. 두 포털은 지난달 28일 갑작스런 공동기자회견을 통해 언론사의 포털 입점과 퇴출을 언론계 판단에 맡기겠다며 '공개형 뉴스평가위'를 구성해 달라고 언론에 제안했다. 황 주간이 말한 듣보잡 언론의 정리가 두 포털의 명분이었다.

황 주간은 "(두 포털의 제안에는) 민 비서관의 막후 역할이 컸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며 "그는 외부 강연 등에서 '인터넷 매체 문제 하나 만큼은 확실하게 정리해 놓고 청와대를 나오겠다'는 구상을 밝혔다"고 말했다. 올해 5월 신설된 문화체육관광부 국정홍보차관보와 홍보협력관제는 실무조직이 없는 청와대의 손발 역할을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의춘 국정홍보차관보는 민 비서관 밑에서 데일리안 편집국장을 지냈다. 세월호 유가족을 공격한 극단적 칼럼과 땅콩회항 사건에 대한 노골적인 친기업 옹호 칼럼으로 논란을 부른 인물이다. 인터넷 업계에서는 인터넷신문협회가 주목된다. 민 비서관은 이명박 정부 내내 협회장을 연임했다. 

보수 메이저 신문들은 우군 역할을 하고 있다. 민 비서관을 허 전 비서관에 빗댄 동아일보의 경우 노무현 정부 때 민 비서관과 뉴라이트 운동을 함께 했다. 황 주간은 "두 포털이 뉴스 콘텐츠를 이용해 막대한 이익을 내면서도 (기사) 전재료 인상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없고 '쓰레기 청소' 부담만 지운다는 불만이 일부 언론단체에서 나온다"고 했다. 소위 메이저신문들과 네이버로 대표되는 포털 간의 갈등의 핵심은 기사 전재료라는 게 공공연한 비밀이다.

청와대는 세월호 참사와 인사 참사 상황에서 극심한 여론의 압박을 받았다. 네이버와 다음의 뉴스 개편을 두고 청와대가 극우 인터넷 매체를 앞세우고 보수 기득권 언론의 동조 하에 5공식의 포털 새판짜기에 나섰다고 의심되는 배경이다. 하지만 민 비서관은 언론에 "전혀 사실무근이다. 기업의 결정에 청와대가 개입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며 "(동아일보)칼럼에 대해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와 다음도 청와대의 개입을 부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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