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재헌 변호사(법무법인 천고)

국제거래에서 분쟁이 생기면 이 분쟁이 시간이 흐름에 따라서 변화하는 것 같다.  분쟁의 초기에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분쟁이 깊어지게 되면 전혀 해법이 되지 못하기도 하니, 분쟁은 언제 해결하느냐에 따라서 결과는 많이 달라진다.

실제로, 미국의 B사는 한국의 A사에 대하여 계약금액을 지급하여야 하는데 자금사정이 어렵다며 지급을 지연해 왔다. A사의 입장에서는 B사가 자금사정이 어렵다고 하니, 다른 방법이 없다고 생각하면서 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서 계속 독촉만을 하였다.  B사는 A사에게 일부 금액은 회사 주식으로 주겠다고 하여 주식을 받기도 하였으나, 회사가 망하면 아무런 소용도 없는 주식일 뿐아니라,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보기 힘든 주식이었다.

세월은 자꾸 가고 계약금액은 대부분 연체가 되었다. B사의 자금사정이 나아질 기미도 보이지 않고 B사의 부도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하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설상가상으로 B사에 대한 다른 거래업체인 C사도 B사에 대한 채권을 가지고 소송을 제기하여야 하는 상황이 펼쳐졌다.

B사는 A사에 대해서 대금을 지급할 것이니 기다려 달라고 하고, 만약 기다리지 않고 A사가 법적 조치를 취한다고 하면 결코 A사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하였다.

A사로서는 B사가 계약을 위반하여 대금지급을 지연할 초기에 B사와 분명하게 해결책을 협의하고 그것을 문서화시켜 놓는 것이 필요하였다. 만약 B사가 입장을 분명하지 않으면 그 때 바로 미국에서 소송을 하여 관계를 정리할 수 있었고, 지금과 같이 불필요하게 시간을 낭비하면서 오랜 시간을 불안 속에서 지낼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A사로서는 B사의 자금사정을 감안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 몰라도 A사가 초기에 권리관계를 분명하게 정하지 않음으로 인하여 B사로서는 A사에 대한 대금을 지급하지 않더라도 문제가 없을 수 있다는 오해를 하게 만든 점이 없지 않다.

대금을 면제해 주겠다는 것이 아니라면, 사정의 변경이 생길 때 그 변경을 계약문서에 반영하는 등 조치를 즉시 취하는 것이 분쟁을 예방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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